지원자 부족, 재정 문제로 원광대, 우석대 국악과 폐과
유일하게 남은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정원 감소하는 상황
졸업생들도 취업난 심화… 지역대학 출신 배려 부족해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 악화 가중… 설 수 있는 무대 없어
“황무지에 서 있는 아프리카 난민과 같은 심정이다”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악관계자가 지역 국악계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낸 자조 섞인 말이다.
최근 전북지역에서 취업률 저조와 신입생 부족으로 지역 대학 국악 관련학과가 폐과되거나 축소되는 등 소리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을 무색케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도내 국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에 우석대학교 국악과가, 지난해에는 원광대 음악학과(국악전공 포함)과 폐과됐다.
유일하게 남은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입학생 정원도 줄고 있다. 1990년대에는 30여 명 정도 뽑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20여 명대로 줄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27명을 유지하다가 올해 다시 26명으로 감소했다.
도립국악원 김용호 교육학예실장은 “전통문화 부흥기였던 1980년~1990년대는 국악 전공 지원자가 많았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이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한국음악과도 폐과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악을 전공한 졸업생들의 취업난도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공연단체는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신입 단원 모집을 주저하는 분위기고, 코로나19까지 겹치고 공연도 대폭 줄면서 국악전공자들의 취업한파는 더욱 매섭다.
도내 대학 국악과 출신인 A씨는 “다른 데보다 국악 쪽은 새로운 얼굴이 자립을 해서 재능을 펼쳐나갈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전북도립국악원과 전주시립예술단, 정읍시립예술단 등 국·공립단체는 채용은 하지만 도내 대학 출신이 들어가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국악인 B씨는 “공공기관의 의지와 무관하게 신입을 채용하는 심사위원들이 서울에서 학교를 나온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대학 출신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내에서 장기간 활동한 경력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팬데믹 상황으로 공연할 무대도 줄어드는 현실도 존재한다. 국악인 C씨는 “졸업생들이 꿈을 품고 나오지만 마땅히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 힘들어한다”며“이런 상황에서 문화단체들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장르처럼 국악도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전통음악은 관객과 직접 대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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