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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24년 전 실종된 20대 여성…남친이 다툼 끝에 살해

1997년 겨울 부모님 인사차 여친·후배 등과 부안행
익산IC 부근서 살해·김제 도로공사현장에 사체유기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997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A씨를 검거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유골을 찾기 위해 9일 암매장 위치로 추정되는 김제의 한 도로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오세림 기자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997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A씨를 검거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유골을 찾기 위해 9일 암매장 위치로 추정되는 김제의 한 도로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오세림 기자

1997년 겨울. A씨(당시 23세)는 여자친구(당시 28세)에게 “부안의 부모님 집에 인사하러가자”고 제안한다. 전북에서 올라온 동네후배 B씨(당시 20세) 등 2명도 A씨의 차량에 함께 탑승했다. 서울에서 부안으로 내려가는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A씨와 그의 여자친구는 차량 안에서 다투기만 했다. A씨가 여자친구의 외도를 의심한 것이 다툼의 발단이 됐다. 차 안에서는 욕설과 막말 등이 서로 오고갔다. 그러던 중 A씨가 갑자기 차량을 익산IC 부근에 정차했다.

그는 B씨 등에게 “잠시 나가있어”라고 이야기했고, B씨 등은 아무런 의심없이 차에서 내려 담배를 태웠다. 이후 A씨는 여자친구와 계속 말다툼을 벌였고, 홧김에 여자친구를 마구 때리고 목을 졸랐다. B씨 등이 다시 차량에 돌아왔을 때 이미 A씨의 여자친구 몸은 힘 없이 널브러져있는 상황이었다. B씨 등은 A씨의 여자친구가 사망한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A씨는 B씨 등에게 “내가 알아서 할테니 차에 타라”고 지시했고, 김제의 한 학교 부근 도로공사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도로공사현장에는 움푹 파인 구덩이들이 많았고, 이 중 한 구덩이에 숨진 여자친구의 시신을 암매장했다. B씨 등은 A씨의 범행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범죄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등 A씨에 대한 공포심이 이미 B씨 등의 머리에 새겨져있기 때문이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부모님 댁을 가지 않고 다시 서울로 차량을 돌렸다.

김제의 한 도로공사현장에 묻힌 진실은 24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8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A씨 여자친구가 1997년 초 서울에서 실종됐으며, 실종 신고가 서울의 한 경찰서에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 여자친구를 추적했으나 1997년 1월의 출입국 기록을 제외하곤 주민등록증 갱신, 금융계좌, 휴대전화 통신망, 출입국 내역 등 생존반응은 전혀 없었다. 이에 경찰은 법 최면 검사 등을 통해 공범 두 명의 자백을 확보하고 A씨의 혐의를 구체화했다. 동시에 피해자가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탐사도 시작했지만 피해자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지난 6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대전에서 A씨를 검거했다. 그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찰들의 말에 순순히 응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여자친구를 죽였냐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와 같은 공장에서 일했으며 서울에서 피해자를 차량에 태워 익산IC 부근에 도착해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며 “김제의 한 도로공사가 진행 중인 비포장 도로변의 웅덩이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A씨로부터 살해 동기 및 암매장 위치 등 자백을 받고 석방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지목한 암매장 위치를 발굴했지만 끝내 유골을 찾지 못했다.

선원 전북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이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이 없어 불송치 결정할 예정”이라면서도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길은 유골을 찾는 것이다. 앞으로도 피해자 유골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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