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꾸준히 운동하는 직장인 증가세
기자 출근 전 아침운동 도전⋯삶에 활력 더해
'100세 시대'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얼마 되지 않는 휴식 시간을 쪼개 운동에 투자하는 일명 '운동하는 직장인'이 점차 늘고 있다. '이 기자의 슬기로운 보디빌딩' 기획을 통해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소개하고자 한다. 고단한 일상에 지친 직장인 모두가 재밌게 운동하며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 그대로를 담아본다.
군 입대 직전 가슴 아픈 실연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 몸뚱이(?)라도 바꿔 보잔 생각에 홀로 헬스를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점점 운동과 거리가 멀어졌다. 많은 직장 선배들이 '너도 조만간 배가 나올거다'고 자신 있게 예언했다. 그런 위기속에서 문득 '출근 전 운동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한 두시간 덜 잔다고 죽기야 할까.
16일 오전 6시, 굳은 몸을 애써 일으키며 프로틴 한 잔을 들이켰다. 평소라면 곯아떨어질 시간, 내면의 또 다른 자아가 속삭인다. '헛짓거리 말고 잠이나 자라'.
달콤한 수면의 유혹을 이겨내고 헬스장으로 향한 보상은 만족스러웠다. 시끌벅적한 평소와 달리 인적이 드문 고요한 헬스장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어린 시절 서울의 유명 놀이동산을 처음 방문했을 때와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운동에 앞서 고카페인 260mg이 가득 담겨 있는 음료를 입에 붓는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공복 상태에 카페인을 섭취하면 몸 안의 혈류를 끌어와 더 큰 힘을 낼 수 있게 도운단다. 잡지에서 봤다. 그닥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것 같지만 운동 직전 반드시 카페인을 섭취하는 편이다. '오늘 운동 잘 되게 해주세요'를 비는 일종의 의식이다.
△ 이미 출근 전 운동하는 직장인은 많았다
오늘 운동할 부위는 가슴. '대흉근'이라 불리는 근육이다. 80년대 미국을 주름잡았던 보디빌더이자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의 태평양처럼 넓은 대흉근을 떠올리며 탈의실을 나선다.
기자는 운동할 때마다 일종의 '자기 세뇌'를 한다. 자신이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 결승전에 참가한 '국가 대표 선수'라고 암시한다. 온 힘을 다해 모든 체력을 쏟아 부어 덤벨을 밀어 올린다.
오전 7시30분부터 약 한 시간가량 처절한 가슴운동을 했다. 아직 몸이 덜 풀려서인지 평소보다 낮은 무게로 운동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활성화되고 활기가 돌았다. 뭔가 '자기 계발에 철저한 부지런한 직장인'이 된 것만 같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첫 아침운동을 진행하며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생각보다 헬스장을 찾은 30∼40대 직장인과 60대 이상 어르신이 많았다.
그동안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알람을 출근 직전까지 촉박하게 맞춰온 과거의 기자 자신에게 회의감이 들었다.
△ 운동 후 탄·단·지 섭취는 필수
운동을 마친 뒤, 출근 시간인 9시에 맞춰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유산소 운동을 대체하기 위해 걸어갔다. 졸린 눈으로 애써 하품을 참으며 일터로 향하는 다른 직장인과 과거의 기자 모습이 겹쳐 보였다.
활기차게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휴게실에서 닭가슴살과 바나나, 초코바를 섭취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의 적절한 조화를 갖춘 가벼운 식단이다.
운동 직후 1시간∼2시간 내외로 적절한 영양소를 갖춘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운동과 식단, 휴식이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더욱 강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
운동은 열심히 하면서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사는 소홀히 하는 것은 그저 단순 '노동'을 하는 것과 같다고 다수의 헬스 관련 전문가는 말한다. 운동으로 근육에 손상을 입혀놓고 더 크고 강한 근육을 위해 회복하는 과정에 영양소를 넣어주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운동하지 않는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장순옥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지난 2011년 발표한 '단백질 섭취기준: 단백질 필요량과 추정 방법 및 단백질에너지 적정비율' 논문에 따르면, 가장 건강한 영양소 섭취 비율은 '탄수화물 5, 지방 3, 단백질 2'로 나타났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 식사량의 15∼20% 정도는 단백질을 섭취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 출근 전 운동하자…자신감이 차올랐다.
퇴근한 뒤, 불어난 두꺼운 지방층을 보며 '운동해야겠다'란 생각이 들어도, 밀린 약속이 잡혀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운동을 하기 위해선 출근 전, 아침에 하는 것이 제격이었다.
그러나 아침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원래 많은 에너지를 쓰는 운동을 출근 전에 선행하면, 쉽게 무기력해져 직장 생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사실 오전에 1시간 더 잠을 청한다고 해서 얼마나 피로가 풀리겠느냐만은, 단지 더 자고 싶었다.
이번 도전을 통해 장벽을 완벽히 허물었다. 오히려 아침운동으로 더 건강하고 잔뜩 커진 기자 자신의 몸을 보니 활기가 돌았다. 공작새가 경쟁 상대를 향해 날개를 힘껏 펼치듯, 나 자신은 대단한 사람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차올랐다.
아침운동의 좋은 점은 또 있었다. 오전부터 몸을 활성화하자, 두뇌 회전이 빨라졌달까. 점심을 먹고 나서야 제대로 일을 시작했던 과거와 달리 오전부터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이쇼 히로시 작가가 자신의 저서 '아침형인간'에서 시종일관 주장한 '일어나자마자 아침운동 등을 통해 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말이 근거 없는 낭설이 아니었다. 운동이 직장 생활을 방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실타래처럼 얽히고 섥혀 시도조차 못했던 여러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는 등 이전보다 높은 업무 효율을 보였다.
김갑수 단국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01년 발표한 '출근 전 아침운동이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서 "아침 운동에 참여한 직장인이 그러지 않은 직장인보다 대부분 정신건강지수가 높게 나타났고,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를 보였다"며 "퇴근 후 저녁운동보다 기상 후 1시간 이내의 근력 운동을 주 3∼4회 진행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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