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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슬기로운 보디빌딩](2)완산칠봉 '산스장' 부담 없이 몸만들기

바벨·덤벨·완력기 등 운동기구 갖춘 '산 속 헬스장'
맑은 공기에 탁 트인 전망, 매일 아침 사람들 북적

때는 오전 8시30분. 평소 같음 회사 사무실에 다다랐을 그 시간에, 초록 수림이 우거진 산 입구에 왔다. 편한 운동화에 꽉 달라붙는 탄력 반팔티를 입은 차림으로. 가방 안엔 카페인 음료와 닭가슴살이 즐비했고, 노트북과 수첩은 없었다. 입구 근처 민가에서 키우는 귀여운 강아지가 기자를 반겼다. 본인에겐 생명줄과도 같은 닭가슴살을 나눠주며 오늘 운동에 대한 밑그림을 대충 그린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산 정상에 있다는 의문의 공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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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 속 풍경은 참 오랜만이었다.

△ 산에서 맞이한 아침은 따스했다

산을 올랐다. 하늘은 파랗고, 잎사귀는 푸르스름했다. 어느새 여름이 찾아왔다. 아침 등산은 오랜만이었다. 군대에서 매일 3km 구보로 산을 오를때가 생각났다. 그땐 이유없이 항상 활기가 가득했던 것 같다.

산속에서 맞이한 아침 햇살은 따스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사무실에 박혀 있다 점심에 맞이하는 햇살과는 분명 달랐다. 건강 전문가가 아침마다 산에 올라 운동하라고 매체에 나올 때마다 외치는 말이 헛말은 아닌 듯하다.

20분 남짓 올랐을까. 익숙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제 저녁에 봤던 풍경이다. 거친 숨소리와 활력을 더해주는 신나는 음악이 들려왔고, 중독성 강한 쇠 냄새가 진동했다. 아무리 봐도 헬스장이었다. 그것도 산 정상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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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칠봉 장군봉 바로 밑에 위치한 산스장. 10여 종이 넘는 운동 기구가 즐비해있다.

△ 이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산 속 헬스장'이란 뜻에서 흔히 '산스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완산칠봉의 정상 장군봉(해발 200m) 바로 밑에 있었다.

보통 철봉과 평행봉만을 갖춘 일반적인 산스장과 달리, 완산칠봉 산스장은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헬스 머신 4대가 설치돼 있었다. 바벨과 덤벨, 완력기 등 운동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일반적인 동네 헬스장과 비견될 정도였다.

어떻게 산 정상에 이런 완벽한 공간이 생긴 것일까. 한창 가슴운동에 정진하던 한 어르신에게 물었다. 운이 좋았다. 그분이 산스장의 역사와 함께한 산증인이었다.

60년 째 완산칠봉에 올라 운동을 해왔다는 시민 김종선 씨(70)에 따르면, 이곳은 1960년대부터 운동을 좋아한 몇몇 시민에 의해 시작됐다. 산속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근력 운동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처음에 철봉 등 몇가지 맨몸운동 기구만을 갖췄던 이곳을 애용하는 시민은 점차 늘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기증한 운동 기구는 점차 늘었고, 지난 2014년엔 공단의 지원을 받아 4대의 헬스 머신이 들어와 그럴싸한 헬스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오늘날에는 산스장에서 매일 운동을 즐기는 동호회 회원 몇몇이 매달 성금을 모아 시민들에게 제공할 물과 음료 등도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누리는 데 비용은 일절 들지 않는다. 그저 15분 정도 완산칠봉을 오르기만 하면 된다. 운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된다. 당신이 여기서 원판을 깔짝거리기만 해도, 60년 내공의 은둔 고수들이 알아서 운동을 알려줄 것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하다. 무릎이 아파 산을 오르는 것이 어려운 어르신이나 밀폐된 공간의 탁한 공기에 민감한 사람들도 문제없다. 이곳은 완만한 경사로에 해발 200m에 불과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고, 탁 트인 산 정상의 맑은 공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운동에 있어 완벽한 요건을 갖췄기에 완산칠봉 산스장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실제 이곳을 찾아 운동을 즐기는 시민이 하루 평균 2000여 명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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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장에서의 첫 운동 이후 한껏 몸에 힘을 넣어봤다. 이른 아침 운동인데도 피곤한 내색 없이 활기찬 모습이었다.

△ 웬만한 헬스장보다 좋았다

그래도 야외에 갖춰진 운동 시설은 습한 날씨와 비로 인해 쉽게 부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 사업 공간도 아니기에 체계적인 관리도 어렵다. 산이 70%인 우리나라에서 유독 산스장이 드문 이유다. 이곳은 어떨까. 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후, 직접 운동해봤다.

가볍게 턱걸이를 해준 뒤, 등 운동을 할 수 있는 랫 풀 다운 머신에 앉았다. 놀라웠다. 케이블이 상당히 매끄럽게 유지돼있어 무게 날림이 없었다. 상당히 무거웠다. 나머지 가슴 운동 머신 2종과 어깨 운동 머신 1종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외관으로 봤을 때 어느정도 녹슨 흔적이 있었지만, 운동감은 웬만한 고가 헬스 머신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관리가 무척 잘 돼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운동 기구를 관리하는 동호회 회원들의 덕이었다.

맑은 공기와 수려한 자연 경관을 즐기며 만족스런 운동을 마친 뒤, 창고에 붙어있는 거울에서 펌핑된 몸을 한껏 뽐냈다. 거울 속엔 감출 수 없는 활기를 온몸에 가득 내뿜은 건강한 청년이 담겨있었다. 밀폐된 공간에 다닥다닥 붙은 운동 기구, 사방에 가득한 먼지로 가득한 실내 헬스장에서 담은 거울 속 모습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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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칠봉 산스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 노병은 죽지 않는다

산을 오를 때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근처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몸짱이라는 점이다.

의문은 산스장에 도착해서 해결됐다. 흰 머리가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양쪽에 30kg이 넘는 원판의 바벨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운동을 마친 어르신의 가슴 근육은 기자의 것보다 더 우람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산 속에서 세월을 이겨내고 홀로 단련을 거듭해온 '노병'을 정크 푸드로 찌든 햇병아리가 어찌 당해낸단 말인가.

이곳의 어르신들은 운동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만나고 있었다. 다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과 호기심에 가득 찬 젊은이의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죽은 눈으로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푹 내쉬던 20대 기자 본인보다 분명 젊어 보였다.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하산했다. 기분이 썩 괜찮았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운동은 누구나,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기존 실내 헬스장만을 다닐 땐, 운동 중에서도 특히 근력 운동은 젊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헬스장을 찾는 연령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자에게 어르신은 공원에서 힘없이 앉아 조용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그게 아녔다.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로운 면면을 봤다. 이른 아침부터 산에 올라 자신을 가꾸는 어르신의 모습은 분명 기자보다 젊었고, 활기찼다. 운동에 정답은 없다라고 했던가. 마음만 먹으면 나이가 어떻든, 무슨 상황이든지 간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운동이었다. 

삶이 지치고, 무료해질 때. 산에 올라 이곳에서 운동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아마 어느순간 더 젊어진 과거의 자신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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