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의원 숫자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적 흐름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금 300명보다 많아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국민 다수는 줄일지언정 더 이상 늘려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시각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순 있지만 이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 기류는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밥값’ 도 못하는 의원이 수두룩한데 무슨 염치로 숫자를 더 늘리자는 건지 정말 뻔뻔하다는 반응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정치 혐오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 ‘국회 무용론’ 까지 나돌 정도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우리 국회의원 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건 결코 숫자 문제가 아니라 함량미달 정치력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보다 크게 문제 삼는 건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과도한 혜택을 대폭 줄이라는 것이다. 수 차례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에 내세우고도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장기간 국회가 공전돼도 세비 매달 1천285만원씩 받아간다. 공식 연봉 외에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 유지, 사무실 소모품 등으로 1인당 평균 1억153만원, 의원실마다 8명씩 보좌진 인건비로 5억원 안팎이 쓰인다. 선진국 의원보다 연봉이 높은 이들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외치면서도 2018년부터 줄곧 세비를 올렸다.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KTX도 무료다.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를 보니 줄잡아 186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유럽 의원과 비교해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들의 위상과 역할이 우리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직접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한다. 수시로 야근하며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쓰고 의정 활동 준비를 직접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고 다른 것은 굳이 견줄 필요가 없다. 친근한 이웃으로서 봉사하는 이들에 대한 주민 신뢰도는 정말 대단하다. 부럽다기 보다는 왜 우리는 이렇게 안되는 건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지금 국정 파트너로서 여야 관계는 최악이다. 거대 양당이 반사 이익만 노리고 서로 잘하기 보단 상대 잘못을 들추고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다. 오로지 기득권 정치의 생명 연장을 위한 포퓰리즘과 편 가르기 정치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국민 민생,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혁엔 별반 관심이 없다. 내년 총선 공천에 목을 매는 상황이라 선거구 논의도 그에 따른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
국회를 통하지 않는 국정 개혁 과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실상 국회의원은 개혁 주체나 다름없다. 우리 생활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제정과 예산안 처리에 이들 의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밉다 해도 함부로 정치를 멀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선거 때 정치인 옥석 고르기가 중요한 것도 맥락이 같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본인과 연계된 정치 분야 개혁엔 스스로 나설 리가 만무하다. 자기 희생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혁신 의지가 전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 4류” 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다. 당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와 권리당원 경선 폐지 등을 통해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회의원이 바로 유권자의 정치 대리인이다. 그들의 운명은 선거 투표를 통해 좌우된다. 지난 2020년 초선 당선자 합동 연찬회에 참석한다며 국회 내 3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버스 6대가 동원됐다고 떠들썩했다. 이런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계속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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