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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시] 알비노 - 최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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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만 씨

돌아보면 어디서부터 걸었는지 모를 길을 걸었습니다. 열심히 걸어가면 뭐라도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죠. 늦은 나이에 문창과에 들어가면서 바닥부터 다시 걸었습니다. 남들이 노후 자금을 생각할 때 시 한 줄 떠올리는 스스로가 못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역시나 타고난 천성은 버리지 못하는가 봅니다. ‘푸른 하늘’이라는 시제로 시를 쓰던, 이제는 까마득한 유년의 어느 날이 이제야 그 길을 찾은 듯합니다.

이 시를 구상하던 날은 그랬습니다. 무더웠던 여름날 산 중턱의 저수지였어요. 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볼까지 붉었는데 마음은 왜 그렇게 춥던지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마침내 제가 사는 이곳에도 첫눈이 내리던 날, 다시 저수지를 찾았습니다. 볼에 닿는 산바람에 가슴이 기우뚱하는데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그토록 가고 싶은 길, 그 길이었습니다.

친구와 지인을 비롯해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신춘문예공모나라」 문학 카페는 제가 수시로 드나드는 집과 같아서 그곳에서 편안했습니다. 더불어 오봉옥 교수(시인)님께서 바닥의 걸음마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축구에 진심인 교수님과 저는 통화를 할 때면 손흥민의 얘기로 한참을 떠들지만,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길 위에 섰음을 압니다.

이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전북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름날의 저수지에 내려앉은 그 노을도요.

△경남 진해 출생인 최형만 씨는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문단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며 제8회 원주생명문학상, 제14회 중봉조헌문학상, 제13회 천강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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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춘문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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