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명절 선물 트렌드 '극가성비'
유통업계 극가성비 선물세트 수요 확대
유통업계는 소비자 선물세트 출시에 분주
정부는 소비자 고물가 부담 줄이기에 바빠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 트렌드는 '극(極)가성비'다. 가성비도 아닌 극(極)가성비, 고물가가 바꾼 설 명절 선물세트 트렌드다.
동시에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함께 인기를 얻으며 '소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프리미엄 선물세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고물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극가성비 선물세트 수요를 대폭 확대하는 분위기다.
이전에는 기본 5만 원부터 10만 원대 선물해야 마음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세계적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신사임당' 한 장, 5만 원권 한 장으로 구매할 수 있는 극가성비 선물세트가 인기다.
돈과 마음이 비례하던 시대는 가고 모두가 먹고살기 어려워지면서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시대가 왔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즉각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유통업계는 소비자가 원하는 설 명절 선물세트 출시에, 정부는 소비자 고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 명절 선물세트 가격 안정화에 분주하다.
설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설 명절 선물세트 수요·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설 명절 선물세트, 유통업계가 선보인 설 명절 선물세트, 정부의 할인 현황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는 실속 있는 3∼5만 원대 혼합 과일 선물세트가 인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설 명절 성수품·선물세트 구매 의향 조사 결과 사과·배 혼합 과일 선물세트(10.6%)가 구매 희망 품목 1위를 차지했다. 소고기(10.3%), 사과(9.6%), 배(6.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추석 명절 선물세트 선호도 1위였던 소고기(21.4%)가 사과·배 혼합 과일 선물세트에 왕좌를 뺏겼다. 당시 소고기 바로 뒤를 이었던 것은 건강기능식품(16.8%)이었다. 사과·배 혼합(12.2%)은 세 번째로 선호도가 높았다.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는 다른 품목보다 신선과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과일 혼합 선물세트 구성 중에서도 사과·배(10.6%)의 선호도가 가장 높고 사과·배·만감류(6.9%), 사과·배·포도(4.9%) 순이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4년 설 농식품 구매 특성 분석 결과'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서 혼합 과일 선물세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명절 선물세트 구매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에서도 명절 선물세트 구입 의향이 있는 소비자 다수는 실속 있는 선물세트를 선호했다. 특히 3∼5만 원대의 과일 선물세트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설 농식품 구매 특성 조사 결과로 미루어 생산자는 가격 부담이 큰 과일을 소규모 실속형으로 포장하고 유통업체는 상대적으로 가격인 안정적인 다른 과일과 사과·배를 혼합 선물세트로 구성해 구매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정확히 파악해 가성비 좋고 실속 있는 소포장 상품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통업계 현장에서는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 실속형 과일 혼합 선물세트 출시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기후 등의 이유로 작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과일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농산물의 가격이 치솟은 탓에 유통업계는 수입과일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의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있다.
유통업계 현장은 그야말로 가격 전쟁이다. '극가성비' 선물세트와 프리미엄 선물세트, 중간이 없다. 1만 원 이하 선물세트부터 수백만 원대 선물세트까지 끝과 끝을 달리는 선물세트다.
3대 대형마트로 꼽히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각각 극가성비·프리미엄 선물세트 전쟁에 돌입했다.
먼저 이마트는 사과·배보다 비교적 시세가 안정적인 샤인머스캣을 활용한 혼합 과일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시기적으로 설에만 맛볼 수 있고 가족 먹거리·차례상 준비 등 실용성까지 갖춰 인기 많은 만감류 선물세트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3∼4만 원대 통조림·견과류 등 극가성비 선물세트 수량은 지난해 대비 평균 20% 확대해 소비자의 선물세트 구매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사과·배 시세가 높은 점을 감안해 샤인머스캣과의 혼합 선물세트 비중을 늘렸다.
1만 원 이하 극가성비 선물세트부터 건강한 식재료와 친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위한 유기농 표고버섯·신안에서 생산된 소금 선물세트 등 선물세트 선택 폭을 넓혔다.
홈플러스는 설 명절 선물세트를 최대 50% 할인가에 선보인다.
설 명절 선물세트 사전예약 구매 패턴 분석 결과를 반영해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선물세트 상품 대다수는 5만 원대 이하 가성비 높은 선물세트다. 대표적으로 사과·BBQ·김·수입 소고기·한돈·멸치 등이 가성비 선물세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백화점에서는 300만 원대의 최고급 한우 선물세트부터 400만 원대 굴비 선물세트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만 원대는 기본, 고가 상품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설 명절에 상품의 희소성으로 선물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사전 예약 등을 통해 병당 5000만 원, 4병 세트에 2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 주류 에디션을 선보였다. 친환경·동물복지 등을 따지는 MZ세대를 겨냥해 '가치소비' 특성을 반영해 안전한 먹거리·친환경 포장재 선물세트 등을 준비했다.
정부가 설 명절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물가 안정·민생 지원에 중점을 두고 설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했다.
사과·배를 중심으로 성수품 규모를 역대 최대인 26만 톤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840억 원을 투입하는 등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관리하고 있다.
물가 관리 품목 중 설 명절 선물세트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농협을 통해 과일 명절 선물세트 10만 개를 최대 20%까지 할인 판매한다. 사과·배 각각 1만 개, 사과·배·만감류 혼합 1만 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사과·배 선물세트 7만 개 등 10만 개를 시중에 풀었다.
설 기간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한도가 1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된 점을 감안해 농축수협 선물세트 할인·공급 확대 등을 강조했다.
동시에 정부·관계부처는 소비자들이 조금이나마 물가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알뜰소비를 위해 소비 정보를 게시할 것을 주문했다.
유통업계·카드사 등은 정부·관계부처의 설 명절 물가 안정 노력에 힘입어 행사카드 결제 시 상품권 지급·즉시 상품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문인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급이사는 "설 명절 선물세트 구성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대형마트와 연계한 정부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선물세트 사전 예약 할인 등으로 보다 알뜰하게 준비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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