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세씨(87), 송화자씨(84)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경찰 부실수사 의혹 조목조목 지적, 언론 동참 호소
"이제는 딸을 기다릴 기력없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나와"
전북대학교 수의과학대에 다니던 20대 여성이 실종된지 18년째가 되면서 부모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버렸다. 딸이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60대의 아버지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이제 귀마저도 잘 들리지 않지만 사라진 딸을 그리는 마음은 여전하다.
부모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증거인멸까지 했다며 1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윤희 씨(실종당시 29세)의 아버지 이동세 씨(87)와 아내 송화자 씨(84)는 이날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기에 나왔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이윤희를 아시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이 씨는 "저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올해 제가 87살이 됐으니 막내였던 딸이 살아 있다면 그 아이도 47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사라진 지 18년이 지났으니까, 할 만큼 했으니까 제가 딸 찾는 걸 포기해야 옳은 것이냐"며 "이렇게 뻔뻔하게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수사는 뒷전이고 팔짱만 끼고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는 게 경찰이 할 일이냐"고 물었다.
이 씨는 이날 실종 당시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사건의 진실 규명에 언론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씨는 딸의 실종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졌을 무렵인 2019년 진실 규명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전북경찰청장과 전주덕진경찰서장을 직무 유기 혐의로 이날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미 딸의 실종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들을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고소한 바 있다.
이윤희 씨는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2006년 6월 6일 실종됐다.
윤희 씨는 2006년 6월 5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자신의 원룸에서 1.5㎞ 떨어진 덕진동 음식점에서 교수와 동기 등 40여 명과 종강 모임을 가진 후 다음날 6일 새벽 2시 30분께 원룸으로 귀가한 뒤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그동안 수십 만건의 통신자료와 우범자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물증이나 용의자를 확보하지 못했고 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아 있다.
18년 동안 제자리에 머문 수사에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빈 부모는 16일 오전 10시 전북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을 규탄하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기자회견 이후 설명회를 자처하고 "윤희 씨 부모님이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도록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부터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가족들이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18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어려움이 있겠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건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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