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에 포위된 자발리야 난민촌선 사상자 집계조차 안 돼
유엔 인권최고대표 "가자북부, 전쟁 발발후 가장 어두운 순간 직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한 뒤에도 이스라엘이 공세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자지구에선 다시 사망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현지 병원 당국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가자지구 전역에서 최소 72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재개된 가자지구 북부의 경우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아 현황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짚었다.
가자지구 남부 중심도시 칸 유니스에선 일가친척 사이인 어린이 13명을 포함해 최소 38명이 이날 새벽 떨어진 이스라엘군의 폭탄에 목숨을 잃었다.
이날 공격으로 올해 17살과 15살이 된 형제자매를 잃었다는 살레 알파라는 가족이 안전한 건물 안쪽으로 몸을 피하려는 찰나 직격탄이 떨어지면서 건물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난 형제들과 아버지가 올 때까지 비명을 질렀고, 그들은 날 꺼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난 누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배포한 성명에는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을 공습과 포격으로 죽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때 하마스의 본거지였던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야 난민촌도 이날 공습을 받았지만, 인터넷과 전화가 모두 차단된 까닭에 사상자 집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발리야 난민촌 출신의 알자지라 방송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는 전날 오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대규모 폭격으로 11개 건물이 무너지면서 총 1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잔당 소탕을 명분으로 이달 6일 가자지구 북부 일대에 2개 여단 규모의 병력을 투입했고 현재는 자발리야 난민촌을 포위한 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이곳을 찾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자발리야가 함락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발리야에 가자지구 북부의 마지막 하마스 여단이 숨어있다면서 이들을 완전히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선 또다시 막대한 수의 민간인이 희생될 것이라며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유엔은 자발리야 난민촌과 주변 지역에 약 5만명의 주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북부가 이번 전쟁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직면했다고 믿는다면서 "이곳에서 이스라엘군은 사실상 전체 주민을 폭격과 포위, 기아 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가자 북부의) 상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 나빠지고 있다. 우리는 '잔혹 범죄'(atrocity crime)에 해당할 수 있는 것들에 직면했고, 여기에는 잠재적으로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확장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가운데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장기간 교착상태였던 휴전 협상을 내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영구적 휴전보다는 12일짜리 임시휴전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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