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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슈+] 위기의 핫플-"완전 작살났죠"⋯와르르 무너진 '젊음의 명소'

'핫플'의 추락 어쩌나⋯상가 '텅텅'
상점마다 임대 플래카드만 나부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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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던 전주 객리단길이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다. 조현욱 기자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알려진 상권마저 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상권이 엔데믹 이후 다시 활성화되나 싶었지만 고금리·고물가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지역 상권이 침체돼 가고 있다. 과거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에 남은 것은 '공실'뿐이다. 전국 곳곳 대표적인 상권이 텅텅 비어가면서 핫플이 매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역시 공실률이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을 대표하던 '핫플' 상권의 현실은 어떨까.
전북일보는 기획 1편 <위기의 핫플-'객리단길 마저도'…전북 상권 5곳 중 1곳 '텅텅'>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에 핫플이었던 객리단길, 전북대 대학로, 군산 영동상가∙나운동, 익산역 앞 등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작살났죠, 뭐."

지난주에 찾은 전주 객리단길. 이곳에서 만난 상인 A씨는 요즘 장사가 어떠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19 때보다 장사가 안 된다. 힘든 정도가 아니라 죽을 맛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골목마다 큰 상가, 작은 상가 예외 없이 '임대'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인 코너 상가마저 다른 상가가 들어오는 듯 '오픈 준비 중'이라는 플래카드만 펄럭였다. 과거 손님이 많던 음식점·카페 자리는 비교적 고정 지출이 적은 무인 셀프 사진관·오락실 등이 꿰찼다. 침체된 객리단길의 현실을 짐작게 했다.

명소를 의미하는 핫 플레이스(hot place·핫플)인 만큼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카페도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저녁에도 객리단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실상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주 구도심 지역이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조성된 객리단길은 당시 소자본의 청년 사업가와 젊은이들이 모여들면서 '객리단길' 붐이 일었다. 상권은 코로나19, 옥토주차장 폐쇄에 따른 주차난, 고물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빠른 속도로 침체됐다.

과거 객리단길이 있는 객사는 전주를 대표하는 최고의 핫플 중 하나였다. 전주시민이라면 "어디서 만날까?" 하면 "객사"라는 답이 바로 나올 정도였다. 전주의 중심부에 위치해 만남의 장소로 자리매김했지만 지금은 상권이 침체되면서 명성을 잃어 가고 있다.

상인 A씨는 "저야 건물이 집이니까 버티지, 아니었으면 폐업했을 듯하다. 객리단길이 초반에는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상가가 많이 들어왔다. 벌이가 안 되니까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다 빠지고 또 들어왔다가 다 빠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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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성지로 불렸던 전북대 대학로가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다. 조현욱 기자

전북대 대학로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학기 중 전공 서적을 품에 안고 선·후배 간 왁자지껄 떠들며 '젊음의 성지'로 불렸던 대학로는 이미 활력을 잃은지 오래됐다.

서부 신시가지가 새로운 상권으로 떠오른 데 이어 학생 수는 점점 줄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정착한 것도 대학로 침체에 한몫했다. 이전에는 음식점·카페에 모여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포장·배달이 익숙해진 것이다. 여러 명이 모이던 문화도 사라지고 소모임 형태로 바뀌기도 했다.

객리단길보다 유동 인구가 많아 저녁이 되면 여전히 북적이긴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학로가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었지만 객리단길과 유사하게 지나다닐뿐 내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최유일 전북대 대학로 상인회 수석부회장은 "요즘 (대학로 상가가) 다 어렵다. 10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조금씩 안 좋아졌는데 코로나19가 온 뒤로 더 안 좋아졌다. 엔데믹 이후 활기를 찾나 했지만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면서 "사람이 안 돌아다닌다. 손님이 줄면서 매출도 떨어졌는데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 지출은 계속 올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군산·익산도 예외는 없었다.

군산 상권의 상징이었던 영동 상가는 전체 120여 개 매장 중 현재 20여 개만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저녁이면 이 일대가 어두운 공간으로 변하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다.

또한 나운동 시민문화회관 앞 상가도 문 닫은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뷰티샵을 비롯해 의류매장, 스포츠웨어 매장 등이 운영됐던 이 곳은 나란히 상가임대 안내판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중심상권 지역이었던 영동(원도심)을 중심으로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양호한 상권을 자랑했던 수송동 역시 간혹 빈 점포가 발견되면서 경기 불황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이 같은 경기불황이 지속될 경우 원도심처럼 지역 곳곳에 슬럼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때 ‘작은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상업과 금융, 문화의 중심지였던 익산역 앞 문화예술의거리(옛 영정통)는 1990년대 이후 신도심 개발 등으로 익산의 중심이 영등·부송동 일대로 옮겨가면서 점점 활력을 잃어버렸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번화가의 명성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익산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의지를 갖고 지난 십수 년에 걸쳐 문화예술의거리를 조성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일부 입점해 있는 공방·카페·식당이나 이따금씩 열리는 단발성 행사 외에 사람들로 가득 찼던 예전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익산아트센터와 익산근대역사관이 보다 활성화되고 익산시가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치킨거리 조성과 인근 1382세대 규모 아파트 입주가 내년 3월 이뤄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직까지 예전 같은 활력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실정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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