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대중교통의 완전한 배리어프리 구현 공표
2009년 버스 저상화·2017년 트램 저상화 달성…철도 2030년까지 구현
'평등할 권리' 원칙으로 모든 교통약자 함께 이용토록 설계
배리어프리 담당자 하인즈 "특정인 배려 아닌 모두의 편리 1순위"
지난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단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장애인 버스정류장 이용 등에 관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버스정류장을 개선하고, 교통약자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에서였다. 지난 2021년에도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시위를 진행했다. 출근길 시위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막는 사회 구조와 그간 외면했던 교통약자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시위 과정에서 표출된 장애인 혐오와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작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반면 교통약자 이동권에 성숙한 의식을 보유하고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모범도시 독일은 기존 시설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통약자가 겪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물리적, 심리적, 제도적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모두가 쾌적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개념이 사회 전반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대중교통의 완전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독일 전국 16개 정부는 2022년 1월 1일까지 모든 지자체가 대중교통의 완전한 배리어프리를 구현할 것을 의무로 하는 여객 운송법 제8조 1항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독일은 배리어프리를 달성하기 위해 교통 환경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은 베를린에서는 6600여 개의 버스정류장을 배리어프리 기준에 충족하도록 개선했다. 베를린에서는 2009년부터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운행되고 있으며 2017년 트램 역시 모두 저상화 되어 휠체어 탑승객이 혼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 저상버스 비율은 3~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낡고 오래된 역이 많아 철도는 완전한 배리어프리가 구현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베를린 교통공사는 2022년 배리어프리를 포함한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해 모든 기차역에 한 개 이상의 승강장을 완전한 배리어프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대중교통 무엇이 다를까
독일 대중교통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와 임산부 등 모든 교통약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폭넓게 설계되어 있다. 버스․지하철․지상철의 입구를 넓게 만들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승․하차 할 수 있도록 했다. 입구와 가까운 위치에 교통약자 전용 좌석과 회전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휠체어가 들어가는 공간에도 좌석을 최소 2개 이상 배치해 누구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장애인 좌석 조성으로 자칫 교통약자 특혜라는 부정적 관점을 없애기 위한 시도였다. 독일 정부는 ‘평등할 권리’를 기본 원칙으로 대중교통을 디자인해 심리적 장벽을 제거한 셈이다. 또한 교통약자를 위한 정차 스위치와 손잡이 위치를 다양한 높이로 설치되어 있으며, 접었다 펼 수 있는 수동식 발판(램프)의 생활화로 휠체어 탑승객․유아차 사용자들이 버스와 트램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버스의 경우 승강장 정차 시 출입문 쪽으로 버스가 살짝 기울어져 휠체어 탑승객․유아차 사용자들의 출입을 돕는다. 수동식 발판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가운데 문을 먼저 열어 휠체어 탑승객부터 승․하차 할 수 있도록 한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질서에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특정인 배려 아닌, 모두의 편리 위한 움직임
지난 8월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시청 배리어프리 담당자 하인즈(Heinz)는 “독일 전역에 배리어프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장애인을 배려하자는 취지만은 아니다”며 “휠체어 탑승자를 비롯해 유아차 사용자, 노인과 어린아이 건강한 성인까지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베를린에서는 지하철 승무원들이 휠체어 승차를 돕는 발판을 설치하고, 그 위로 휠체어 탑승자 뿐만 아니라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도 익숙하게 오르내린다. 또한 휠체어 동선과 경사도가 표시된 길 안내판과 기울어지는 버스까지 독일의 교통약자 정책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일 국민 모두의 편리를 위해 이뤄졌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마틴(Matin)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은 고령자와 장애인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어린이까지 모든 이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며 “독일에서는 특정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환경 조성 움직임이 해를 거듭할수록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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