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닳는 날까지 함께하려구요."
23년간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참가 선수·시민의 안전을 지키던 조형래(61) 씨가 지난해 경찰에서 퇴직하고 택시 운전사의 모습으로 대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회의 숨은 주역이자 산증인인 조 씨가 경찰이 아닌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대회장을 찾은 것이다.
올해로 대회에 24년째 참가한다는 조 씨는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퇴직 후에도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선수들 테이핑까지 도왔다. 7년 전 밤에 음주 차량을 잡다 전봇대에 걸려 발목 힘줄이 끊어져 수술했던 조 씨는 힘줄 회복과 경찰 임무를 위해 테이핑을 배웠다. 7년간 테이핑 노하우를 쌓아온 셈이다. 여기에 등산과 마라톤을 좋아하는 조 씨의 애정을 더했다.
그는 "오랫동안 교통 관리를 해서 주최 측 마음도 알고 44세부터 등산과 마라톤을 해와 선수들의 마음도 잘 안다.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을 어떻게 보호해 줄 수 있는지,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뛸 수 있을지를 알고 있다"면서 "선수들도 저를 믿고 테이핑이나 교통 관리해 주면 좋아해 주니까 뿌듯하다"고 했다.
조 씨는 계속해서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택시 운전하고 걸을 수 있는 한 대회에 계속 참가할 것 같다. 선수 테이핑 등 보조 업무 자원봉사를 이어 나가려고 한다"면서 "대회에서 선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나만 알 수 있다.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보람이 있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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