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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 누군가가 준 소중한 선물일 수 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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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용 전주 우리들병원장

많은 사람들이 질병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고 혹시나 질병에 걸리면 불안해하고 힘들어 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신경외과 의사이며 지금까지 약 30년간 환자를 보고 진단하고 치료하며 살았습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지는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 

뇌출혈이 발생하여 수술을 권유하면 어찌할지 몰라 하던 보호자 분들!

허리에 디스크가 파열되고 신경마비가 발생하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본인의 건강 회복보다 직장 복귀를 먼저 걱정하던 40~50대 가장이셨던 직장인분들!

신경마비가 발생하여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셔도 수술을 권유하면 퇴직

 후에나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하시던 60~70대 경비원 분들! 

고혈압성 뇌출혈 수술을 받고 한쪽 편마비가 발생하여 대금을 불지 못하게 되셨던 남원의 어떤 인간문화제 분!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5살짜리 어린아이….

돌이켜 보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많은 환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이든 다행이든 이 모든 질병들은 결국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죽은 사람에게는 질병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질병은 죽은 사람이 맛볼 수 없는 살아있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세상에 완벽한 절대자가 있어 그 완벽한 절대자가 인간을 창조했다면 굳이 왜 불완전하고 불편한 질병이라는 혹을 인간에게 부쳐주었을까?

태어나서 살고 무탈하게 살다가 자연사하게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물론 자연사든 노화든 이 또한 질병의 하나로 볼 수 있기에 여차 저차 질병 없는 세상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가끔 생각만 해본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질병은 인간에게 왜 허락된 것일까요?

이유 없는 존재는 없기에 가끔 이 또한 생각해봅니다.

55세의 완숙한 남자 가장에게 찾아온 파열성 디스크 병(Ruptured disc)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40대의 젊은 여자에게 찾아온 뇌종양은 이 젊은 여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65세의 어머니에게 찾아온 척추 전방전위증은 이 어머니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혹 이 질병은 이 사람에게 누군가(신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가 준 선물은 아닐까?

인생을 충분히 살았고 열심히 세상과 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한 완숙한 중년의 환자들에게 찾아온 시련은 이분들에게 무슨 의미인 걸까?

자신의 몸 한 번 제대로 돌볼 시간도 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온 환자분에게 신이 주신 선물일 수는 없는 것일까?

한 달에 하루 쉬는 것도 어려워서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 한국의 성실하고 착한 

생활인들에게 신은 잠시라고 쉬면서 자신의 몸을 한 번쯤은 돌아보라고 주시는 선물은 아닐까?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세상과 가족을 위해 노심초사 고생한 나에게 조금의 휴식이라도 가지라는 그 누군가의 선물일 수는 없는 것일까?

녹슬고 고장난 자동차는 멀리 달릴 수 없습니다.

병든 몸을 이끌고 무조건 달려가기 보다는 좀 쉬면서 몸도 고치고 지금껏 잘 달려왔는지,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달려가야 하는지, 아니면 목표도 수정하고 방향도 바꿔봐야 하는지 생각도 해보고 휴식도 취하라는 누군가의 선물은 아닐는지….

몸이 건강해야 세상의 고난도 짊어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야 일이 즐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질병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 누군가가 준 소중한 선물일 수 있습니다.

△김대용 원장은 우리들병원(청담동 본원)척추 전임의, 광주 우리들병원 병원장, 광주 북구 우리들병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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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절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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