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은 지도자의 첫째 덕목으로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안연(顏淵)편에 나오는 공자의 정치 철학이다. 공자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논하며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말은 개인의 삶에서부터 국가의 통치에 이르기까지, 신뢰가 없이는 어떤 것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는 공자의 철학적 선언이다.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자공이 공자께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식량이 풍족하고, 군사가 풍족하고, 백성이 신뢰하여야 한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셋중 하나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공자는 먼저 군사를 버리라 하였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나머지 둘중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공자는 식량이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누구에게나 죽음은 있게 마련이며,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위 내용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라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우며 농경사회의 시대적 환경을 감안하면 사실은 백성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식량이다. 먹을 것이 있어야 사람들은 생활을 유지하고 정부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먹는 것이 정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국가의 병력은 국가간 전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재산을 보호한다. 그러므로 병력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공자는 식량과 군사도 중요하지만 지도자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나라가 망하게 되기 때문에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고 피력하였다.
공자는 또 논어 위정편에서 “사람이 신의가 없다면 그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큰 수레에 멍에가 없고 작은 수레에도 멍에가 없다면 어찌 수레를 끌고 갈 수 있겠는가? 소나 말에 멍에가 없다면 어찌 수레를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겠는가?” ‘멍에 없는 수레가 제구실 못하고, 신의 없는 인간이 제구실 못한다’고 하였다.
공자의 가르침대로 ‘무신불립’은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평소 인간관계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무신불립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 국가 전반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업이 고객과의 신뢰를 잃으면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도태하게 될 것이다. 지도자와 국민, 국민과 국민 간의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신뢰가 깨지면 관계는 더 이상 온전히 유지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정당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작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정부와 국민이 적대시하고 무장한 군인이 국회와 정부기관을 장악하며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이에 국민과 국회의원은 비상계엄 해제와 탄핵을 주장하였고, 결국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어 대통령으로서 직무가 정지되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고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엄중한 시기에 순자(荀子)의 교훈이 생각난다. 순자는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라고 하였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고,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입으로는 온갖 좋은 말을 하면서도 정치적 계산만 하고 탐욕의 마음이 가득 차 있다면 국민이 지도자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 앞으로 공직자나 국민이나 모두가 공자의 대표 사상이자 철학인 무신불립을 마음에 새기고 명심한다면 우리는 더 좋은 사회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오세환 고창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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