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히말라야 랑탕 2부 대자연의 땅, 사람의 길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히말라야 랑탕에서의 여정을 계속한다. 웅장한 협곡 안에 들어앉은 라마호텔(2,480m)에서 하룻밤을 보낸 일행은 청량한 계곡 물길을 따라 다시 길을 나선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상쾌한 공기와 말간 풍경 덕에 한결 가벼운 걸음을 잇는 일행. 청명한 하늘 아래 한층 선명해진 랑탕의 영봉들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길에는 랑탕 최고봉 해발 7,227m의 랑탕리룽이 눈부신 신비로움을 한껏 자아내고 있다. 협곡을 벗어나자 점점 제 몸을 일으키는 산길. 트레커들의 무거운 짐을 싣고 투박한 오르막을 앞서 오르는 당나귀들과 땔감과 봇짐을 짊어진 원주민들이 함께 지나는 랑탕의 길은 우리네 옛길을 닮아있다. 절로 떠오르는 옛 추억에 잠겨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 지 얼마나 됐을까. 해발 3,000m대에 오르자 울창하던 숲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곳곳에서 펄럭이는 타르초와 룽다가 부처의 가르침을 바람에 실어 보낸다. 곧이어 산비탈에 드넓게 펼쳐진 너덜지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발 3,430m에 자리한 이곳은 랑탕 트레킹의 중심이 되는 곳이자 코스 내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던 랑탕 마을. 하지만 2015년에 일어난 7.8규모의 강진으로 수백 년 된 가옥들과 수많은 마을 주민들, 그리고 트레커들이 하룻밤 사이 모두 땅속에 묻히고 말았다. 한순간에 가족과 집을 잃은 이들의 고통과 그런데도 다시 살아가려는 삶의 의지가 폐허로 변해버린 마을 위를 맴돈다. 일행은 마을 한쪽에 마련된 지진 참사 추모비 앞에서 희생자들의 영혼을 추모하며 오랫동안 걸음을 잇지 못한다. 다음 날 아침, 간밤에 내린 눈으로 전날과는 확연히 다른 순백의 세상이 되어 버린 랑탕 마을. 일행은 벅타의 안내에 따라 다음 목적지 해발 3,830m에 자리한 캉진곰파를 향해 여정을 이어가 보기로 한다. 하지만 거센 눈보라와 얼음장처럼 바람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한 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다. 추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시야까지 흐릿하게 가로막혀 극도의 공포감이 찾아온다. 우연히 발견한 민가에서 언 몸을 녹이기로 한 일행. 잠시 후 눈발이 잠잠해지고 하늘이 조금 열리자, 서둘러 남은 여정을 이어간다. 마침내, 랑탕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 캉진곰파에 다다른다. 하지만 다시 뿌옇게 차오르는 안개와 점점 더 세차게 몰아치는 눈보라. 더 이상의 산행은 무리라고 판단한 일행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랑탕의 품을 내려서기로 한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깨달음의 길, 히말라야 랑탕에서의 여정을 <영상앨범 산>에서 만나본다. ◆ 출연자 : 홍미애 /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김성선 / 공정여행가, 벅타 / 산악 가이드 ◆ 이동코스 : 라마호텔(해발 2,480m) ~ 랑탕 마을(해발 3,430m) ~ 캉진곰파(해발 3,83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