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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탈출, 문화체험] ⑥ 아캉스(art vacance) - 비행기 티켓 대신 공연·전시 티켓을

최근 아캉스라는 신조어가 많이 들린다. 아트(art)와 바캉스(vacance)를 결합한 용어로, 도심 속 문화공간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긴 시간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기분을 전환 할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올 여름엔 항공권 대신 공연전시 관람권을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 △ 전시+공연, 온종일 놀자 전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해 익산예술의전당, 군산예술의전당은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예술공간.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는 무더운 낮 기온을 피해 온종일 놀 거리가 있는 곳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는 9월 2일까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의 이름을 건 앤서니 브라운- 행복한 미술관전이 열리고 있다.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고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또 5일까지 전국청소년연극제 무대가 이어진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 그림자 극으로 만나는 환상의 음악여행 기획공연, 판소리 창작 뮤지컬 달아 높이 올라 등 이달에도 공연이 풍성하다. 익산 예술의전당에서는 19일까지 원로 화가 박남재와 젊은 미술가 홍남기의 2인전 두개의 시간이 열리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익산시립예술단의 상설공연이 있고, 주말에는 태권발레, 연극, 판소리 공연 등도 열린다. 군산예술의전당에서는 오는 3일과 4일 여름 특집으로 방송뮤지컬 댄스와 클래식 공연을 마련했고, 가수 BMK콘서트, 가족뮤지컬 정글북 등 크고 작은 무대가 계속된다. 전시는 여름 시설점검으로 인해 11일부터 재개한다. △미술관 투어, 이색 공간도 추천 상대적으로 전시장이 많은 전주와 군산에서는 미술관 투어를 해도 좋다. 전주는 한옥마을 내 교동미술관, 서학동 예술마을 내 서학동 사진관, 천변길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우진문화공간, 신시가지 도심 속 누벨백미술관, 구도심의 문화공간 기린 등이 있다. 군산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이당미술관, 예깊미술관 등은 관광지 인근에 있어 1석 2조다. 나들이 겸 근교 전시장을 찾아가는 것도 추천한다. 완주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교류 기획전 변방의 파토스가 9월 9일까지 진행 중이다. 남원 수지미술관에서는 26일까지 사랑을 표현하는 남원 출신 작가 6명을 초대해 전시를 열고 있다. 폐교를 재단장한 수지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야외 조각공원, 쉼터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매력적이다. 서해의 드넓은 갯벌을 앞에 둔 부안 휘목미술관 역시 전시장과 함께 야외 조각공원이 인상적이다. 양곡창고를 개조한 순창의 옥천골 미술관과 섬진강 미술관, 올 여름에 운영하는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완주 연석산 미술관, 정읍시립미술관 등도 감성을 살찌우는 곳이다. <끝>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01 19:57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⑤ 미술치유 - 나는 퇴근하고 그림 그리러 간다

직장 업무도 녹록지 않은 데 날씨까지 짜증스럽다. 지친 일상에 활력소가 될 돌파구가 필요한 요즘, 미술 치유가 인기다. 직장인 취미 미술과 비슷하지만, 자기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며 관계를 맺고 일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학교 미술 시간에만 그림을 그려본 기자가 지난 7월 26일 강습이 열리는 전주 문화파출소 덕진에서 직접 미술 치유에 참여했다. 이날 기존 교육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4컷 카드 액자를 만들었지만 첫 수업인 기자는 엽서 만들기를 했다. 수박을 그리겠다고 하자 김혜인 치유 미술 강사가 질문했다. 왜 수박을 그리시려고요? 여름에 어울리는 제철과일이고 시원해 보여서요. 또 제가 요즘 수박주스를 즐겨 먹기 때문입니다. 하하. 그림만 그리면 되는 줄 알았더니 주제에 관해 말도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기자의 일상 이야기가 나왔다. 기자, 강사, 수강생 사이에서 요즘 즐겨 먹는 제철과일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대부분 비전공자들이기에 사진을 보고 그린다. 연필로 밑선을 그린 후 지우개를 눕혀 살살 지워준다. 연필 흔적만 남겨야 깔끔하게 채색할 수 있다. 바탕색을 칠할 땐 비슷한 두세 가지 색으로 그러데이션을 줘야 단조롭지 않아요. 테두리는 연필처럼 날카롭게 깎아 얇고 진하게 그려주세요. 선을 선명하게 살려내야 기성품 같은 그럴듯한 디자인이 되죠. 강사가 색을 섞거나 채색하는 법 등을 맞춤형으로 가르쳐줘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10여 년 만에 색연필을 잡아본 기자도 제법 멋진 엽서를 완성했다. 뿌듯함과 만족감이 차오른다. 기자의 옆에서 4컷 카드 액자를 만들던 정유경(26) 씨는 주중엔 수업이 있는 목요일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우연히 신청했는데 이정도로 힐링이 될 줄 몰랐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 수, 목요일쯤엔 지치거든요.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예쁜 색깔을 보니까 기분 전환이 됩니다. 소소하지만 매번 내가 만든 성과물이 나오는 것도 좋아요. 현실은 내 맘처럼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각자 작품을 완성한 후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정수연(21) 씨는 가족과 여름을 맞아 워터파크로 놀러 갔던 기억을 꺼냈다. 집 안 베란다가 화원이 될 정도로 식물을 좋아하는 50대 아주머니의 식물 관찰 이야기도 나왔다. 김혜인 강사는 미술 치유는 그림을 매개로 사람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업은 쉽고 함께 하는 활동이 많다. 첫 시간은 무조건 인물 컨투어 라인드로잉이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3초간 본 후 선을 한 번도 떼지 않고 그려주는 것. 수차례 반복하면서 특징을 파악, 그림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주변 사람에 관한 관심을 높여주고 이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관계 맺기에 좋다. 김 강사는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계적인 일상에 회의감을 느껴 그만뒀다며 미술 치유가 삶이 공허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공동체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7.31 19:34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④작은 도서관 - 시원한 도서관에서 마음껏 뛰놀자!

여름엔 아이들도 덥다. 그래도 뛰놀고 싶은 게 아이들이다. 땡볕에 땀 줄줄 흘릴 걱정 없이 신나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곳이 있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 온 가족이 소리 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화영화도 감상할 수 있는 곳, 밤에는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다 잠드는 곳. 바로 어린이 작은 도서관이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도서관일 것이라고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의 천국으로 떠나보자. △놀이터, 캠프장, 학교도서관이 변한다 날이 너무 더워서 아이들 데리고 여름 휴가 왔어요. 공공 도서관인데 소리 내 책을 읽어줘도 눈치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에 책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고 시원하게 뛰놀 수도 있죠. 키즈 카페보다 편하고 좋아요. 지난 27일 전주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 양미란 씨는 세 자녀와 함께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막내가 의자를 끌고 부산하게 움직여도, 이 씨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도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기자의 등 뒤로는 부산한 발소리가 쿵쿵 지나갔다. 뛰어온 초등학생 5명이 독서 공간 뒤편의 달팽이 공간(구석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아지트)에 들어가 보드게임을 했다. 딱딱했던 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어른과 어린이로 나눠진 열람실에서 숨죽여 책을 읽던 곳에서 가족친구들과 책을 매개로 함께 즐기는 체험형 공간이 됐다. 김경희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책을 통해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공간이라며,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니 일단 도서관으로 피서를 오라. 상상보다 매력적인 공간이기에 분명히 계속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방학 특집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주체적인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난 이 책을 읽을 거예요 목록을 작성하고 도서관 사서와 함께 실천한다. 8월 8일~10일 도서관에 모여 낭독을 하고, 8월 7일에는 생각놀이 과학미술 프로그램을 한다. 인기가 좋은 도서관에서 1박 2일 캠프도 8월 31일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에 하는 영화 상영도 주중까지 확대했다. △도서관 돌며 스탬프 받고 선물도 받자! 전주에는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을 포함해 28개의 공립 작은 도서관이 있다. 전주시립도서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2018 전주독서대전과 연계해 작은 도서관 스탬프 투어를 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작은 도서관별로 준비한 미션을 수행하면 도장(스탬프)을 받는다. 3곳 이상 도장을 받으면 오는 9월 열리는 전주독서대전의 무료 체험권을 준다. 또 작은 도서관에서 한 번에 대출 가능한 책의 수도 10권으로 늘어난다. 미션은 각 도서관의 성격을 잘 드러내면서도 쉽다.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은 책마루로 삼행시를 지으면 되고, 건지산 숲속 작은도서관은 나무 안아주기를 하면 된다. 장애인을 위한 열린점자 작은 도서관에서는 흰지팡이 들고 사진 찍기, 만화책이 많은 중산작은도서관에서는 캐릭터만화 그리기를 하면 된다. 투어는 9월 13일까지 진행한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7.30 19:10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③ 심야 책방 - 잠못 이루는 밤…독서 삼매경 빠져볼까 새로운 세상속으로 '풍덩'

폭염이 낮밤을 잊은 채 기승이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룬다면 심야 책방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전주 심야 문학서점 L의 서재 책방지기는 책은 역시 밤과 궁합이 맞다고 했다. 주변이 모두 침묵 속으로 빠져들 때,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보자. △매달 마지막 금요일 심야 책방의 날 야밤에 재미난 일을 꿈꾸는 밤도깨비들은 오는 27일을 놓치지 말자.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 책의 해를 맞아 심야 책방의 날을 마련한 것. 전북에서는 군산 한길문고, 익산 호남문고, 전주 책방 토닥토닥, 전주 책애바라 등 4곳이 매주 금요일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시민들을 기다린다. 늦은 밤까지 시원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점별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함께 읽기의 즐거움과 책의 새로운 매력을 나눌 수 있다. 저녁 10시에 전주 서부시장 청춘시전 내 서점 책애바라를 방문하면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며 책에 관한 수다를 나눌 수 있다. 책을 사면 에코백을 증정하고, 읽지 않는 중고 책을 가져오면 동일한 가격대의 중고 책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책을 사거나 읽지 않아도 일단 서점에 오면 이득이다. 무료로 부채를 나눠주고,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면 추첨해 상품도 준다. 미션카드를 작성하면 볼펜 책갈피를 증정한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책방 토닥토닥은 여름을 주제로 한 책을 모아 여름의 맛 기획전을 열었다.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랠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도 한다. 군산 한길문고에서는 맥주로 목도 축이는 책맥파티가 열린다. 청소년은 아이스티를 마실 수 있다. 익산 호남문고에서는 책을 구매하면 에코백이나 책갈피를 증정한다. 심야 책방의 날은 하반기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진행된다. △낮에도 열지만 밤에도 특별한 서점들 전주 주택가에 있는 L의 서재는 심야 문학서점이다. 낮에도 문을 열지만 밤 8시부터 11시까지는 책방지기(대표)인 이재규 씨가 직접 독자를 맞는다. 책을 추천해주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길목이 아님에도 일부러 찾는 단골이 상당하다. 이 대표는 밤은 다른 차원으로 훌쩍 건너뛰는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이라며 밤 사이 어느 한 소설가에게 푹 빠져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앞에 위치한 북스포즈도 매달 한 번씩 새벽 3시까지 운영한다. 78월에는 열대야로 한 달에 두 번으로 늘렸다. 매번 콘셉트를 달리한다. 밤 11시 30분까지 자유롭게 독서를 한 후 그날 주제에 맞춰 단체 대화를 시작한다. 오는 27일에는 만화를 주제로 새벽 2시까지 이야기한다. 각자 좋아하는 만화책을 가져와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7.24 19:36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② 과일 카빙 - '여름의 맛' 두배로 즐겨볼까

수박이 화려한 꽃이 됐고, 파인애플은 녹색 깃털의 새로 변신했다. 예술작품이 된 제철 과일. 바로 과일카빙이다. 과일카빙은 샤또 나이프라는 전용 칼로 과일에 예쁘고 멋스러운 모양을 내거나 연꽃, 용, 백조 등의 형상을 조각하는 것이다. 용도에 따라 간단한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기도 한다. 수도권에서는 널리 인기를 끌고 있는 문화 활동인데, 아직 전북에서는 입소문이 나지 않았다. 개인 카빙공방에서 하는 취미전문 강좌나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문화파출소 덕진에서 여름 과일카빙 특강 정도가 열리고 있는데, 체험한 수강생들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여름에 집에서 수박을 많이 먹잖아요. 보통 토막 내서 써는데 한두 가지라도 모양을 내면 더 맛있어 보이고 특별해 보여요. 손님을 맞을 때 간단하지만 고급스럽게 대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서기수52)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문화파출소 덕진 과일카빙 특강을 듣는 서기수 씨를 비롯해 수강생들이 꼽은 과일카빙의 매력은 여름의 맛을 두 배로 즐긴다는 것이다. 수박, 참외, 멜론 등 당도가 높고 신선한 제철 과일을 눈과 입으로 만끽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여름 식탁을 빛내는 활력소다. 안지성(62) 카빙데코레이션 강사는 카빙은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초보자 과정부터 특이한 재료 사용과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는 전문가 과정까지 있다며 자유롭게 도안(디자인)을 짜거나 응용할 수 있어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강좌 때는 카빙용 샤또 나이프를 지급하지만, 일반인이 시중에서 살 수 없다고 한다. 집에서는 과도를 사용해 간단한 꽃모양 등을 낼 수 있다. 또 모양틀 사용을 추천한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쉽게 멋을 낼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해보는 것도 좋다. 안지성 강사는 속을 판 오렌지에 조각낸 과일을 담은 과일 보석함 같은 경우 유치원에서 주문이 굉장히 많다며 과일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예쁜 모양에 반해 거부감 없이 다가간다고 말했다. 취미로 시작해 전문 강사가 될 수도 있다. 지역에 과일카빙 강좌는 적지만 주부 등 관심 있는 수요층은 많아 전망이 좋은 편이다. 전문가 과정을 배우고 있는 박주은(30) 씨는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고, 기술이기 때문에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다며 성취감도 크고 재미있어서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7.23 20:01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① 필사 - "한 글자 한 글자 써가는 즐거움…잡생각 싹~ 우울증도 이겨냈어요"

예년보다 일찍 물러난 장마에 연일 불볕더위다. 얼굴은 불그죽죽, 몸은 축 늘어진다. 하지만 더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순 없다. 폭염과 열대야는 한 달 이상 이어질 예정.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자. 이 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6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사나흘 주기로 울리는 폭염특보야생진드기 안내 문자에 에어컨 앞이 유일한 안식처인 요즘이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 곁에서, 사각사각 연필심 소리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필사(筆寫). 실내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고, 정적이지만 활력은 큰 문화 활동이다. 독서보다 접근하기 쉽고 우리 말씨의 매력은 더 깊게 다가온다. 김미숙, 김은주, 최경아, 이경미 씨 등 시민 30여 명은 지난 4월부터 매주 목요일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소설 <혼불>을 필사하고 있다. 필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사람이 대부분인데 벌써 4개월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교육청과 최명희문학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소설 <혼불>에 대한 강연을 듣고 함께 필사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분량을 채웠다. 일반적으로 소설이나 시 등을 베껴 쓰는 필사는 눈으로 읽었을 때 놓치기 쉬운 좋은 글귀나 고운 우리말을 되새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일반적인 독서에 비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저자의 의도, 감성 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필사를 질적 독서라고 일컫는 이유다. 특히 최명희의 소설 <혼불>은 질박한 사투리와 순수한 우리말을 아름답게 녹여 전라도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살필 수 있다. 방정임(56) 씨는 <혼불> 필사를 하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많은 미사여구를 배웠다며 언어의 기적을 깨우쳤다고 말했다. 필사는 정적인 활동인 것 같지만 삶의 활력이 된다. 가만히 있어도 지치는 여름, 명상하듯 필사를 하면 마음이 꽉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낍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가는 즐거움은 시름을 잊게 할 정도예요. 더운 날 땀 흘려 몸을 쓰지 않아도 성취감이 큰 문화 활동이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어요.(박정미51) 일부 참여자는 활력을 넘어 치유의 효과도 얻었다. 김미숙(54) 씨는 필사를 하면서 갱년기 우울증을 물리쳤다며 글자를 옮겨 쓰는 일을 반복하면서 잡생각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졌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이겨냈다거나 집에서 필사하면 대화거리가 생겨 가족 간의 관계도 돈독해졌다는 참여자도 많았다. 최근 울산에서 전주로 옮겨 온 전선경 (43)씨는 낯선 새 터전에서 위로가 되는 든든한 친구를 얻었다. 자투리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 즐기는 것도 필사의 큰 장점이다.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며 흘려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은데, 이 시간을 모아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또 모여서 함께 하면 포기하지 않도록 힘이 되지만 혼자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어 인기가 있다. 지난해부터 필사 책이 베스트셀러 안에 꾸준히 들고 있으니 말이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볼 것을 추천한다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에 닿는 단어와 문장을 쓰다 보면 펜과 종이의 세계, 글쓰기에 대한 욕심도 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7.22 19:25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