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모두를 위한 궁전, 도서관 공간혁신 사례와 정책과제(상)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는 전북지역 사회, 환경, 문화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담론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장우연 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독립연구자),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영일 지방학예연구관(문화재청 파견), 한지영 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등이 참여해 도내 곳곳의 이야기 등을 전합니다. '2024 참여&공감 시민기자가 뛴다'는 오는 11월까지 매주 목요일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최근 공공도서관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랜드마크 건축 디자인, 카페와 같은 편안한 분위기, 음악·미술 등 특성화된 콜렉션까지 기존 천편일률적이었던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의 개선과 도서관 수 증가 등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독서문화를 진흥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한 도서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 이에 본 기자의 게재일 두 차례에 걸쳐 국내·외 도서관 공간혁신 사례와 전북 지역의 도서관 정책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책의 도시 전주, ‘우주로 1216’과 특성화도서관 전주시는 2021년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선포하고, 기존 서고와 독서실 중심의 도서관을 탈피하고 열린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조성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은 그 대표사례로 1층에 카페가 있고, 중앙홀이 개방되어 있으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곳곳에 쿠션이 있어서 눕거나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전주시립도서관 3층에는 ‘우주로 1216’이라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 있다. 12세부터 16세까지의 트윈세대 청소년 전용공간인 ‘우주로 1216’은 디지털 드로잉, 종이 작품 만들기, 뜨개질 등 다양한 창작활동과 관심 주제별 독서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공간 조성부터 운영까지 실제 공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이 외에도 전주시 곳곳에는 다양한 특성화도서관들이 있다. 여행을 테마로 한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과 다가 여행자도서관, 예술을 테마로 한 서학예술마을 도서관, 팔복예술공장 내에 조성한 그림책도서관, 숲속에서 힐링하며 시를 읽을 수 있는 시집도서관, 한옥마을과 덕진공원 같은 관광지에 조성한 한옥마을도서관과 연화정도서관 등 여행, 문학, 예술, 지역 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특성화도서관들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주 최초의 시립도서관인 금암도서관을 비롯하여 평화·삼천·인후·송천 등 생활권에 있는 공공도서관을 리모델링하여 멋진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이와 같은 전주시 도서관 공간 혁신 결과 2023년 기준 197만명의 이용자가 도서관을 다녀갔으며, ‘22년 대비 대출권 수는 5% 증가하고, 이용자 수는 24% 증가하였다고 한다. 도서관 공간 혁신이 이용자 증가라는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국내 공공도서관의 혁신과 공간 변화의 의미 공공도서관의 혁신과 변화는 전주만의 얘기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도서관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03년 국내 1호 기적의 도서관이 설립된 전남 순천시에서는 2014년부터 그림책과 원화를 전시하고, 인형극을 공연하는 그림책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전남 최대 규모의 도서관이자 복합문화공간인 신대도서관을 개관하고, 생태환경에 특화된 조례호수도서관을 리모델링하여 재개관하는 등 정원도시뿐만 아니라 도서관 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도 2007년 천문·우주 특화도서관인 과학도서관을 조성하였고, 도서관과 미술관이 융합된 개념의 복합문화공간인 미술도서관(2019년)과 블랙뮤직(재즈·블루스·힙합·R&B)을 중심으로 CD, LP, 악보 등 다양한 음악 자료를 듣고, 빌릴 수 있는 음악도서관(2021년)을 차례로 개관하였으며, 최근에는 기존 어린이도서관을 영어도서관(2022년)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등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특화도서관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의정부 시 공공도서관 총 이용자 수는 약 115만 명인데, 그중 과학·미술·음악·영어 4개 특화도서관 이용자 수는 약 83만 명으로서 전체 도서관 이용자 수의 약 72%에 이른다. 이와 같이 전주를 비롯한 국내 도시들이 특화된 공공도서관을 조성하고, 도서관 공간환경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또한, 많은 시민들이 개방형 도서관, 특성화 도서관 같은 새로운 환경의 도서관을 즐겨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 국내에 있는 대다수의 공공도서관들은 장서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대출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도서관을 운영해왔다. 도서관의 3요소인 ‘건물’, ‘사람’, ‘책’ 중에서 ‘책’이 강조된 것이다. 물론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도서관은 무엇보다 책을 읽는 곳이며, 사람들 간의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교육·돌봄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선 책의 저장소로서 도서관의 역할보다 책을 읽는 장소로서 도서관의 역할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트 에코는 “도서관의 목적은 책을 보존하는데 있는가, 책을 읽기 위한 곳인가?”라고 하며, 도서관은 사람들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루이스 칸은 “도서관의 본성은 도서관이라는 건물과 다르다. 도서관은 책을 찾아서 읽는 곳이지 책을 빌리는 곳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며 도서관의 본성이 건물이나 책 자체보다 책을 읽는 사람과 행위에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도서관은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도서관은 지역 공동체의 거점으로서 독서모임, 공동육아모임, 기타 각종 동호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커뮤니티 공간과 관련하여‘제3의 장소’라는 말이 있다. 『제3의 장소(원서: The Great Good Place)』의 저자인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는 ‘제3의 장소’는 “제1의 장소인 가정, 제2의 장소인 직장이 아닌 카페와 같이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하였다. 지역 공동체의 거점이고, 누구나 편하게 모일 수 있는 도서관은 대표적인 ‘제3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많은 시민들이 기존의 엄숙하고 딱딱한 도서관보다는 카페와 같이 편안한 공간, 개방되고 자유로운 공간 분위기를 선호하는데, 이러한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 또한 ‘제3의 장소’로서 도서관의 기능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같은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도서관은 지역 기반의 공동체 모임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책문화 활동과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의 교육·돌봄 등의 공공서비스 제공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학교와 복지시설에서 기본적인 교육·돌봄 기능을 수행하겠지만,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어르신들의 고독과 고립 문제, 아이들 돌봄 문제가 심해짐에 따라 사회적 인프라로서 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는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원서: Palaces for the People)』라는 책에서“사회적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는 도서관, 학교, 공원, 놀이터, 체육시설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하면서 사회적 인프라의 대표사례가 도서관이라고 하였다. 공공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입장료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며, 세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서관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독서모임이나 문학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고립과 고독과 같은 문제를 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훌륭한 돌봄 공간으로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도서관은 책의 보관과 대여라는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다양한 시민들의 수요에 맞춰 유연성있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국내 공공도서관 현황과 정부의 도서관 정책을 살펴보고, 미국·호주·북유럽 등 해외 도서관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모든 도민이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장우연 독립연구자·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