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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전주형 15분 생활권 도시 논의와 과제

지난 2020년 프랑스 파리 시의 안 이달고 시장이 ‘15분 도시’공약을 제시한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멜버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n분 도시 정책이 전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서울, 부산, 제주 등에서 15분 도시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권 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도 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 등 메가트렌드와 도심 쇠퇴, 도시 내 불균형 심화 등 다양한 도시 문제에 대응하여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15분 도시 개념과 지역에서의 생활권계획 수립 논의를 바탕으로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 수립을 위한 과제를 제안한다. △‘15분 도시’란 무엇인가? ‘15분 도시’는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파리 소르본 대학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써 '학교, 문화시설, 의료시설, 공원, 상점 등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을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도시에 살 권리>라는 책에서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기본적인 사회적 기능으로 ‘주거, 업무(일), 교육(학습), 건강(돌봄), 여가(즐거움), 생활서비스 공급’을 제시하였으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6가지 필수 서비스에 대한 ‘근접성’을 높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15분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구 밀도’를 유지하고, ‘토지이용의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스마트시티와 같은 ‘디지털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참고로, 근접성(proximity)은 15분 도시의 핵심 개념으로써 시·공간의 가까움, 이동성과 접근성이 결합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15분 도시와 생활권 계획 서울, 부산, 제주, 청주 등 국내 주요 지역에서는 ‘15분 도시’ 정책과 ‘생활권계획’을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는 15분 생활권도시 전략을 세우고, 생활권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제주에서는 15분 도시에 대한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생활권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도시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하였다. 그리고, 청주에서는 일상생활권 개념을 반영하여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참고로, ‘생활권계획’은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의 중간단위 계획으로서 사전적 정의는 '도시기본계획의 내용을 생활권별로 구체화하는 동시에 도시관리계획의 지침적 역할을 하는 계획'이다. △전주시 생활권계획 수립 필요성 및 논의과정 지역에서 ‘15분 도시’와 ‘생활권계획’논의를 시작한 것은 2020년 12월이다. 전주시 도시계획 분야 민관거버넌스 단체인 전주도시계획협의회 회의 때 2035 전주시 도시기본계획 상 생활권계획 내용에 대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과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도시기본계획 재정비와 생활권계획 수립이 필요한 이유는 기본계획 상 생활권 구분에는 개략적인 개발구상과 인구배분계획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점과 인구배분계획이 생활권별 지역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2021년 10월 생활권계획 수립 준비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2022년에는 마을계획과 생활권계획을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2023년 7월에는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주관하여 15분 도시 솔루션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지난 4년 간의 논의과정에서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 그리고 행정에서 생활권계획 수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계획 수립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생활권계획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7월 시행)으로 도시계획을 생활권 단위로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전주시 생활권계획 수립도 가능해졌다. 다음에서는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 수립을 위한 과제들이다.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 수립 과제 첫째, 생활권계획 수립 시 도시 내 균형 발전과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 전주는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 쇠퇴 등으로 인해 서부-북부 축을 중심으로 도시가 불균형 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전주시 관내 도시개발사업이 북부생활권(에코시티, 만성지구), 서부생활권(서부신시가지, 효천지구)에 집중되었으며, 신시가지 조성 이후 다수의 공공기관과 중심상업·업무 기능이 구도심에서 신도시 지역으로 이전하였다. 전주시 인구 통계 자료를 보면 외곽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구도심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주택가격, 지가, 용적률, 생활SOC 등에 있어서도 신도시 지역과 구도심 지역 간에 지역 간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기성시가지 기능 유지를 위한 생활권별 적정한 인구 배분이 필요하다. 2015~2024년 전주시 생활권별 인구 변화 추이 분석 결과 북부생활권을 제외하고는 인구 감소추세이며, 특히 중앙생활권 및 동부생활권의 인구 감소세가 크다. 그런데, 2035년 도시기본계획 상 생활권 인구배분계획을 보면 현재 인구가 많은 서부와 북부 생활권 인구 규모를 더 늘리고, 인구가 적은 중앙·남부·동부 3개 생활권 인구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어 있다. 생활권별 지역 간 격차 완화와 기성시가지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생활권 인구배분계획 시 인구 변화 추이를 반영하고 현 계획내용에서 서부·북부생활권의 계획인구는 일부 하향 조정하고, 중앙·남부·동부생활권 계획인구는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도시개발사업,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공급을 관리하고, 도시재생·주거·교통·녹지 등을 생활권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권별 인구계획에는 도시개발사업과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주택사업의 영향이 크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과 연계하여 생활권별로 예정된 도시개발사업 및 정비사업 리스트와 주택공급 계획을 작성하고 적정규모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생활권계획을 통해 장소 단위로 분야 간 사업을 연계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시 동 단위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자원들과 여러 분야의 사업들을 연계하고, 각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거점시설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겠다. 넷째, 생활권계획의 틀에서 마을계획과 소생활권 계획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전주시 마을계획은 주민주도로 동 단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사업으로 2015년 중앙동, 풍남동을 시작으로 매년 2~3개 동씩 계획을 수립하여 2024년 현재 총 24개 동의 마을계획 수립을 완료하였다. 마을계획은 수립 범위가 행정 동 단위이므로 소생활권 단위의 계획과 연계하는 것이 적합하고, 이때 마을계획 수립과정에서 발굴한 지역 자원과 의제 등을 생활권계획에 담으면 계획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15분 도시’개념과 전략을 반영하여 주거, 업무, 교육, 건강, 여가, 생활 등에 대한 근접성을 높이고, 토지이용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에는 도서관, 공원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를 공급·재배치하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필수 사회서비스가 결핍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을 15분 생활권도시 계획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지역 특성과 시민 수요를 반영하면서도 15분 도시 개념을 충실히 반영하는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이 수립되길 기대해 본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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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6 18:30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익산 왕궁리유적 발굴결과로 확인하다

'익산 왕궁리유적(王宮里遺蹟)'은 행정구역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634번지 일대이다. 용화산에서 남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탑리마을의 북편 구릉에 위치한다. 현재 사적 제408호(1998.9.17)로 지정되었으며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의미있는 유적지이다. 그런데 최초 왕궁리 유적의 조성 및 운영 세력에 대해 그간 마한 도읍설, 백제 무왕 천도 및 별도설, 안승 도읍설, 후백제 견훤 도읍설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였다. 그러나 왕궁리 5층 석탑과 관련 1976년 시굴조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조사 성과에 비추어 보면 핵심적 유구는 백제 사비기 무왕대 조성된 것으로 판단되며, 백제 멸망 이후 고려시대에는 사찰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백제 무왕기 궁성으로 조성되었다가 백제말~통일신라시대에 1탑 1금당의 사찰로 변모했던 것이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그간 발굴성과로 증명된 왕궁리의 각종 유적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살펴볼까 한다. 현재 왕궁리 유적은 시대구분 없이 건물지가 정비되어 있어 유적의 명확한 모습이 일반인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976~1977년 시굴조사(원광대 마한백제연구소)가 시행되어 궁궐 담장과 사찰 관련된 시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후 1989년부터 현재까지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에서 학술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조사를 완료한 상황이다. 우선 사찰 건물지 흔적을 살펴보면 궁성 건물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동쪽에 편향되어 남북축선상 5층석탑 – 금당지 - 강당지로 놓여 있으며 석탑 동편 기와 가마터 2기와 강당지 서편 건물지 2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금당지와 강당지의 중앙은 적심이 없는 구조이며, 사찰 중문지와 회랑은 확인되지 않았다. 강당지 남편에는 3개의 계단시설이 확인되었는데 이 계단은 초기 강당지의 계단으로 추정된다. 한편 5층 석탑 아래에는 동서 16.85m×남북 폭 12.7m의 건물 축기부가 확인되어 석탑이전에는 궁성 관련 시설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궁성 관련 유적이다. 궁성의 외곽은 동서 240m, 남북 490m로 평면 장방형이다. 궁궐 내부는 경사면을 따라 단이 지도록 축대를 쌓아 평탄대지를 조성했으며 정전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지와 와적기단(瓦積基壇)건물 등 43여기의 건물지가 있었다. 동서 방향으로 4개의 석축과 남북 석축 2개가 확인되어 궁성 내부의 계획적인 조성모습이 확인된다. 그리고 더욱 주목되는 것은 궁성 남동편에 동서 120m, 그리고 남북방향으로 160m의 대규모 내부 성토층을 조성한 것인데 이는 당시 백제의 뛰어난 토목기술을 짐작케하는 유적이다. 성벽 혹은 궁궐 담장은 도성 내부의 궁궐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동벽 492.8m, 서벽 490.3m, 남벽 23.06m, 북벽 241.39mfh 동서 길이가 남북 길이의 1/2인 약간 틀어진 장방향으로 조사된다. 체성부와 낙수용 부석시설 유적이 확인되었으며 동쪽 궁장은 구간별로 돌을 쌓는 방식이 차이나는 모습을 보이며 궁장 내외로 다량의 기와편이 드러났다. 현재 동쪽 궁장 밖으로 마무리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제석사지와 연결하는 어도가 발굴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다음은 대형 건물지 이다. 2005년 조사시 남벽 중앙문지에서 남북일직선상에 위치한 대형건물지가 발견되었는데 규모가 31×15m인 정면 7칸 측면 4칸의 구조였다. 토심구조이며 기단 전체를 판축하는 방식으로 기둥을 받치기 위해 높고 큰 장초석을 놓았다. 이는 건물을 크고 높게 보이게 할뿐 아니라 대형건물지의 기초면과 동서 석축 사이의 높낮이를 고려한 것으로 추정되며 정전급에 해당하는 건물로 이와 유사한 구조의 건물지는 부여 관북리에서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백제의 궁성 건물지는 기단에 따라 석축기단가 와적기단으로 나뉜다. 왕궁리에서 와적기단 건물지(건물지 10) 기단이 좌우로 나란한 배치된 구조로 발굴되었고 암키와 편을 바깥쪽으로 맞춰 쌓는 형식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암키와 2매를 원형으로 세워 놓은 것이 특이하다. 이런 와적 수법은 대형건물지의 좌측 연결시설과 북쪽 건물지 23에서도 확인되었다. 왕궁 건물지중 가장 미스테리한 건물지는 문지와 정전 사이의 건물지 27이다. 기단 자체도 비교적 잘 남아 있는 유적으로 동서 길이가 33m, 남북 길이가 3.64m를 하고 있다. 여러 건축적 측면을 고려할 때 남북 방향으로 긴 건축물로 알본의 나니와 궁, 아스카 궁 등에서 보이는 양상이다. 왕궁리 우측에도 비슷한 규모의 장랑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발견되지 않아 조금 뻘쭘한 형대의 건물지이다. 추후 조사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왕궁리 유적은 조경으로 특히 유명하며 정원과 후원으로 나뉘는 독립된 별개의 공간은 물을 매개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정원유적은 삼국시대 최초로 확인된 백제 조경기술의 총아로 자연친화적이면서 다양한 괴석으로 인해 발굴 당시부터 지금까지 왕궁리 유적의 대표적 발굴유적으로 불리운다. 후원은 궁성의 후반부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자체적 침수 피해를 줄이는 구조로 추정된다. 다만 이 수로와 관련하여 요즘 일제강점기 사진을 이유로 한국전쟁 당시 참호였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어 향후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왕궁리 유적중 가장 특이한 건물지는 역시 대형화장실 유적이다. 궁성의 서북편 저지대에 위치하며 이 너머에 공방이 조성되어 있다. 구덩이에 오수나 오물을 저장하였다가 긴 수로를 통해 궁장밖으로 빼내는 구조였을 것으로 보인다. 뒤처리용 나무막대가 총 6점 출토되었고 이 나무 막대는 접촉면이 둥글고 매끄러워 실제로 사용된 것이 확인되어 더 재밌다. 익산 왕궁리 유적의 발굴은 마무리 단계이나 아직 익산의 고대 도시 체계에서 왕궁리 유적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제석사지-쌍릉-미륵사지로 연결되는 고대 도시 공간의 구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왕궁리의 발굴은 무척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며 향후 동쪽 궁장에서 제석사지로의 연결로가 확인되면 부여와는 또 다른 백제의 왕궁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영일 백제문화센터 파견 전북특별자치도 연구관 이영일 백제문화센터 파견 전북특별자치도 연구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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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3 15:08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탄자니아에서 잡은 ‘관광’과 ‘동물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초원과 그곳을 자유롭게 누리는 대자연의 동물들. 언제 눈으로 이런 광경을 보겠나 싶어 신혼여행지로 아프리카 동부의 중심이자 그 유명한 ‘세렝기티’를 품은 곳, 탄자니아로 떠났다. 세렝기티는 탄자니아 서부에서 케냐 남서부에 걸쳐 있는 무려 3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땅으로, 500여 종이 넘는 동물과 조류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우수한 자연의 땅이다. 세렝기티의 75%는 탄자니아에 속해 있어 자연과 동물을 관찰하고 광활한 땅을 탐험하는 로망을 품은 사람들에겐 꿈과도 같은 곳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세렝기티 국립공원은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는데, 그 면적만 전북도 2배에 맞먹는 규모이다. 국립공원은 철저히 당국의 관리 하에 운영되며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출입 자체도 정식 사파리 가이드 운행 하에 허락되며, 자동차에서 하차해 땅을 밟는 행위,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행위 등은 금지되어 있다. ‘라이온킹’에서 이야기하는 ‘자연의 순환(Circle of Life)’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자연 보전을 위해,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인간은 그들의 땅에서 그저 잠깐의 ‘관찰자’의 역할만 허락될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과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된 땅. 가까이서 직접 본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주변 이웃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빈부격차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족이라는 문제는 안고 있었지만 그나마 ‘관광업’으로 국가 운영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자연/동물 보전’과 ‘관광업’이 함께 성장하는 있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곳이었다. 수많은 초식동물과 맹수까지 볼 수 있는 본거지여서일까. 세렝기티를 벗어난 탄자니아의 다른 주요 관광지에서도 관광과 동물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의 동물이나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생추어리’에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고 있는 것이다. △단 7마리에서 100여 마리로.. ‘창구 섬’의 육지거북 생추어리> 탄자니아 서쪽에는 광주광역시만한 크기의 자치구역인 잔지바르라는 섬이 있다. 약 2만 년 전부터 인간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인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항구로 역할하며 과거부터 포르투칼, 영국 등에 점령되기도 한 역사 깊은 곳이다. 잔지바르는 이슬람 술탄이 통치하는 왕정 국가이기도 했는데 18세기, 마다가스카르와 인접한 아주 작은 섬나라 세이셸에서 육지거북을 선물하며 잔지바르에서의 육지거북 서식이 시작됐다. 잔지바르에 작은 섬, 창구 아일랜드로 보내지며 그 숫자가 200마리로 증가했다가, 1960년대부터 밀렵과 갈취 등으로 1996년엔 이 섬에 단 7마리만 남게 됐다. 알다브라 자이언트육지거북은 육지거북 중 가장 큰 크기와 긴 수명을 자랑하는데 이제 자연에서는 세이셸과 갈라파고스 일대, 딱 두 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 취약종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잔지바르 정부는 세계 동물 보호 단체 World Animal Protection과 협업해 남은 육지거북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창구 섬에서의 ‘생추어리’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보호 시설이라 해서 거창하진 않다. 섬 일부에 울타리를 설치해 거북이들이 지정된 공간 내에서 서식할 수 있게 구분하고, 생존에 취약한 새끼 거북이들은 별도의 울타리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3-4살이 돼 어느 정도 단단해진 거북이들은 생추어리에서 제공하는 건강한 채소를 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관광객들은 세렝기티 사파리 때와 마찬가지로,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것은 삼가며, 성인 몸무게를 훌쩍 넘는 100살 넘는 귀한 생명체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육지거북의 생추어리가 마련된 잔지바르의 창구 섬은 오늘날 잔지바르를 찾는 모든 관광객이 들르는 필수 관광지이다. 모든 이에게는 입장료와 더불어 일종의 ‘환경보존세’가 부과되는데, 육지거북 육성과 보호에 필요한 자금으로 쓰인다. 1~2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귀한 몸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직접 눈에 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관광객에겐 잊지 못한 추억이, 생추어리에는 동물 보전을 이어갈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는 것이다. △수달부터 호랑이까지.. 야생동물생추어리에서 ‘치타’와 사진을? 탄자니아의 동부 지역에는 많은 관광객이 동물을 보기 위해 찾는 또 유명 보호시설이 있다. 치타스락, 일명 ‘치타의 바위’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야생동물보호시설이다. 이곳에는 시설의 마스코트인 치타부터 백사자, 호랑이, 퓨마, 얼룩말, 원숭이 등 다양한 구조 동물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곳의 모든 동물은 애완동물로 길러지거나 장애 등으로 더 이상 야생에 적응할 힘이 없다고 판단되는, 비극을 이겨낸 동물들이다. 동물을 보전한다는 한 가지 목적으로 운영되는 이 생추어리는 동물의 윤리적 보살핌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예약제로, 매일 한정된 인원만 방문할 수 있고 꽤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있는 장소이지만, 명성이 높다 보니 거의 매일 최대 정원을 채운 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방문객들이 지불한 비용은 생추어리 운영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동물단체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멸종위기종 개체수 유지를 위한 번식 프로그램에 대거 투입되기 때문에 설득력도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인당 20만 원 가량 지불하면 반나절 간 보호소의 모든 동물을 만나보며 이들의 사연과 생추어리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활동가들이 안내한다. 낯선 인간과의 접촉이 위협일 수밖에 없는 호랑이와 사자, 퓨마와 같은 맹수는 철장 밖에서 그들의 사연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인간과의 접촉이 유해하지 않은 동물은 장벽 없는 같은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방문객들의 만족감은 높다. 호기심이 많은 버빗원숭이들은 과일과 땅콩을 손에 쥔 방문객들을 이리저리 탐색하며 이 팔에서 저 팔로 날아다니기도 한다. 지구상 가장 빠른 맹수 치타도,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가능한 동물이다. 치타는 다른 맹수에 비해 수줍음이 많고 침착한 성향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애완동물로 길들여지기도 했다. 현재에도 치타는, 인간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런 성향 덕에 치타스락에서는 방문의 하이라이트로 치타 옆에 앉아 등을 쓰다듬으며 사진을 찍는 다소 ‘비현실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경험은 생추어리를 운영하는 10여 명의 활동가들 동행 하에 충분한 설명과 안내와 함께 진행된다. 다음 질문은, 과연 이런 운영 형태가 ‘동물원’과 다르며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겠다. △동물과 함께하는 ‘체험형 생추어리’ 우리나라도 가능할까? 탄자니아를 비롯해 해외의 대표 생추어리의 모습은 비슷하다. 방문객은 시설에서 동물을 직접 보고, 일정의 ‘교감’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시설의 수입은 시설 운영과 동물 구조, 관리 등에 사용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생추어리의 개념이 낯설다.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보호’시설이란 인식이 강한데, 그렇다면 방문객이 ‘돈’을 지불하고 찾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논란에 막혀 활발한 논의나 진전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동물을 자연 그대로 보호하는 것이 생추어리의 목적이라면, 매일 찾아오는 낯선 방문객이 동물의 습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다. 근본적으로, 생추어리에 입장료를 받고 방문객을 허용하면 ‘전시 목적’으로 가두어진 ‘동물원’과 본질적으로 다르냐는 반감도 있다. 아직 해외와 같이 사설 생추어리가 활발히 운영되는 사례가 없다 보니 이런 벽에 부딪혀 국내 생추어리의 안착이 지지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동물 ‘체험’이라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소비하지 않고선 대중의 관심도, 생추어리 운영에 필요한 자본도 마련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생추어리는 100% ‘구조동물’로 채워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엄연히 동물원과 대비된다. 사자와 기린이 폐사했다고, 방문객이 줄까봐 돈을 주고 동물을 거래하지 않는다. 더 이상 갈 곳 없고, 안락사만을 앞두고 있는 사연 있는 동물들이 이제는 인간의 보살핌과 함께 제2의 생을 살아가는 곳이다.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금이 필요하고, 그 자금이 생추어리 동물의 건강에 해를 가하지 않는 선의 방문으로 마련된다면, 생추어리 운영의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 대중의 생추어리 방문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전반적인 동물권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평소 영상 매체에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보고 느낀다는 것은, 개개인의 관심 영역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특별한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깊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앞서 소개한 잔지바르의 치타스락은 미국의 유명 여행서비스업 플랫폼에서 꾸준히 최고 평점을 자랑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이 넘쳐난다. 이들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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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6 15:29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살기 좋은 도시, 선형공원 사례와 전주시 정책과제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여가 활동 시간의 확대 등에 따라 공원과 하천을 찾아 운동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이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공공간이 선형공원이다. 선형공원(linear park, 線形公園)은 도로, 철도, 하천, 강을 따라 조성한 선형 녹지공간을 의미하며, 보통 산책, 걷기, 달리기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주와 서울의 선형공원 사례를 비교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전주시 공원·녹지 정책과제를 제안해본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사람숲길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이며 민주주의의 상징공간이기도 하다. 2016년 광장 재구조화 및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4년 동안 시민 토론회, 설명회 등 300회 이상의 소통과정이 있었고,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거쳐 ‘20년 11월 착공하고 ‘22년 8월 준공하여 광장을 재개장하였다. 새로 조성한 광화문광장은 역사성을 강화하고, 보행 접근성과 주변 건물과의 연계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조성되었다. 예를 들어, 서측부에 있던 차로를 광장 영역 안으로 편입시켜 광장 폭이 기존 35m에서 60m로 확대되었고, 면적도 약 2배 넓어졌다. 또한, 광장에는 약 5,000그루의 수목을 식재하고, 사람들이 쉬며 즐길 수 있는 분수, 쉼터 등의 휴게공간을 조성하였다. 한편, 세종대로 사람숲길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숭례문-서울역까지 이어지는 1.55km 구간의 도심 가로숲이다. ‘21년 5월 준공한 세종대로 사람숲길은 차로 축소를 통해 보행로를 확장하고 자전거도로를 조성하였으며, 소나무·느티나무, 관목, 초화류 등 도심 가로숲을 조성하여 사람·문화·녹지가 어우러지는 보행거리로 조성하였다. △전주 첫마중길과 백제대로 바람길숲 서울에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사람숲길이 있다면 전주에는 첫마중길과 백제대로 바람길숲이 있다. 먼저, 첫마중길은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곳으로 전주역 앞에서 명주골 네거리까지의 720m 구간 폭 15~20m의 선형 보행광장이다. ‘16년 산림청 도시숲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17년 12월 조성 완료되었다. 전주시에서는 첫마중길을 보행권이 확보된 생태도로로 조성하기 위하여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왕복 8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축소하고, 도로 중앙에 가로숲과 보행광장을 조성하였다. 또한, 시민 헌수를 받아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수목 약 400그루를 식재하였으며, 방문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자도서관과 이동형갤러리, 편의시설 등도 조성하였다. 그리고, 첫마중길 일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주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였다. 지난 8년간의 첫마중길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 결과 기존 전주역 앞 유흥주점, 모텔 등이 카페, 식당, 호텔로 업종이 변경되었으며 건물 리모델링과 간판 개선사업 등을 통해 쇠퇴한 상권 이미지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다음으로 백제대로 바람길숲은 첫마중길이 끝나는 명주골 네거리부터 꽃밭정이 네거리까지 13km 구간에 폭 6~10m로 조성한 긴 가로형 숲길이다. 미세먼지 저감 및 열섬현상 완화를 위해 인도 공간에 가로수, 관목, 초화류를 식재하고 보도와 자전거길을 조성했다. 바람길숲에 접해 있는 공원에는 공원까지 숲을 확장하고, 아파트 단지에는 담장을 낮추거나 없애서 단지 내 녹지공간과 연결했다. 또한, 관공서와 은행 앞에는 디딤숲이라는 정원형 숲과 쉼터를 조성했다. △전주와 서울의 선형공원 사례 비교 서울 광화문광장·세종대로 사람숲길, 그리고 전주 첫마중길·백제대로 바람길숲은 광장과 숲길을 조성한 배경과 목적, 위치, 규모, 형태 등 많은 점이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차량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 즉 사람과 생태교통 중심으로 전환한 도시혁신 사례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선형 녹지공간으로서 가로숲을 조성하여 도시 내 중요한 녹지축을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공원을 도시재생 및 문화관광 사업과 연계하여 상권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울과 전주 두 지역 사례 모두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주시의 경우 첫마중길과 백제대로 바람길숲에서 확장하여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공원·녹지 정책과제들이 있다. △전주시 공원·녹지 정책과제 첫째, 도시 내 공원, 녹지, 하천을 연결하는 그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전주에는 모악산, 남고산, 황방산 등이 있고, 만경강, 전주천, 삼천이 흐르는 등 좋은 자연환경 여건을 갖고 있다. 다만, 산과 강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보행을 통한 접근성도 좋지 못한 편이다. 백제대로·기린대로 등 대로를 중심으로 조성한 바람길숲을 도시 전역으로 확장하고, 생활권을 중심으로 연결녹지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그린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주천과 삼천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천변 보행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주에 있는 선형공원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는 곳은 전주천과 삼천일 것이다. 하지만, 전주에 있는 하천은 도로와 언더패스로 인해 단절되어 있어 보행 및 자전거 접근성이 떨어지고 보행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므로 천변 도로에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하가지구-여울초 사이와 같이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을 위해 인도교 조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주천동로의 경우 보도폭이 좁아 보행이 불편한 구간이 많은데, 차로수를 축소하여, 보도를 확장하고, 천변 바람길숲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충경로 보도에 가로정원과 화분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충경로는 보행환경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차로폭은 줄이고, 보도폭은 확장하며 차량속도를 40km로 낮추는 등 보행친화형 가로로 새롭게 조성하였다. 하지만, 차도와 보도의 높이가 같아 보행자 교통사고가 우려되며 보도 위 주·정차로 인해 보행환경이 침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로수와 한전박스 사이에 대형 화분을 설치해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고, 추가로 가로정원과 쉼터를 조성하여 전주천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그린 네트워크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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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9 12:25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모두에게 열린 문화예술, 접근성 확장을 위한 소중한 움직임.

최근 이색적인 축제 ‘포스터’를 접했다. 포스터란 어떤 사업, 공연, 축제 등에 대한 주요 정보가 시각 이미지화 되어 있는 것이니 당연히 ‘포스터를 보았다.’라고 하면 되는데, ‘접했다’라고 하는 것은 그 포스터가 조금 특별하기 때문이다. 바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음성 포스터’이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제로, 최근 몇 년간 장애와 비장애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축제 접근성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음성 포스터’와 같은 홍보물 제작과 접근성을 돕는 매니저를 배치하고 있다. ‘음성 포스터’는 목소리와 음악, 효과음을 통해 청각적으로 전하는 홍보물이다. 눈을 감고 영상에서 들려주는 포스터의 이미지를 상상해 본다. 정확하면서 사려 깊은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이성수, 장근영 배우라고 한다. 음성 포스터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설명하고 있고, 청각이 아닌 시각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본 음성포스터는 온라인에서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메인 음성 포스터'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포스터를 통해 호기심이 높아진 김에 서울공연예술축제 홈페이지를 열었다. 이 축제에는 ‘모두에게 열린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화두로 보인다. ‘티켓’ 예매를 안내하는 부분이 아예 ‘티켓/접근성’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이렇게 접근성 매니저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모든 공연 현장에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으며, 가까운 지하철역, 정류장 및 공연장 내부의 이동지원을 진행합니다. 이동지원 신청을 비롯한 접근성 안내/문의가 필요하신 경우, 아래의 연락처로 편하신 방법을 통해 연락주세요. 」 다소 생소한 ‘접근성 매니저'에 대한 안내를 비롯해 본 축제의 프로그램 홍보, 예매, 현장 방문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구성된 내용을 보면서 담당 기획자들이 얼마나 많은 질문을 스스로 하고 찾으면서 고민했을지 상상이 되었다. 접근성 기획자는 스스로 ‘대다수 비장애 성인의 신체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온 세상을 접근성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펴보고, 다른 대안과 가능성을 고려하는 일을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성심껏 안내하고 있는 하나하나에는 만약의 경우에 발생하는 귀찮은 업무나, 오해, 무리한 요구에 대한 염려보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화예술을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음을 우서 실천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시도들은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그 확장과 지속성은 아무도 약속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약 20년 전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의 공연장 출입을 위해 관객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시각 장애가 있는 관객이 교육받은 안내견을 실내공연장까지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 시범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단순히 의미있는 사업이니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리라는 필자의 예상과 달리 안내견이 공연장에 입장하는 것에 대한 불편해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교육된 안내견은 공연 내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공연장에 출입하는 것은 그때도 지금도 특별 이벤트처럼 계획되고, 홍보성으로 이슈화 될 때만 가능하다. 시도는 있었으나, 이벤트로 마감된 것이다. 작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도 탈춤 창작 공연단체인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오셀로와 이아고>라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작품을 초청했다. 탈춤 예술가들은 본래 전통 탈춤이 남녀노소, 장애유무를 떠나 모두가 함께하는 대동의 판이라는 생각에 배리어프리 즉 무장애 공연을 개발했다. 무대 위에 탈꾼들과 수어 통역사를 1:1로 연결하거나, 장면의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문자 통역, 오픈형 음성 해설을 통해 누구나 차별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특히 이 공연을 위해서는 축제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공연장 시설 접근성 워크숍’을 선행했어야 하는데, 그 진행방식도 흥미로웠다. 전주권 장애인 단체(휠체어 이용) 회원 1인과 소리축제 스태프, 자원봉사자가 팀을 이루어서 체크 리스트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체크 리스트는 주로 ‘찾아오는 길’ 안내 상황, 공연장 건물 알아차리기의 어려움과 쉬움, 출입구의 점자블록 상태, 경사로나 계단 단차 높이 확인하기, 음성 안내판 여부, 휠체어 진입 동선이나 매표소 위치 찾기와 공연 홍보물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 제공 여부, 화장실 찾기 등이었다. 이 문항들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문항들이었지만, 장애인 활동가들과 팀을 이뤄서 축제 현장을 확인한 스태프들은 모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저희 축제 장소는 장애인 관객들에게 매우 불편한 곳이었네요. 000공연장은 아예 휠체어 관객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각도가 아니었어요. 휠체어가 5대는 들어갈 것 같은 공간에 조금 큰 특수 휠체어가 들어가니 공간이 너무 부족했고요. 주차장부터 티켓 수령, 극장 진입까지 너무 동선이 길어요. 이렇게 불친절한 공간인지 몰랐어요.” 장애가 없는 사람들만 다녔다면, 크게 느끼지 못했을 어려움이 서로 한 팀으로 이동하면서 매우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입구의 단차는 어린아이에게도 높지 않았지만, 휠체어가 넘어가기에는 힘이 들었고, 처음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넓은 축제 현장에서 해당 공연장을 찾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더군다나 야외 안내판은 오랜 세월 속에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불편함이 없었기에 수정할 계획도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공연을 기획했던 천하제일탈공작소 기획자는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의 어려움, 그리고 공들인 만큼의 효과나 성과가 미비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이러한 작업이 결코 한 번으로 완벽해지거나 정해진 해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 활동의 가치를 꾸준히 발견하고 태도와 상황을 발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들의 이러한 고민은 작년에 이어 2024년 신작에도 투영되었고, 올해는 참가 탈꾼들이 직접 수어를 배우고, 단체 내에 장애인 예술가를 고용하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관객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참여 부분까지 진행하고 있다. 서두에 거론한 접근성은 장애인을 ‘관객’이라는 대상으로 장소적, 이용자 입장으로 보았지만, 접근성이라는 것은 천하제일탈공작소에서 장애인 예술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을 포함에 모든 분야와 입장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완주의 정신장애인 문화공동체 ‘아리아리’가 2018년부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데, 동네 이웃 사진 찍어주기, 음악극 공연, 악기연주, 천연염색, 시 낭송 등 분야도 다양하게 ‘직접 하는’ 문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수준 높은 예술작품은 아니지만,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의 능력, 취향, 즐거움을 알아가고 이를 통해 자주적인 움직임을 익히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모습에 희망을 갖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리아리의 김언경 대표를 비롯하여 활동가들은 다양한 경험을 돕는 아리아리만의 ‘접근성 매니저’였을 것이다. 최근에는 모든 장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라는 용어 대신 ‘배리어 컨셔스(barrier conscious, 장벽을 의식하는)’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대안이 거론된다고 한다. 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게 불가능하니, 장벽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예산, 시설 여건, 인력을 핑계로 접근성에 대한 요소를 포기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활동은 결코 특별한 참가자 전부를 위한 혹은 40~50%를 위한 양적인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기관 혹은 구성원의 운영 방향성이 중요하다. 직접 혜택을 받건, 동참하고 공감하는 입장이건 서로 다른 상황을 수용하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마음을 모아야 개선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소리축제 현장에 방문했던 완주 ‘아리아리’ 회원들과 관현맹인전통예술단 회원들은 즐겁게 공연을 보았을까. 늦었지만, 복잡한 축제 현장을 찾은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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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5 16:56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백제 최후의 왕릉 '쌍릉'

익산 쌍릉은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석왕동 산 54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금산(해발 120m) 서쪽 능선 낮은 구릉상에 2기의 원형봉토분이 남-북방향으로 약 180m 떨어져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일찍이 무강왕과 그 왕비의 능으로 전해지고 있고 쌍릉에 관한 옛 문헌 기록이 분명해 현재 사적 87호(1963.1.21.)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쌍릉 관련 구체적 옛 문헌기록으로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3권 익산군 고적조에 “쌍릉(雙陵)은 오금사(五金寺) 봉우리의 서쪽 수백 보 되는 곳에 있다”라 하여 쌍릉의 위치를 전하고 있다. 또한 『고려사』지 권 제11 지리 2 금마군조에는 “...후조선(後朝鮮) 무강왕(武康王) 및 비(妃)의 능이 있어 속칭 말통대왕릉(末通大王陵)이라 불리운다”라 하였다.(『高麗史』 志 卷 第十一 地理 二 金馬郡條 “... 又有後朝鮮武康王及妃陵[俗號末通大王陵, 一云, 百濟武王, 小名薯童].”) 더불어 『고려사절요』제24권 충숙왕 16년에는 “3월에 도적이 금마군에 있는 마한의 조상 호강왕의 능을 도굴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어 일찍부터 쌍릉이 도굴되었던 사실도 기록하고 있다.(『高麗史節要』第24卷 忠肅王 16年 “三月 盜發金馬郡 馬韓祖 虎康王陵...”) 그런데도 익산 쌍릉에 대한 공식적인 첫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7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실시되었다. 조사단은 야쓰이 세이치(1880~1959)를 책임자로 오바 쓰네키치 등으로 구성되어졌으며, 익산 지역의 여타 유적과 함께 조사되었고 조사내용도 무덤 내부의 부장품을 반출할 목적의 약식발굴 형태였다. 그리고 결과도 매우 소략한 보고서와 유리건판 사진, 봉분 및 석실의 실측도만 기록하여 구체적인 조사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 내용은 대략 “예부터 마한시대 왕릉으로 여겨졌으나, 믿기 어렵고 쌍릉의 대묘, 소묘 모두 백제시대 말기의 능묘는 명백하다 ... (중략) 부여군 부여면 능산리 제2호 석곽벽화, 익산군 팔봉면 석왕리 쌍릉의 탐구는 특히 주요하다”라면서 노모리 켄, 오가와 게이키치, 오바 쓰네키치 그리고 야쓰이 세이이치가 확인한 문서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무덤의 축조시기를 마한으로 추정하였으나, 발굴결과 백제의 능묘로 확인하였고 능의 주인공은 부여 능산리 고분군과 같은 백제 왕릉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익산 쌍릉의 본격적인 조사는 2017부터 2019년까지 이루어졌으며 대왕릉의 발굴조사 결과 봉분의 규모는 직경 23m, 높이 4m 내외로 확인되었고, 특히 봉분의 축조기법은 제석사지 목탑지 기단조성과 같은 판축기법을 이용했으며, 석실은 단면 육각형의 전형적인 7세기 백제말 횡혈식 석실분으로, 2매로 이루어진 벽석 위에 1매의 고임석을 두고 천장을 올린 형태로 확인되었다. 더욱 주목되었던 것은 석실내 1개체분의 인골이 관대 위에 일제강점기 당시 제작한 상자 내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었다. 상자 안의 유골 전수조사 결과 모두 102개의 파편으로 중복되는 뼈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한사람의 뼈로 판명되었고, 분석결과 유골의 주인공은 뼈에서 노화기의 특징 등을 참고해 보건데 남성으로 나이는 50대 이상이며 키는 165~170㎝로 정도로 제법 큰 키를 가진 사람으로 판명되었다. 더불어 대왕릉의 축조는 사비기 왕릉군처럼 주 능선에서 정남으로 분기한 가지능선의 남사면에 조성하는 입지적 특징은 동일하나, 경사면을 L자상으로 삭토하고 석실을 축조하는 횡혈식 석실분과는 다르게 구릉의 정상부를 정지한 후, 석실부를 재굴광하여 석실과 묘광사이를 판축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마한의 전통묘제인 분구묘의 특징을 가진다는 점도 규명되었다. 그리고 특히 눈이 가는 특징은 대왕릉에 사용된 양질의 화강암 석재를 활용한 판석이다. 아주 작은 정(釘)을 사용하여 매우 고르게 치석한 단벽, 측벽, 고임석, 개석 그리고 관대는 경이로울 지경이며, 각 석제의 대칭적 배치는 사전에 매우 치밀하게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의 폐쇄는 1매의 판석을 사용하고 “회”로 마감하였으며 문주석에 홈을 파서 꼭 맞게 폐쇄한 모습은 흥미롭다. 더불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차에 걸쳐 시행된 '익산 쌍릉 주변정비 예정지역 매장유산 발굴조사'에서는 백제시대 대형건물지와 수레바퀴 흔적, 수혈 주공 등이 확인되어 당초 조성 당시 쌍릉의 능역을 파악하는데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발굴 결과 및 조사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어렵게 검색하여 직접 익산쌍릉을 방문해 보면 상상했던 모습과 달리 그냥 황망한 그리고 약간은 어색하게 정비된 큰 무덤이 있을 뿐이다. 쌍릉올 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지방도일 뿐만아니라 어디로 향하는 지 모르는 공사차량이 한껏 속력을 자랑하는 도로변에 인접해 있다. 목적지 주자창에 도착하면 흉물스런 건축물이 전망을 가리고 쌍릉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 조성된 시민공원의 산책로 정도로 착각될만한 소로로 정비되어 있다. 역사는 기억하는 만큼 새롭게 태어난다. 유적이 원형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맘껏 상상할 수 있는 컨텐츠 공간으로 정비된다면 그만큼 역사는 풍성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익산 쌍릉은 백제 핵심유적 중 “무왕의 사랑과 번영 그리고 영면”을 상징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가능한 유적으로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정비방안도 기획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영일 백제문화센터 파견 전북특별자치도 연구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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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8 15:35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행복한 도시의 조건, 도시에는 왜 공공공간이 필요한가?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공원, 광장 등의 공공공간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여가활동 시간의 확대,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 워라벨을 추구하는 태도 등에 따라 공공공간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행복도시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거주지 주변에 산책할 만한 공원이 있고, 잘 조성되어 있으면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와 같이 도시에 좋은 공공공간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도시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공공공간의 개념과 의미, 국내·외 공공공간 혁신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좋은 공공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제언한다. △좋은 공공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공공간(公共空間, public space)의 사전적 정의는 공원, 광장, 가로와 같이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성별, 나이, 인종, 계층,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공공공간은 보통 공적 공간으로서 성격을 갖고 있다. 비록 쇼핑몰은 개방성이 높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사적 공간이고, 상품 구매 여부에 따라 공간 진입과 행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좋은 공공공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는 공공공간으로서 공원과 광장은 단순히 녹지와 오픈 스페이스 이상의 공간으로서 ‘교류와 연결을 통해 사회성을 증진하는 공간’이라고 하였다. 또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진 교수는 공공공간은 ‘공동체 의식과 집단 기억이 존재하는 곳으로서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장소’라고도 하였다. △국내·외 공공공간 혁신 사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좋은 공공공간은 개방성, 접근성, 편안함, 안전함, 사회성, 공동체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공공공간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혁신 거점으로서 도시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시카고 시에는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가 있다. 밀레니엄 파크는 20년 전인 2004년 7월에 개장하였으며 기존 철도 부지 상부 공간을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한 공공공간 혁신사례이다. 공원 면적은 총 9만9000㎡로서 공원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이라는 대규모 야외 공연장이 있고, 크라우드 게이트, 크라운 분수 등 유명한 공공미술 작품들이 있다. 공원 내에서는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가 열리며, 주변에 위치한 미술관, 박물관, 문화센터 등의 기관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카고 시 문화예술 네트워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연간 방문객 수는 약 2,500만 명으로서 시카고 시 제일의 관광 명소이며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다음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리게트 부다페스트(Liget Budapest)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부다페스트에는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약 100ha 규모의 대규모 도심 공원이 있는데, 19세기 말에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공원 내에 미술관, 궁전 등 다양한 파빌리온이 건설되었지만 한 세기가 지나 시설들이 노후되어 관리가 안되고 방치되어 있었다. 헝가리 정부는 공원 기능을 유지하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공원을 개조하기로 결정하고, 2013년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지난 10년 동안 민족학 박물관과 헝가리 음악의 집을 새로 건립하였으며, 미술관 등 문화유산 건물들을 리모델링하였다. 리게트 부다페스트는 유럽 최대의 공공공간 혁신사업이자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현대건축이 조화된 프로젝트로서 2023년 공원 방문객 수는 약 750만 명에 이른다. 도시에 있는 대규모 유휴공간을 개발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한 공원과 광장으로 조성한 사례는 국내에도 다수가 있다. 기존 경마장과 체육공원 부지를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도시숲으로 조성한 서울숲(2005년), 미군 부대 주둔지를 도심 속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시민공원으로 조성한 부산시민공원(2014년), 구 전남도청 부지를 재생하여 문화예술 거점과 시민광장으로 조성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5년)이 그 예이다. 서울숲은 2022년 기준 연간 방문객이 약 700만 명에 이르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방문객 수가 180~250만 명이며, 10여 년간 누적 방문객 수는 약 175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나 헝가리 리게트 부다페스트, 서울숲, 부산시민공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공원, 광장 등 공공공간 혁신 사례로 시민들에게 훌륭한 여가 및 휴식 공간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관광 산업 등을 통해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고 있다. 앞의 사례와 같이 전북 지역에도 공공공간을 혁신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공간이 있다. △전주 종합경기장 ‘시민의숲 1963’ 프로젝트 전주 종합경기장은 전주시 도시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전주의 한가운데라는 지리적 위치와 접근성, 전북대학교와 여러 문화시설들, 그리고 대규모 유휴부지 활용이란 측면에서 전주시 도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2016년 종합경기장에서 진행된 시민원탁회의에서 500여명의 시민들은 경기장 부지에 대해 공원·녹지시설, 문화·예술시설, 체육시설, 숙박·회의시설, 판매시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후 전주시에서는 기본구상 연구와 전문가 자문, 시민 의견수렴 과정 등을 바탕으로 ‘시민의숲 1963’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종합경기장 부지에 시민의 숲을 비롯하여 한국문화원형콘텐츠 체험·전시관, 시립미술관,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백화점 등을 조성하고,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당시 전주시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경기장 건물을 활용·재생하며, 판매시설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갖고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의 숲 1963’프로젝트 계획은 민선 8기 전주시정에서 개발방식과 사업계획이 대폭 변경되었다. 종합경기장 및 야구장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시민의숲 조성 계획은 변경 및 축소되었으며, 판매시설인 백화점과 호텔은 규모가 확대되었다. 또한, 사업방식도 당초 부지를 장기 임대하는 방식에서 대물 변제 방식으로 변경되어 부지 소유권을 개발사에 이전하게 되었다. 전주 미래유산 1호인 경기장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철거 여부에 대한 시민 의견수렴 절차가 생략된 것도 문제이지만,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마련한 시민의 숲 공원 계획을 폐지 수준으로 변경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도시숲과 공원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백화점과 호텔 앞에 남은 자투리 공간을 공공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래에 이 공간에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시민들이 찾아와서 마음 편히 쉬며 여가를 즐길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주시 도시 한복판에 경제·산업, 문화·관광뿐만 아니라 공원과 광장을 조성하고, 6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 공동체의 기억과 추억을 간직한 경기장 건물을 허물지 않고, 활용하면서 지역의 공동체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공공공간 혁신사례를 만들 수 있었는데, 당초 계획이 변경된 것이 무척 안타깝다. △행복한 도시의 조건, 좋은 공공공간 조성을 위한 과제 우리가 사는 곳을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조건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핵심적인 도시공간에 공원, 광장 등의 공공공간을 마련하고 혁신하는 것이다. 특히,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에는 판매시설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시민의 숲’ 계획을 복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장 부지에는 판매·숙박, 전시·컨벤션, 문화, 도시재생 등 여러 기능들이 한 공간에 조성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기능의 시설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능을 포용하고 완충할 수 있는 공원, 녹지 등의 오픈 스페이스 계획이 필요하다. 건축설계 시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북 지역과 같이 공원 면적이 적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도시공원이 부족한 경우에는 도시 곳곳에 소규모 공원과 광장을 조성하고, 생활권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선형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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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4 15:32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디지털 복원으로 되살아난 익산 미륵사

익산 ‘미륵사지’는 행정구역상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32-2에 소재하고 있다. 백제 무왕 40년(639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제를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호국사찰로 사적 제150호(1966.8.30)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백제역사지구)으로 2015년에 등재되어 세계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유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미륵사지는 1295만8688㎡의 광활한 대지 위에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 등 후대까지 경영되었던 수 많은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어 지금도 지속적인 보수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최근 2019년에는 미륵사지 석탑 보수공사가 완료되었고, 2020년에는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됨에 따라 현재는 다소 정리된 관람시설과 콘텐츠가 구비되어졌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의미가 막대하고 가람내 체계적 정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륵사에 방문해보면 연원이 불확실한 연지와 당간지주 그리고 2개의 석탑만이 덩그러니 서 있고, 관람 동선에 따라 이동하다 보면 약간의 정비된 유적의 모습들 예컨대 당시 건축물의 웅장함을 증거하고 있는 심초석이 보이도록 정비된 금당지와 널따란 강당지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이런 친절한 배려로도 과거 미륵사의 진정성있는 전체적인 건축물이 상상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관람객이 현장을 방문했음에도 미륵사의 온전한 모습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이는 백제기 유적이 가지는 공통된 문제점으로 백제 유적 대부분은“땅 아래에서 피와 땀으로 건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백제기 대부분의 유물과 유적이 고고학에서 밝혀졌다는 자조적인 평가에서 나온 말이며 또 “고대를 연구하는 것은 천재적 상상력이 있는 학자나 하는 영역이다”라는 말도 있다. 이는 실물로 남아 있는 고대 백제기 문화유산이 거의 없어 약간의 역사적 실마리(문헌, 유구 등)를 통해 합리적 추론에 의한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유적의 복원은 이제 필연이 되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한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문화유산의 가시적 표현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지난해 디지털 대전환 시대 변화에 따라 미륵사 건축유적에 대한 디지털 복원연구를 추진하게 되었고 이런 노력은 20대 대통령 취임과 함께 국정과제(62-5)로 선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그간 추진됐던 미륵사복원기초연구(2008∼2013년), 미륵사 복원 기본연구(2013년∼2023년) 등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륵사 중문 디지털 복원과 콘텐츠 개발'이라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구축하게 되었고 이를 일반인에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이 콘텐츠는 건축물의 터만 남겨져 있던 현장에서 증강현실로 과거 미륵사의 건축유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콘텐츠로 그간 양주 회암사지와 파주 혜음원지, 부여 정림사지 등에서 시도 된 바가 있으나, 이번 미륵사 디지털 복원의 경우는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추진된 연구성과를 반영하여 유적의 발굴과정 및 건축물 연구추이를 살펴보는 등 유적의 진정성있는 복원을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더불어 중문의 다양한 건축부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증강현실 상황에서 촬영을 하고 이를 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도 새롭게 탑재하고 있다. 미륵사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는 크게 3단계로 기간을 구분하여 추진되는데 사업은 2033년경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는 2023~2025년까지로 미륵사 3원영역(중문, 회랑, 목탑) 복원이 대상이며, 2단계는 강당영역의 건축물이 2026~2028년까지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3단계는 2029~2038년까지 승방영역과 기타구역을 복원할 예정으로 이후 복원 결과물은 일반인 공개는 물론 전문가에게 연구자료로 제공하고 더 나아가 대학의 교재로 제공할 수 있도록 콘텐츠 수준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38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 백제가 사비로 천도하고 도읍을 정한(538년)이래 1500년이 되는 해이다. 이런 이유로 백제역사지구 관련 대부분의 정비계획은 이 기간안에 마무리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나름 동기부여가 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은 기간과 시간을 정해놓고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며 이 순간에 우리는 역사가 된다. 역사문화유산의 디지털복원이 우리 역사유적 복원에 필연적 단계가 되었다면 좀 더 강한 정책적 지원과 예산 투입이 필요해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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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1 14:31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그리고 전북의 미래(하)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하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서울·경기 등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또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관련 교육·의료·주거·교통·생활편의 측면에서 주민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중앙정부·지자체 정책을 검토한 뒤,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전략 및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 정책과 한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뒤 ‘06년부터 ‘23년까지 저출생 대응 명목으로 약 3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였으며, ‘23년 한 해에만 47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하지만, 매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 지표상으로 지난 20여 년간의 정부 저출생 대응 정책의 효과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지방소멸과 관련하여 행정안전부는 ‘21년 전국 8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특례를 부여하였으며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사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여러 지방소멸 대응 정책 중 이슈가 되는 것은 ‘지방소멸 대응기금’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2024)’에 따르면 “지역별 특색없이 유사한 사업이 획일적으로 추진되거나 나눠먹기식으로 재원이 배분된”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파크골프장, 야간조명, 음악분수와 같이 기금 취지에 맞지 않은 사업, 단체장 공약과 같은 단기적인 사업, 기금 재원 부족 등 지방소멸 대응기금의 한계와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의 출산지원정책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출산장려지원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인구위기 대응전략 보고서(2023)’에 따르면 ‘22년 기준 국내 지자체 중 출산장려지원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총 213개이며, 예산 규모는 5735억원으로서, 전국적으로 매년 출산장려지원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출산장려지원금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이며,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북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 및 과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문제는 출생아 감소 등 자연감소와 더불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등 사회적 감소로 인한 영향이 크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저출생 대응 정책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 외부로의 인구 유출을 줄이고, 신규 인구 유입은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가지 않고도 청년들이 원하는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삶 전반에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매력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문제는 단기적으로 한두 가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교육·의료·주거·교통 등 여러 분야의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은 협력적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5개의 정책 패키지들이다. 첫째,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통해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고, 학생 및 학부모 신규 인구 유입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경남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은 경남도, 경남도교육청, LH공사가 협력하여 학교를 중심으로 소멸 위기의 마을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로서, 각 기관이 5억씩 총 1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교육청과 학교는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자체는 일자리 연계와 입주민 융합프로그램을 운영하며, LH에서는 임대주택과 편의시설을 건립하였다. ‘20년부터 시작하여 함양군 서하초, 고성군 삼산초 등 10개 지역에서 사업을 하였고, 251명(57가구)이 이주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 사업은 ‘교육’, ‘주거’, ‘일자리’관련 대안을 제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학령기 아이들의 교육과 방과 후 돌봄을 지원함으로써 농어촌 지역을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완주군 고산면은 ‘11년 설립한 고산향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숟가락 공동육아, 고산청소년센터 고래 등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마을교육 및 방과 후 돌봄 관련 풀뿌리 교육지원센터, 완주미래행복센터와 같은 지원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완주 고산 지역은 주민, 학부모, 학교가 공동으로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협력하고 연대하는 마을교육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이와 같이 완주 고산은 10년이 넘는 마을교육 운동을 통해 전국적인 마을교육공동체 모델이 되었으며 ‘교육’, ‘돌봄’, ‘공동체’가 어우러진 지방소멸 대응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셋째,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 시니어, 귀농·귀촌인 등의 지역 체류 및 정착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먀 마을은 인구 5천명 규모의 산골마을로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마을에 신규 인구가 전입할 수 있도록 이주교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마을에서 살아보는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또한, 마을에 들어온 사람에게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빈집을 고쳐 사무실로 개조하고, IT 기업 등 위성사무실을 입주시켰으며, 기업들이 편하게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였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91세대 161명이 이주하였고, 위성사무실 16개소가 입주하였다. 가미야마 마을 사례처럼 지역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체류와 정착을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거’, ‘빈집’, ‘청년’,‘일자리’, ‘교육’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넷째, 빈집, 빈점포 등을 리모델링하여 카페, 숙박시설,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여 빈집 문제를 완화하고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 공주 봉황동 마을호텔, 정선 고한 마을호텔 18번가 등은 빈집과 빈점포를 활용하여 게스트하우스로 조성하고, 마을에 있는 카페, 식당 등은 호텔의 편의시설로 연결한 사례이다. 또한, 부여 자온길 프로젝트는 빈집을 서점, 찻집, 양조장, 공방 등으로 조성하여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여러 사례와 같이 인구감소지역 내 빈집, 빈점포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빈집을 숙박시설로 활용할 때 규제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지역의 경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내국인 숙박 특례’관련 도시재생 활성화지역 내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특례 확대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농어촌 지역 내 민간 버스 회사에서 노선을 폐지한 교통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공공에서 재정을 보조하는 마을버스와 마을택시 운행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음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차량을 통한 이동편의점을 운영하여 주민 생활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동편의점 민간 사례로는 ‘11년부터 전남 영광군에서 이동형 마트 트럭으로 매주 2회씩 42개의 마을을 운행하며 생필품과 식료품을 판매한 동락점빵 사회적협동조합이 있으며, 농식품부에서도 올해 7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지자체, 지역 농협과 협력해 농산물 등을 트럭에 실어 농촌마을로 배달하고 판매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들을 통해 ‘교통’, ‘생활편의’, ‘돌봄’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지방소멸. 말그대로 소멸은 아니지만... 농어촌 및 지방중소도시의 인구가 감소하면 민간 및 공공에서 생활인프라와 서비스를 감축하게 되고, 서비스가 줄어들면 주민들의 삶의 질과 정주여건은 더 악화되게 된다. 그러면 일부 주민은 더 나은 거주지를 찾아 이주하여 인구가 유출되고,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물론 지방소멸이라고 하여 그 지역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경제·산업, 지방재정 측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자족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중앙정부보다 현장에 가까이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자체에서는 기존 수립한 정책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보다 실효성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에서 라운드테이블과 같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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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31 15:18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세계 음악을 듣는 삶에 대하여

세계 음악을 다양하게 접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어쩌면 이게 무슨 엉뚱한 말장난인가 할 수 있다. 세계음악? 그게 생활과 무슨 연관이냐고 할 수 있다. 그럼 다른 예를 들어본다. 안전한 보행자 인도가 있는 도시, 자연주의 놀이터가 있는 도시, 쾌적한 도서관이 많은 도시, 가깝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는 도시를 떠올리면 누구나 그런 곳은 사람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인정한다. 반대 상황도 그려 보자. 주차공간이 부족해 불법주차가 많아 걷기 힘든 도시, 삐걱거리는 녹슨 놀이기구만 있는 놀이터, 환기도 되지 않는 어두침침한 도서관, 산책할 수 있는 공원 하나 없이 빌딩만 빼곡한 도시...잠시 상상만 해도 긍정 의욕이 감소한다. 약간의 과장을 포함해서 말하자면, 필자는 풍요로운 기반시설이 지역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듯 다양한 세계음악을 듣는 것, 즉 다양한 문화를 만나는 것도 유사한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 물론 다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고, 수용하기까지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도시)의 교육, 복지, 문화예술, 환경 등의 방향성은 당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계획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축적의 힘 때문이다. 어디든 지역마다의 고유한 전통예술이 내려오기 마련이지만, 전북은 지역 곳곳에 판소리, 시조, 줄풍류를 이어 들노래, 풍물굿 등 문화예술적 유산이 풍부하다. 그런 조건이 전주대사습놀이와 같은 전국적인 국악경연대회를 가능하게 했고,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같은 국악중심의 세계음악축제를 존재하게 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세계’를 붙이게 된 이유는 아마도 양가적인 바람을 담고 있을 것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 세계 문화예술과 동등하게 판소리를 비롯한 한국전통음악을 알리고 싶은 바람과 우리가 펼치는 축제의 판 속에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자 하는 바람이 공존한다. 전자는 ‘우리것이 좋은 것이야.’를 외치며 이러한 문화자산이 있는 전북특별자치도의 가치와 경쟁력을 자랑하고, 후자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민들이 소리축제와 같은 문화사업을 통해 열린 문화적 소양이 있는 행복한 지역 생활을 누리기 바랬을 것이다. 물론 관광활성화, 지역예술가 성장, 국제교류 활성화 등 더 많은 기대와 요구들이 연결되어 있지만 큰 맥락에서의 첫 출발은 ‘세계 속의 소리, 우리 소리의 세계화’로 짐작된다. 이런 지역의 여건과 기대로 인해 소리축제는 2001년에 시작되었고,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23회 소리축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올해는 13개국 13개의 해외 단체가 전북을 방문할 예정인데, 폴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미지의 음악 혹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음악이 소개될 것이다. 그 5일간의 축제판에 초대된 해외 예술가들은 지금 한창 한국이라는 나라를 검색하고, 자신들의 무대를 상상해 볼 것이다. 축제는 관객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도 즐겨야 판이 살아난다. 그들도 역시 ‘우리의 음악과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우리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뜻을 품고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대한민국 전주로 날아온다. 서로 다르지만, 음악과 예술로 소통할 수 있기에 우리는 그들을 초대하고, 환대하고, 호기심으로 경청한다. 축제판에서는 평가와 판단을 멈추고 지금은 우리 삶에 자극과 전환를 줄 수 있는 순간이라 생각하고 즐겨야 한다. 그런데 맘껏 즐기는 것은 좀처럼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와 춤을 좋아하긴 하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해외 음악이 어렵고 익숙하지 않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전국노래자랑을 봐도 흥이 넘쳐 춤추는 몇몇 어르신을 제외하고는 얌전히 앉아서 쑥쓰러운 얼굴을 가리며 박수만 치는 관객이 대부분이다. 가끔 국제교류 공연 기획자들은 “한국 사람이 가장 일으켜 춤추게 하기 어려운 관객”, “예술가보다 놀줄 아는 해외 관객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MZ세대가 열광하는 싸이콘서트나 레전드 팝스타 공연이나 축제는 제외하고 말이다. 사실 판소리와 국악, 해외 민속음악이나 소위 월드뮤직이라고 하는 분야는 알면 알수록 즐거움이 증가하는 장르이다. 대중음악이나 클래식처럼 즉각적인 감정 몰입이나 공감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 알아가기 시작하면 그 매력에 두 손을 모르게 되는 장르임에는 틀림없다. 소리축제는 올해 처음으로 ‘월드뮤직 아카데미’라는 공연과 강의의 중간 형태의 수업(?)을 진행했다.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세계음악과 악기에 대해 알리는 것이 결국 소리축제를 찾는 마니아 관객 확보에 효과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평일 저녁에 4주간 과연 도민들이 관심있을까? 축제를 앞두고 괜한 사업으로 힘을 빼는 것이 아닐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웬걸, 수강 신청을 시작하자 50여석의 객석이 찼고, 매회차 반짝이는 도민 수강생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실제는 독일이 고향이라고 함), 인도의 시타르, 아일랜드의 휘슬과 아코디언, 중국의 비파를 주제로 진행된 아카데미에서는 “아~ 그렇구나. 아~”라는 알아감의 탄성이 지속되었다. 4주를 모두 참석한 충성 관객 비율이 높았고, 어느 관객들은 일주일 한 번의 외출을 위해 한껏 멋을 부리기도 했고,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앞자리를 사수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예술가를 마주하는 것을 부끄러워 했지만, 점점 궁금한 점을 직접 묻기도 하고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하며, 소리축제 응원군이 되어주었다. 축제를 준비하는 스태프들도 좋은 경험이었다. 소리축제 기간에는 모든 직원들이 평균 4Kg씩 강제 다이어트가 될 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기 때문에, 관객 한사람 한사람과 소통하거나 관찰하기 어렵다. 그런데 작은 사업을 통해 도민의 다양한 바람과 만족, 공감을 마주하고 아카데미 수업도 같이 들으며 관객과 소통하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4주간 세계 음악을 듣는 삶은, 그 시간에 머물지 않고 흐르는 우리의 삶과 일터에서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포용의 여유를 주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소양을 확장하고자 배우고 찾아가는 지역민들이 있는 도시, 그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분위기는 바로 지역의 경쟁력, 차별성의 작은 시작이 아닐까. 곧 축제 판이 시작된다. 관객들이 춤을 추었으면 한다. 아일랜드 켈틱 음악에, 이탈리아 타란타 지역의 민속음악에, 혹은 우리나라 뽕짝의 대가 이박사의 탬버린 장단에, 김반장의 신들린 드럼장단에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 춤은 흥미 없고 수준 높은 공연작품을 보거나 유명예술가를 만나고 싶다면, 세계적인 연주자 정경화&임동혁의 듀오 리사이틀, 대니구&조윤성트리오, 음악극 ‘적로’를 놓치지 말자. 추임새를 외치고 싶다면 판소리 다섯바탕에서 “얼씨구, 좋다”를 외쳐보자. 어린이에게 새로운 체험을 안겨주고 싶다면 어린이소리축제에서 악기체험, 재활용음악극을 찾아보자, 분명 엄마가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소리축제의 판은 우리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특권이다. 부디 놓치지 말고 일년의 한번 축제를 풍성하게 즐기시길 바란다! 세계음악을 듣는 삶은 분명 우리에게 행복감을 안겨줄 것이다.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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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24 16:40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알다가도 모를 청소년, 가능성의 존재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

‘이제 꽤 덥네?’하고 돌아보니 어느새 한 해의 반절이 흘러있다. 어느 기관이든 이즈음엔 상반기 진행 상황과 성과를 점검하고 남은 하반기에 대한 계획과 보고로 분주한 요즘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개개인들도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하반기 일정에 바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개인적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등학생 자녀 때문인지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청소년들은 지금 무슨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하루하루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는 생활, 이제 2~3주 뒤면 1학기 기말고사가 있고, 여름 방학이 있다. 저녁 시간에 우르르 학원에서 나오는 모습들, 그러면서도 깔깔깔 즐거운 아이들, 학원가는 벌써 여름 특강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신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찬스! 국영수 여름방학 특강!’ ‘청소년’,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읽어보니, 참 어색하다. 알다가도 모를 존재들, 그들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늘 만나게 되지만 무엇인가 거리감이 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분명 보이지 않은 벽 안에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청소년이 아닌 사람들은 그 세계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혹은 봐도 해석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해맑고 귀여워서 무엇을 해도 칭찬받는 어린이 그룹과 취향에 대해 선택권을 보장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남을 판단하는 성인 그룹 사이에 끼어있는 애처로운 그룹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들의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워서인지, 이해하기 싫어서인지 ‘성인’ 그룹으로부터 존중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청소년의 시간은 입시 준비나 취업 준비 등 이제 곧 ‘성인’이 될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규정된 듯하다. 마치 지금 당장 행복한 시간보다 미래의 시간만이 중요하다고 장담하고 있는 것 같다. 학업이나 취업을 위한 활동 외의 행동들은 성인 이후로 미루기를 권유받거나 걱정으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갑자기 고등학교 2학년이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듣게 될까? 물론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응원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대부분 전공할 것도 아닌데, 지금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면서 배우지 말고 대학교 가서 천천히 배우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입시나 취업 외 예체능을 비롯한 다른 활동은 일단 대학 입학 후나 취업 뒤로 보류할 것을 요구받는다. 청소년 시기 바로 직전, 어린이 그룹일 때는 그림을 그려도, 노래를 불러도, 춤을 춰도, 혹여 공부를 좀 못해도 칭찬받았는데, 청소년 시기로 접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학교나 사회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자! 이제 놀기 끝, 경쟁 시작!’ 청소년들의 혼란스러움이 공감된다. 스트레스 풀 곳은 코인 노래방, 피씨방, 그리고 끊임없이 콘텐츠를 쏟아내는 핸드폰 속 릴스와 인스타그램 이미지에 의지한다. 그렇게만 머물기에 청소년들의 가능성과 지금의 행복도 너무 중요한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꾸준히 청소년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몇몇 청소년 공간과 문화 행사의 소중함은 더 가치 있다. 전주청소년센터를 비롯하여 전주시 6개 지역에 있는 청소년센터에서는 작지만 내실있는 청소년 동아리 지원사업이나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재미있게 본 사례는 전주청소년센터와 효자청소년센터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는 ‘모글리’라는 크로스핏 동아리이다. 크로스핏이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하는 운동으로 미국에서 경찰, 군인, 소방관 등의 훈련을 위해 고안된 운동법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있는 운동법이다. 처음 이 동아리에 대해 들었을 때, 필자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독서 토론, 음악감상, 봉사 동아리가 아닌 현대적이고 활동적인 장르인 점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더불어 어른이 가르쳐주고 싶은 것을 정해서 일방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아닌 청소년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 점이 반가웠다. 요즘 청소년들은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외모에 관심이 많다. 여학생들은 일찍부터 메이크업을 한다거나, 늘 다이어트를 하면서 건강이 염려되도록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는데, ‘모글리’에서는 기특하게도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함께 한다. 청소년센터에서는 전문가의 지도와 공간을 지원하여,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잠시라도 학업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고, 자신의 몸 움직임을 배우도록 돕는다. 운동하는 시간 동안 핸드폰에서도 멀어지니 청소년들은 활기를 찾을 수밖에 없다. 효자청소년센터에서는 이밖에 바리스타 동아리 ‘다믈’, 텃밭을 가꾸는 ‘텃새꾼’, 댄스 동아리 ‘홀림’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커피를 내리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고, 텃밭을 가꾸며 흙의 위대함을 알고, 음악에 맞춰 바이브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청소년들에게는 얼마나 멋진 시간일까. 그런 즐거움과 긍정의 시간이 축적되면서 분명 좋은 어른들도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청소년을 위한 멋진 공간도 있다. 이미 전주의 이색적인 청소년 공간으로 유명한 전주 꽃심도서관 내 ‘우주로 1216’는 타지역에서도 자주 견학오는 곳이다. 소위 트윈세대(틴에이저와 어린이 사이에 낀 between 세대)를 위한 공간을 표방하는 이곳은 매월 셋째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12~16세만 입장이 가능하다. 모던하고 자유분방한 실내 인테리어도 인상적이고 쿵쿵존, 톡톡존, 슥슥존, 곰곰존으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한 부분이나, 다양한 미술, 조형, 3D펜, 뜨개질 등을 활용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한 부분이 특징이다. 특히 슥스튜디오에서는 동영상 제작이나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장비까지 구비해 놓아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갈 수 있는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없는 그들만의 공간이니 어른 앞에서는 꽁꽁 숨기는 끼와 재능이 더 발현되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 지역에 청소년을 위한 공간과 사업이 있지만, 아직 그 수와 다양함이 전북 청소년들의 인원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청소년 자신이 관심이 높거나, 학교나 집이 해당 문화기관과 가깝지 않다면, 이런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런 차이와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공영역의 관심과 정책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학교단위로 차별없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는데, 실은 어린이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관은 다수 있으나, 청소년 대상 사업, 예를 들어 청소년을 위한 전문적인 공연이나 전시, 체험은 쉽게 찾기 어렵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사업을 기획하는 것은 다른 사업보다 조사와 고민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섣부르게 시작해서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외면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서두에서 거론했듯 그들은 알다가도 모를 존재, 성인과는 같은 연극을 봐도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도 있고, 때론 쉽게 상처받게 할 수도 있다. 그뿐인가 그들은 재미없으면 빠른 속도로 돌아선다. 국립극단에서는 십여년전부터 청소년극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데, 예술적으로도 관객 확장면에서도 의미있는 행보로 인정받고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관객 마니아층도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주제도 청소년기에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밀고 당기는 밀당-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외모적 고민, 성정체성, 우정과 연애, 트라우마 등 다양하다. 국립극단은 창작 과정부터 일반 극과 다르게 진행한다. 우선 청소년극을 쓰고자 하는 작가를 모집하고, 청소년 창작파트너인 ‘청소년 17인’과 협력해서 창작의 주체로 함께 할 수 있게 운영한다. 참여 작가들의 초고 집필은 작가와 청소년이 함께하는 워크숍, 소그룹 활동 등 실제 청소년과의 상호 작용이 선행된 후에 진행되어 청소년의 시선이 살아 있는 희곡이 만들어진다. 공연 종료 후 작가, 연출가와 함께하는 ‘예술가와의 대화’도 진행함으로 청소년 관객들이 작품을 더 깊게 수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론 이런 작업은 촘촘한 기획력과 의지뿐만 아니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다. 공공예술단체일지라도 예산은 늘 부족하고 이미 수행할 공연이나 사업들이 빼곡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쉽게 청소년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체된 기존 사업들을 정리하거니 잠시 휴식기를 갖고, 과감하게 청소년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청소년들에게 공을 들이면 그 피드백은 사회 전체가 폭넓게 받게 된다. 어른으로 성장해서 좋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 사회를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 아! 이제 떠오른다. 전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비보이그룹 ‘라스트포원’도 전주청소년센터의 댄스 동아리로 출발해 세계 무대에 섰다. 청소년, 그들은 그렇게 가능성 있는 존재들이다. 2009년 8월 뉴욕 링컨센터 내 댐로시밴드셀극장에서 열리는 '힙합 제너레이션 넥스트' 공연에 참가했던 전주출신 한국 최고의 비보이그룹 '라스트 포 원'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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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26 15:21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귀엽기만 한 게 아니에요’ 동물매개치료가 보여준 ‘교감’의 힘

나른한 오후 시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동네 복지관으로 모여 7살짜리 포메라니안, 아뽀를 둘러싸 앉는다. 강아지 쓰다듬기, 함께 산책하기, 마사지해주기 등 그간 바쁜 삶을 사느라 평소 경험할 수 없던 동물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동물의 부드러운 촉감, 초롱초롱한 눈빛, 사랑스러운 움직임에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환한 꽃이 핀다. 함께 웃음꽃을 피우다 보니 집단 내에서 자연스레 대화도 이어지고,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지기도 한다. 또, 감정이 있는 동물과 함께 해나가는 활동에 평소보다 많은 집중력을 쏟는다. 이곳은 치매 증상 어르신들을 위한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되는 ‘동물매개치료’ 현장이다. 국내 최초의 대학원 과정인 원광대학교의 ‘동물매개심리치료학과’를 졸업해 동물을 매개로 한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윤석 씨(29). 벌써 7년차 동물매개심리치료사이다. 그의 반려견 ‘아뽀’는 가정에서는 애교도 많은 사랑스러운 여느 반려견과 다를 바 없지만, 윤석 씨와 함께 상담 현장에 나가면 여러 검증 절차를 거쳐 자격을 부여받은 의젓한 ‘치료견’이 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여러 돌발 상황에서 침착함을 보여야 ‘치료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가 된 이들은 치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나 장애나 질병, 혹은 다양한 환경의 대상자들을 위한 동물 치유 프로그램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윤석 씨는 아뽀의 역할은 일당백이라고 확신한다. “아무래도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매개로 내담자와 만나며 직접적인 감정 교류가 일어나다 보니 피드백과 반응 또한 즉각적입니다. 그래서 내담자들과 라포 형성이 정말 바르게 일어난다고 느낍니다.” 윤석 씨는 다양한 내담자와 함께 동물매개치료를 진행하며 동물의 존재가 사람에게 치유를 줄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 치료견 아뽀와 함께 대상자들을 만나다 보면, 부정적이던 사고가 긍정적으로 변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을 목격하는 등, 분명한 변화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7년간 수많은 대상자를 만나며 동물 교감의 힘을 알려온 윤석 씨.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는 익산시 보건소에서 만난 한 남성 노인 한 분의 사연을 소개했다. ‘인생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며’ 높은 우울감을 호소하며 타인에 대한 경계가 높던 어르신은 치료견 ‘아뽀’와 교감할수록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타인에 대한 관심도 적고, 누군가 말을 걸면 방어태세를 갖출 정도로 경계심이 심하던 어르신인데 아뽀와 친해진 후에는 다른 이에게 아뽀를 먼저 소개하는 등 삶에 대한 적극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물매개치료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관찰돼 뿌듯했고, 프로그램이 끝나 이별을 맞았을 때, 진심이 담긴 표현을 전달받을 때 큰 감동”이라고 윤석 씨는 말한다. △동물매개치료 ‘긍정 효과’.. 과학적으로 입증돼 동물과의 교감으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가 혹여 기분 탓은 아닐까? 인간과 동물의 유대 경험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인간의 생애주기별 효과를 살펴본 연구들에 의하면, 동물과의 교감은 발달이 이루어지는 단계의 아동과 청소년의 애착 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자기존중감과 자신감 향상, 인지 능력과 학습력 향상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년기에는 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스트레스와 혈압을 낮추는 등, 심혈관계 증상을 완화한다는 점이 발견되었고, 노인의 우울감,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이 줄어드는 것과 더불어 전반적인 신체 건강은 증진된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이점으로 인해 미국심장협회는 반려동물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고혈압, 고지혈증, 신체 활동, 비만 등에 개선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를 가진 PTSD 환자, 우울증, 불면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 등 여러 정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특정한 질병을 앓거나 특정한 환경에 놓인 대상자들은 동물과 상호작용하며 교감이 이루어졌을 때, 정신적 증상이 완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과거 이런 연구 결과 대다수가 대상자의 인터뷰나 설문으로 인해 입증되었다면, 최근에는 연구 대상자의 심장박동수를 모니터 하거나 뇌파, 체내 호르몬 변화를 객관적으로 데이터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 근거로도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일찌감치 연구해 온 서양에서는 동물매개치료를 우리나라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노인, 환자가 많은 대형 병원이나 심리치료센터에 치료견이 상주하고 있는 모습을 제법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동물매개치료, 앞으로의 전망은? 국내에 동물매개치료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유대에 따른 긍정 영향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매개치료’가 미술이나 음악 등 세분화된 다른 분야의 심리치료에 비해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인 것이 현실이다.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이 지자체 내 복지관과 보건소, 산하 센터에서 간헐적으로 마련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연구자가 임상 실험을 하기 위해 제공되는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다. ‘동물매개치료’ 개념에 국내에 유입된 지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치료동물’에 대한 정의나 법규가 여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탓에, 동물매개치료를 진행할 장소 선정부터 ‘동물’이 투입돼 위험할 것이란 편견까지. 아직까지 소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생명’을 매개로 치유를 받을 수 있고 동물을 매개로 상담사와 내담자가 빠른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와 관심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동물보건학과 교수는 “인간과 동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서로 교감의 감정이 싹틀 수 있다” 고 말한다. 이런 감정은 “사람에게 위안과 위로를 전하며 심리적 이점을 제공해 동물과 보호자 간의 단순한 정을 떠나 사람의 심리적, 정신적 치유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라며 인간과 동물의 교감에 대해 설명한다. 현재 국내 동물매개치료는 특수학교의 특수아동과 복지관과 보건소 등 노인들의 스트레스나 우울감 감소 등이 목적인 치유 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동물매개치료는 ‘보완대체요법’의 하나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의 적용이 기대된다. 최근 활성화 되고 있는 치유농업에서도 개 외의 동물과 곤충을 소재로 한 치유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동물매개치료 분야 확대가 전망된다. 이미 동물 교감의 긍정 효과는 별도의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거쳐야만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일상에서 체감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동물에 대한 애정이 컸던 윤석 씨는 막연히 ‘동물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왔다고 한다. 운명처럼 ‘동물매개치료학’을 만나 동물매개치료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치료견 ‘아뽀’를 통해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가장 보람차다는 윤석 씨는 현재는 익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동물교감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들에게 동물 교감을 통한 행복을 전파하고 있다. 목서윤 전주 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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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2 15:45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

△전주 미래유산 1호 종합경기장 철거의 의미 지난 4월 전주 종합경기장 철거가 시작되었다. 이미 작년에 야구장이 철거되었지만 주 경기장 건물은 종합경기장 부지에 있는 중심시설이자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민과 함께해온 근현대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주 경기장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전주 종합경기장은 1963년 전북도 최초로 전국체전을 개최한 장소로서 설립 과정에서 전 도민이 십시일반 모금에 동참하여 건립 자금을 마련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네 차례(44회, 61회, 72회, 84회)의 전국체전과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개최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도민체육대회’, ‘전주시민의날’, ‘풍남제’, ‘전주 대사습대회’, ‘전주 국제영화제’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축제, 체육대회 등을 개최한 전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도민들이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문화유산이다. 전주시에서는 이와 같은 경기장의 역사·문화·공동체 측면의 가치와 의미를 살리기 위해 2017년 전주 미래유산 1호로 지정하였다. 전주시에서 미래유산을 지정한 배경은 전주에 있는 한옥, 근·현대 건축물, 생활유산 등 문화유산들 중 대다수가 국가유산으로 지정되거나 등록되지 못하여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국가유산은 아니지만 미래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조사·발굴하여 보존·활용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절면철거식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한옥을 비롯한 근현대문화유산이 멸실되고 훼손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에 있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보전·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 미래유산 제도가 시작되었다. 「전주시 미래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전주시 미래유산은 근·현대 전주를 배경으로 다수 시민이 체험하거나 기억하고 있는 사건, 인물 또는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의 것으로 미래세대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한다.”즉, 시간적 범위는 근·현대 중심이고, 내용적 범위는 유형유산, 무형유산, 장소 및 경관까지 포괄하지만, 국가에서 지정·등록한 국가유산은 제외된다. 특히, 미래유산의 개념 중 중요한 점은 역사적 경험과 시민들의 기억을 공유하고, 전주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유산, 건축자산 등 근현대문화유산 관리 이슈와 문제 최근 전주 미래유산 제도의 원래 목적과 취지가 왜곡되고 변경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주시에서는 종합경기장 철거 절차를 진행하던 2023년 10월에 미래유산 1호의 명칭을 ‘종합경기장’에서 ‘종합경기장 터’로 변경하였다. ‘종합경기장 터’로 변경하더라도 미래유산으로는 남는다는 말인데, 합당치 않다. 철거를 쉽게 하기 위해 미래유산 보전이라는 원칙을 버리고 제도를 바꾼 것일 뿐이다. 다른 미래유산 역시 멸실되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전주 완산구 남노송동에 있는 비사벌초사(신석정 가옥)의 경우 신석정 시인이 1961년부터 1974년까지 거주했던 곳으로서 시인이 살았던 당시의 가옥구조와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2017년 전주 미래유산 14호로 지정되었다. 2021년 비사벌초사는 재개발정비구역 내 위치하여 철거될 위기를 겪었으나 다행히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정비계획에 존치부지로 남았다. 하지만, 향후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 다시 철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전주 덕진구 우아동3가에 있는 장재마을(전주 미래유산 11호)은 종이와 대나무로 우산을 제작하던 지우산 마을로서 전북 무형문화재 우산장 윤규상 보유자가 우산 제작 기술을 배운 마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유산 마을인 장재마을은 전주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계획으로 인해 향후 마을 자체가 소멸될지 모르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또한, 재개발정비구역 내 한옥 멸실·훼손 문제도 심각하다. 국책 연구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 국가한옥센터에서 발간한 '2013년 전국 한옥분포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주시 관내 한옥으로 판정된 건축물은 총 2512채이고, 이중 48.0%에 해당하는 1206채가 재개발사업 등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구역 내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법정동별 한옥 분포 현황 조사 결과 중노송동(255채), 교동(189채), 남노송동(167채), 태평동(151채), 풍남동3가(117채) 순으로 한옥이 분포하고 있었는데, 한옥마을이 있는 풍남동과 교동을 제외한 중노송동, 남노송동, 태평동 등은 최근 재개발사업이 완료되었거나 사업추진이 진행중인 지역으로 다수의 한옥 건축물이 철거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동 보고서에서 한옥의 지붕, 외관 등의 상태를 판단하여 비교적 양호한 A급 한옥건축물 63채를 현황조사하고 아카이브하였는데, 이중 다수가 태평동 등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멸실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 제정에 따른 근현대문화유산 보존·활용 과제 정부는 최근 근현대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작년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근현대문화유산법)」을 제정하였고, 올해 9월 시행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50년 이상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만 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관리할 수 있었으나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도입하여 50년 미만의 근현대문화유산 중 가치있는 유산에 대해서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하여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예비문화유산의 대상 및 범위는 전주 미래유산의 대상·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전주 미래유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기 지정된 전주 미래유산을 검토하여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현대문화유산법」에는 ‘근현대문화유산지구’를 지정하여 문화유산을 선·면단위로 보전·활용하기 위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건축자산진흥구역’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 인근 역사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하여 한옥 등 건축자산과 미래유산을 비롯한 근현대문화유산을 지원·관리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재개발구역 내 한옥 멸실·훼손 문제에 대응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구역 내 한옥 현황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개발사업 추진 시 서울시 한옥은행 사례와 같이 공공에서 한옥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를 조성하는 등 한옥 등 건축자산에 대한 아카이빙 및 매입·보존·활용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자 미국 지리학자인 이-푸 투안(Yi-Fu Tuan)은 ‘장소애(topophilia)’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프랑스 역사학자 피에르 노라(Pierre Nora)는 집단의 기억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의미의‘기억의 장소’라는 개념을 언급하였다. 위의 두 개념으로부터 근현대문화유산이자 미래유산으로서 종합경기장은 단순한 건조물이나 체육시설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도민의 경험과 추억, 애정, 기억이 축적된 소중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경기장 내에 전시컨벤션센터를 어떻게 지을지 의견수렴을 받고 있는데, 질문내용과 순서가 좀 잘못된 것 같다. 구체적인 개발내용보다는 먼저 미래유산인 경기장을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할지 시민에게 묻고 사업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아직 행안부 중앙투자심사는 받지 못했고, 구체적인 계획과 설계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묻지도 않고 철거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경기장 개발에 대한 충분한 숙의 토론과 의견수렴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 각종 행사 때문에 철거 공사를 중지한다고 하는데, 이 기간에 경기장을 오픈해서 시민들이 서로의 기억과 추억을 나누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종합경기장과 미래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장우연 독립연구자·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백세종
  • 2024.05.29 17:24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백 가지색, 백 가지 가치를 만든다

월초부터 마음이 조급해지는 5월이 지나가고 있다. 5월 20일을 넘기니 ‘아! 올해 5월도 잘 넘겼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올 정도다. 필자는 아이를 키우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워킹맘’인데, 4~5월은 부쩍 챙겨봐야 할 문화예술 현장이 많고, 사업 진행을 위한 출장과 회의 횟수가 증가하는 때이다. 더불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챙기지 않으면 마음 불편한 기념일이 줄줄이 있고, 학부모 참관수업에, 딸아이 발레 경연대회까지 달력에 일정이 빼곡하다. 바쁜 일정에 마음이 급하지만, 어느 하나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일도 하면서 가족도 챙기는 일석이조 방법이 주말에는 가족 동반 문화예술 현장이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딸아이와 함께 하는데 횟수가 늘어나면서 의도치 않게 우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 사업의 차별성과 딸아이가 그 현장에서 받는 영향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문화예술이 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성향과 경험에 따라 매우 천차만별이어서 필자의 사례만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개인적인 심상은 “누구나 문화예술을 경험하고자 한다.” “좋은 예술은 수요자(관객)을 가리지 않는다”이다. 딸아이는 반응이 확실한 어린이 수요자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부모들이 예술을 통한 교육효과를 기대하는 하기 때문인지,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문화예술사업은 각 기관에서 ‘효자사업’으로 인정받을 만큼 반응이 좋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참가를 위해 사전 신청 관문을 통과해야 할 때도 있다. 딸아이도 가장 선호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 분야이다. 에너지 넘치는 어린이들이 관람 예절을 지키며 조용히 공연을 보거나, 사뿐사뿐 걸으며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는) 미술 전시를 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나마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신나게 춤을 추고, 찢고 붙이고 그리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 중 미술 분야는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하고, 자르고 붙여서 무엇인가 완성하여 결과물을 남기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까지 있어 선호도가 높다. 그런데 이런 미술 관련 교육 사업은 양적으로는 증가한 것으로 보이나, 다양성 면에서 유사한 사업이 중복되는 등 아쉬움이 크다. 박물관, 미술관에서 만나는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도 유사한 형식을 반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단순한 색칠하기, 만들기, 퍼즐 맞추기 등 일차원적인 프로그램은 외면받기도 한다. 스마트기기 사용을 통해 첨단 기술과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 속에서 노출된 국민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입체적인 시각과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의 예술놀이 프로그램은 차별적인 구성과 운영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술 작가들이 자신의 창작 작업과 연결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교육 사업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다시 작가 자신의 창작 작업에 접목하는데, 이러한 방법은 순수예술과 예술교육을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여 창작자와 수요자 양쪽에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놀이로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때문에 어린이들은 작가의 생소한 언어를 생각해보며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내고, 작가 역시 교육법을 익히고 다양한 관객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전주문화재단은 올해 전주지역의 13개교 초등학교 4학년 학급단위를 대상으로 180회차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인데, 이런 운영방식은 문화예술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필자의 딸아이는 국악, 클래식, 미술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지루할 때는 모든 관심을 끄고 꾸벅꾸벅 졸거나, 재미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때로는 공연을 잘 보고 난 뒤 간식을 사달라며 조건을 흥정하면서 자신만의 예술 참여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3월에 참가했던 전주-멜버른 어린이 교류 프로그램에서 온라인으로 만난 호주의 또래 친구 소식을 궁금해 한다. 이 사업은 일반적인 문화예술교육사업과 새로운 관점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필자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어떤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소통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점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현장 도착했을 때 두 가지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먼저 참가 인원이 매우 소수인 점이다. 한국 어린이 1인, 호주 어린이 1인으로 구성된 그룹 두팀 총 4인이 참여하였다. 각국 2명의 어린이들의 색다른 만남과 경험을 위해 약 15여명 남짓의 성인 진행자들 - 예술작가, 촬영팀, 운영인력-이 차분하지만 적극적으로 돕고 있었다. 두 번째는 언어적인 소통을 염려하며 살짝살짝 참견하는 학부모를 밖으로 내보낸 뒤 외부의 간섭 없이 아이들의 순수한 방법만으로 소통을 진행한 부분이다. 아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설픈 통역을 해주려 했던 극성 엄마는 스스로가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양국 어린이들은 서로의 언어를 모르지만 이내 소통이 가능해졌다. 움직임을 보고, 표정을 보고, 그러면서 스스로 취하는 몸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졌다. 어떤 사업을 기획할 때 참가자 인원이나 사업의 횟수 혹은 수익이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양적 성과만을 강조했을 때는 예술적 차별성과 매력, 감동의 깊이가 감소 될 수도 있다. 예산도 물가상승 비율이나 예술가에 대한 타당한 인건비 측정이 고려 되기보다는, ‘예산은 절감, 성과는 상승’을 요구받기도 한다. 질적 인 성장과 고민은 논의 대상이 되기 어렵고, 목표 성과 도달로 평가받거나 건설적인 변화 모색 마저도 인정받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사업에서는 양적 성과 대신, 어린이들이 자기 자신과 모니터 건너편 호주 친구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간동안 네 명의 어린이 참가자들은 전폭적인 도움을 받으며 시공간 제한을 넘어서는 소통의 시간을 만끽했다. 반가운 시도였다. 예술 분야에서 이런 과감성을 자주 만났으면 하는데, 혹시 본 사업이 한국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호주연방정부 국제문화외교예술기금(International Cultural Diplomacy Arts Fund)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 살짝 서운할 일이다. 프로그램의 운영도 단순하고 순수했다. 어린이들은 세로로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8400km 떨어진 지구 반대편의 친구와 만나고 짝꿍이 되었다. 서로의 몸짓을 보며 상대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관찰하고, 친구의 몸을 따라서 그리고 오려서 한지로 된 그림자를 만들기도 했다. 호주에 있는 친구의 그림자는 이곳 전주에서 바람에 날리기도 하고, 함께 달리기도 하였다. 양국 어린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지만 함께 웃을 수 있었고, 언어가 아닌 상상력으로 서로 소통했다. 어떤 면에서는 어색하고 효율성 낮은 방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딸아이는 한 참 뒤에도 호주에 있는 친구 ○○○가 잘 지내는지, 지금 친구가 있는 곳은 겨울로 향하고 있고, 우리가 사는 이곳은 여름으로 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 한 시간의 경험으로 아이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시간과 공간,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이런 독특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만이 해답이라 외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은 분명 단순하게 인쇄된 만화 캐릭터 도면에 몇몇 색으로 칠하는 색칠 체험이나 풍선을 불기 프로그램도 두 팔 걷고 즐겁게 참여할 것이다. 딸아이는 K-pop 댄스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최신 아이돌 음악에 맞춰 제일 신나게 즐길 것이다. 필자는 수요자들이 각자의 취향과 상황대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쉽게 할 수 있는 경험도, 이색적인 경험도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고 믿고 있다.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장르, 소재, 예술가, 방법, 지역 등의 제한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안되는 이유보다 가능한 이유를 찾기를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가장 아래에 위치한 여러권의 책에서, 책을 만드는 한 권의 책까지 이런 주제가 마음이 떠오르면 생각나는 어른이 있다. 십여년전 명인명창의 공연 사진집 제작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만난 출판사 열화당의 이기웅 대표이다. 출판계의 거물이자 우리나라 출판도시의 밑그림을 그린 이기웅 선생은 대책없이 무작정 찾아온 우리 일행을 반가운 손님으로 대해주며, 열화당의 구석구석을 설명해 주고, 명인명창 공연 사진집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 대신 ‘책을 만드는 책’ 이야기를 건냈다. 세상에 많은 책이 있지만, 그 쓰임은 모두 다르며, 그래서 만들고자 하는 책이 교양을 위한 것인지, 정보 전달을 위한 것인지, 기록을 위한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을 만드는 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책을 만들기 보다는 책을 만드는 사람을 위한 책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장 아래에 위치한 가쉽, 얕은 지식을 위한 책부터, 가장 중요한 최종 한 권의 책까지 선생은 피라미드를 그리면서 지향하는 바에 대한 고민할 부분들을 짚어주었다. 그러나 하위의 책을 부정하거나 폄하하지는 않았다. 선생의 조언은 책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 해당한다. 모두의 예술을 생각하고, 예술가를 만족시키는 예술, 마니아가 선호하는 예술을 생각할 때 '책을 만드는 책'을 떠올린다. 어떤 구분을 통해 한계를 두기보다는, 팔릴 예술이 아닐지라도, 예술가를 키워내는 예술, 관객을 춤추게 하는 예술, 위로하는 예술, 친구가 되는 예술 등 우리 곁에 여러 예술의 쓰임과 역할이 제한 없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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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2 13:53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익산에 살아있는 백제의 수호 사찰 제석사지'

'제석사지(帝釋寺地)' 행정구역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247-1번지이다. 제석사지의 위치상 특성은 북고남저(北高南低)의 지형적 형태로 북쪽으로는 미륵산(彌勒山, 430m) 용화산(龍華山, 342m) 시대산(始大山, 229m)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미륵산과 용화산에서 발원한 옥룡천, 부상천, 왕궁천이 흐르는 하천 유역의 충적지와 낮은 구릉지에 안정적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석사는 백제 무왕이 수도를 왕궁평으로 옮기려고 지은 궁궐 근처에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을 중심 불상으로 모신 절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무왕 40년(639)에 벼락으로 절이 모조리 불에 탔을 때 탑 아래 넣어두었던 동판에 새긴 금강반야경과 불사리만은 보존되어 다시 절을 지은 후 보관했다고 한다. 탑터로 생각되는 지역에서 제석사라고 적힌 기와조각이 발견됨으로써 절의 이름이 밝혀졌다. 주목되는 점은 1965년 백제 무왕의 궁터라고 전하는 왕궁평 성안의 석탑에서 발견한 유물과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이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몇 안되는 백제 절터로서 문헌기록에서 절을 지은 시기와 폐허가 된 연대를 알 수 있다는 점, 무왕대의 왕궁평 유적과의 관련성, 백제 유적으로는 처음으로 암막새가 나왔다는 사실로 백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백제세계유산 왕궁리유적과는 불과 1km 남짓 떨어져 있으며, 미륵사지, 익산 쌍릉, 익산 토성 등 백제와 관련한 굵직한 유적지가 모두 6km 이내에 인접해 있다. 1998년 5월 12일에 '사적'으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1993년부터 시작되어 8차에 걸쳐 시행된 시·발굴조사 결과의 반영이라 추측된다. 처음에는 사역중심부 중심으로 시굴조사를 시행하였는데 1탑 1금당의 백제의 전형적 가람형식이 확인되어 전면 발굴로 전환되었으며 막새 등 다수의 백제 관련 유물이 발굴되었다. 특히 이곳에서 발굴된 암막새는 백제 사찰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출토된 것이어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큰 유물이라 하겠다. 더불어 제석사지는 물론 여러 학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 건립연대와 폐사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 유일한 백제사찰로도 그 가치가 크다. 7세기 중국에서 불경을 기록한 문헌으로 1950년 초반 일본 사찰에서 발견된『관세음응험기』기록에 따르면 백제 무왕은 현 익산지역으로 추정되는 지모밀지로 천도하여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제석정사를 축조하였는데 정관 13년(무왕 40년, 639년)에 뇌우로 화재가 발생하여 불당, 7층 부도, 회랑, 승방이 모두 소실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관세음응험기』가 정사가 아니고 다른 기록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그 기록의 신빙성 자체가 의심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제석사지 폐기유적지’가 인근에서 확인되었고, 이곳에서 다수의 소조상·연꽃무늬 수막새와 불탄 흔적이 있는 유물을 포함하여 305점의 유물이 발굴되면서 이제는 무왕의 제석사지 경영과 화재 관련 기록은 정설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제석사지는 탁월한 발굴 결과와 고문헌 기록의 고증을 통해 아직 규명되고 있지 않은 과거 백제의 위상과 천도 등의 주요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주요 유적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현재 제석사지에 방문해보면 이 위대한 유적의 흔적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제석사지를 방문하려면 좁고 구불구불한 1차선 도로를 지나서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구 가옥을 몇 채 지나 석부재가 나란히 전시된 장소의 건너편 농작지 옆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승방지, 금당지, 목탑지, 중문 등의 건물지가 복토되어 잔디로 조성된 매우 익숙한 유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도착과 동시에 절터 발굴에서 발견된 석부재의 다양함과 넓게 경계된 사찰 영역표시, 목탑지 위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소나무와 심초석을 보면서 막연히 '이곳이 역사 유적지이고 옛 가람이였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다. 제석사지에 대해 비교적 사전지식이 있는 사람은 백제의 독특한 가람구조와 회랑터 그리고 목탑지와 연계한 금당지와 승방지를 찾아내고 비교적 발굴성과가 있다는 동쪽 회랑지와 그 너머에 있는 폐기유적을 확인할 수 있겠으나, 제석사지가 실제로 숨겨놓고 있는 놀라운 백제 건축기술은 현장에 가서도 안내판에 남아있는 사진으로 확인해야 한다. 실지로 제석사지 목탑지 심초석 밑에 숨겨져 있는 13m에 이르는 판축층은 왜 백제의 건축기술이 놀라운 지를 보여준다. 이는 작년 시행된 익산 쌍릉 재발굴에서도 느꼈던 경이로움이다. 물론 이 백제의 토층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면서 열화나 경화 등의 훼손 없이 상세히 보여주면서 현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백제의 유적은 땅속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백제유산의 현재 상황을 계속 확인하는 것 같아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제석사지 종합정비계획에서 기획한 여러 사업과 전시사업이 조속히 추진되어 백제사찰의 생생한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영일 전북특별자치도 학예연구관(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추진단 파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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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5 22:24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쓰레기 없는 장터는 가능한가?

며칠째 이어지는 궂은 날씨가 하늘을 덮치기 전이던 지난 4일, 여름에 가깝던 더운 날씨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고, 어디든 연휴의 첫날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이던 날이었다. 그 중 전주 팔복동에 위치한 팔복예술공장은 특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막바지 이팝나무 철길을 눈에 담기 위해 찾은 가족과 연인, 해외 유명 팝아트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 나선 관객들, 그리고 ‘쓰레기 없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을 찾은 시민들 때문이다. 푸릇푸릇한 팔복예술공장의 잔디 광장을 가로지르는 길에 마련된 장터. 햇수로 4년, 8회째를 맞은 ‘불모지장’은 축제 현장 어디서든 흔히 보이는 다른 플리마켓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쓰레기’가 없다는 것. 적당히 타협하며 줄이려는 노력 정도가 아니라, ‘아예’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차별점이 있다. 전주의 유일한 ‘쓰레기 없는 장터’인 불모지장의 입구에서부터 ‘일회용품’의 반입 제한을 알리는 안내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날이 더워 테이크아웃으로 구매한 커피, 편의점에서 구매한 음료 등은 잠시 보관대에 맡겨야 출입이 가능하다. ‘이렇게까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이 행사의 규칙이라 하니 따라 본 시민은 일회용품을 내려놓고 발을 들이는 순간, 생소하고 특별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지난 4일 열린 쓰레기 없는 장터 ‘불모지장’/목서윤 판매 부스는 총 50여 개. 지구에 무해한 채식을 경험할 수 있는 식음료 부스뿐 아니라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 제품과 소품을 판매하는 모든 부스에서도 일회용기나 포장지를 찾아볼 수 없다. 시원한 생맥주는 다 먹고 반납하면 되는 전용 유리잔에 제공된다. 토마토와 호박 등 농산물은, 마트에서 구매하고 남은 양파망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포장된다. 비건 빵과 음식은 시민들이 챙겨온 다회용기에 담기고, 지참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다회용기 대여 부스도 마련되어 있다. 5월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에 사람들은 비닐포장과 막대 쓰레기가 발생하는 아이스크림 대신, 위쪽 껍질만 벗긴 오이 한 개씩을 들고 장터 구석구석을 거닌다. 현장에는 쓰레기통 자체가 비치돼 있지 않았으며, 판매자부터 불필요한 포장이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할 일도 없다.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 짧은 행사에 1만여 명이 찾으며 ‘쓰레기 없는 장터’가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행사를 마친 후 주최 측이 수거한 보관대의 일부 일회용기 음료, 오이 꼭지 등의 쓰레기양은 5리터 종량제 봉투를 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많은 인파가 몰려 복잡한 공간이었지만 ‘노 키즈’나 ‘노 펫’ 등 차별적 제한을 두지 않은 곳. 무해한 삶을 지향하는 비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버릇처럼 구매하고 버리던 일회용 쓰레기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불모지장은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터’의 약자이다. △150 명에서 4년 만에 1만 명으로.. 불모지장의 놀라운 성장 시작은 평범했다. 필요한 만큼의 식자재를 쓰레기 없이 구매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았다. 이에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던 평범한 전주 시민 몇몇이 머리를 맞댔다. 마트에선 ‘불가능’한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우리가 실현해 보자’고. 그렇게 삼삼오오 모인 마음 맞는 시민들은 직장인으로서, 자영업자로서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틈틈이 아이디어를 나누며 불모지장은 기획했다. 2020년 처음으로 열린 불모지장은 기획단 구성원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됐다. 10여 개의 농산물 부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도 기획단의 지인들이 다수였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었고, 그렇게 불모지장은 ‘환경 불모지인 전주를 비옥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행사를 이어왔다. 연 1-2회씩 열리며 지속된 게 어언 4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참여 업체 규모도, 장터를 찾는 시민의 수도 계속 늘어갔다. 1회 때부터 불모지장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시민 박선 씨는 “예전에는 뜻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다회용기를 무료로 빌려주는 역할을 공기업(한국환경공단 전북환경본부) 등이 맡아준다든지 시민 주도 환경 운동의 확장성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는 의견이다. 또, “주최 측이 정한 규칙을 전반적으로 잘 따르는 시민들을 보며 앞으로도 많은 축제장이나 행사장이 공익을 위해 ‘쓰레기 없는’ 행사로 규정 짓고 규율을 정하면 누구나 방향성에 공감하며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겠냐”며 불모지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희망했다. 전주 동서학동에서 비건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 중인 허지현 씨는 2년 연속 판매 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일반 플리마켓에 참여하면 다른 부스에 비해 시민들의 관심이 저조해 빛을 발하지 못하기 십상인데 불모지장에서만큼은 쉴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다른 데서는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알리기도 무척 어렵고 한계가 분명 있는데. 불모지장에 오시는 분들은 관심이 있는 편이니까 실제 매출로도 이어진다”며 행사의 좋은 취지와 더불어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소규모 영세업자들의 판로가 확대되는 효과까지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길 건너 이팝나무 철길에서 열린 다른 플리마켓을 구경하다 불모지장에 들른 또다른 시민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일회용 반입 금지라는 규칙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공간 안 모든 사람이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게 놀랍다. 많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바로 옆에서 다회용기를 대여해 주니 생각보다 실천하기 쉬운, 의미 있는 경험이 된 것 같다”라며 쓰레기 없는 장터를 찾은 소감을 전했다. △지속가능한 환경과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푸르른 잔디밭에서 어른이며 아이며, 사람이며 동물이며 모두가 어우러져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비건 문화 공간. 기획단이 지향하는 불모지장의 모습이다. 기존의 불모지장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홍보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찾아보고 오는 장소였다면, 올해는 황금연휴에 갖가지 행사가 겹치면서 평소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대거 ‘우연히’ 불모지장을 찾고 알게 되었다는 게 큰 변화이다. 기획자 몇몇이 머리를 맞대 마련한 행사가 별도의 후원이나 지원 없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늘었다. 기획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행사의 규모는 점점 커지니 장소 선정부터 운영 방식까지, 꼼꼼히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러 회의를 거쳐 다음 불모지장은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열릴 예정. 불모지장의 기획자 중 한 명인 서지석 씨는 불모지장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속가능한 환경과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위해서, 작은 실천을 격려하고, 비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수의 시민들’이 모여 시작한 불모지장. 시민 주도의 노력이 이미 큰 물결을 만든 현시점에서 불모지장의 행보와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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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8 13:52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모두를 위한 궁전, 도서관 공간혁신 사례와 정책과제(하)

△국내 공공도서관 현황과 중앙정부 정책 한계 최근 시민들은 기존 엄숙하고 딱딱한 도서관보다는 카페같이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공공도서관의 현황과 현재 정부의 도서관 정책은 어떠한가? 먼저, 공공도서관은 국내 문화기반시설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는 약 1억 7500만 명으로서 박물관(약 6200만 명), 미술관(약 1600만 명) 등 다른 시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공공도서관 수가 양적으로 확대(‘18년 1096개소 → ’22년 1236개소)되고 있고, 도서관 공간 환경의 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여건에 따라 도서관 방문자 수 역시 COVID-19 팬데믹 이후로 점차 회복되는 추세(전국 평균 1관당 방문자 수 ‘20년 7만6431명 → ’22년 14만2160명)이다. 하지만, 도서관 정책의 목표 중에 하나인 독서문화를 진흥하고 건물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서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성인 종합독서율은 43%에 그쳤는데, 이는 성인 10명 중에 6명은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성인 종합독서율(‘13년 72.2% → ’23년 43.0%)과 성인 연간 종합독서량(‘13년 10.2권 → ’23년 3.9권)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도서관 예산이 축소되고, 도서관 정책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24년 문체부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자료를 보면 ‘도서관 정책 개발 및 서비스환경 개선’, ‘도서관 기반 조성’예산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도서관 실감형 창작공간 조성’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그로 인해 일선 도서관 현장에서는 신규 도서 구입 축소, 도서관 환경개선 사업 연기, 인문강좌·북스타트 등 도서관 프로그램 축소, 사서 1인당 업무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고, 지역마다 특성화된 공공도서관과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 예산이 축소되고, 사업 지원이 중단되는 것은 도서관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독서문화를 진흥하고 도서관의 공간 혁신과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도서관 정책과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도서관, 해외 사례 해외 도서관 선진 사례를 통해 국내 도서관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미국 시애틀 시에 있는 중앙도서관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렘 콜하스가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컨셉으로 설계하였으며, 독특한 건물 외관 디자인과 개방적인 공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도서관이다. 시애틀 중앙도서관의 특징은 누구나 차별없이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써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료실이 비치되어 있고,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전주시의 자매도시인 일본 가나자와 시에 있는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으로 ‘책의 아레나’라는 별명과 같이 360도 원형 홀과 서가 배치로 최근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이시카와 현을 대표하는 도서관답게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전통문화, 공예품 등의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홍보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 번째는 호주 사례로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립도서관과 시드니 시립 달링 스퀘어(Darling Square) 도서관이다. 먼저 NSW 주립도서관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그리스 신전 양식 건물로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열람실, 아트갤러리, 세익스피어룸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NSW 주립도서관에는 40개 이상의 언어로 된 도서 및 비도서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비영어권 이용자에 대해 언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 어린이,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타겟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을 위한 큰 글씨 책 및 평생학습 프로그램 운영, 어린이를 위한 문해력 향상 교육,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오디오북·DVD, 다문화 가족을 위한 컨설턴트 배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드니 시립 달링 스퀘어 도서관은 일본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설계한 건축물로 광장에 인접하여 있고, 어린이 돌봄센터 및 상업시설과 복합적으로 조성된 도서관이다. 달링 스퀘어 도서관은 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하여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이주민들을 위한 도서와 비도서 자료를 비치하고 있다. 또한, 영유아를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과 청소년들 대상으로 코딩 교육, 로봇 교육, DIY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오디(Oodi)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2019년 국제도서관협회(IFLA)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도서관으로 선정된 곳으로 거대한 함선 또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헬싱키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오디 도서관은 빼어난 건축 디자인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과 학습의 장이다. 메이커스페이스, 음악 및 영상 제작 스튜디오, 가상현실룸, 등 다양한 공간에서 시설과 장비들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유아, 청소년, 청년, 노인 등 모든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오디 도서관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고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공간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도민이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과제 도서관은 책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장소이다. 장서 보관과 대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와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제3의 장소’이며 교육·돌봄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적인프라’이다. 앞으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 및 기능, 공공서비스 및 프로그램, 운영인력 및 예산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적인 지원과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물리적인 환경 및 기능과 관련하여 전북 농어촌 지역에는 도서관을 비롯한 다수의 공공시설이 노후되어 있는데, 시설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전주시의 도서관 공간혁신 사례와 같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공간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때 폐교 등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복지·돌봄·체육·여가·평생학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책문화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공공서비스 및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장애인, 고령자, 다문화가족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도서관 서비스를 마련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 호주 NSW 주립도서관 사례와 같이 장애인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점자자료·오디오자료·독서 보조기기 등을 확충할 필요가 있으며, 고령자를 위해 큰 글자책과 건강, 노화, 여가 등에 대한 책을 비치하고, 어르신들의 고립과 고독, 치매 등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복지 파트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문화가족과 유학생의 경우 도서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요 언어로 도서관 이용을 지원하고, 다문화가족 아이들의 모국어 자료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운영인력 및 예산과 관련하여 사서 등 도서관 운영인력을 확충하고, 노동 환경 및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도서관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 약 2500개의 도서관을 짓는 것을 후원한 미국 철강 기업가 앤드류 카아네기는 도서관을 ‘모두를 위한 궁전(Palaces for the people)’이라고 하였다. 전북에 있는 도서관이 누구나 찾아와서 읽고. 쓰고, 배우고, 만나고, 듣고, 발견하고, 탐험하고, 운동하고, 놀고, 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궁전, 그리고 도민이 행복한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 장우연 독립연구자·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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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15:20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찾아가는 문화현장, 예술이 우리 삶에 닿는 순간

△찾아가는 소리축제, 축제 현장과 다른 전하는 깊고 작은 감동 지난 4월 19일 군산예술의전당 로비, 할머니 한 분이 공연을 마친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티에리 위예’를 와락 껴안았다. “아이고~ 잘 봤어. 잘 봤어. 사진 좀 찍어줘요. 아유 어쩜 그리 잘해.” 파란눈의 연주자도 웃고, 로비를 가득 채운 관객들도 함께 웃음을 터트린다. 지켜보는 이들의 웃음에는 ‘그 감동, 나도 이해한다.’는 공감이 담겨있었다. 그 할머니 관객이 평소 공연을 자주 보는 분인지, 루마니아 음악을 아는 클래식 애호가인지 알 수 없지만, 그날의 감동을 누구보다 멋지게 표현한 관객이었다. 주름진 손으로 연주자의 손을 토닥이며,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손주를 보듯 애정 가득한 미소로 바라보는 할머니, 예술은 그렇게 할머님의 삶에 닿아 감동의 순간을 선물했다. 이 순간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의 사업 중 하나인 ‘찾아가는 소리축제 군산편-루마니안 랩소디’ 현장에서 있던 일이다. ‘찾아가는 소리축제’는 2015년부터 진행한 사업으로 전주에서 개최되는 소리축제의 일부 현장을 전북특별자치도 13개 시군에도 전하고자 시작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팬데믹 상황시 4개시군으로 축소 운영한 것을 제외하고, 매년 13개 시군을 부지런히 찾아가 도민을 만났다. 순창의 한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춤추며 즐거워하는 것을 처음봤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선유도 공연에서는 멀리있는 섬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 배를 타고 온 멋진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다. 고창에서는 사춘기 중고등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하고, 장수에서는 해외 연주자들과 산서중학교 관악부 학생들이 깜짝 합동연주를 하며 한무대에 서기도 했다. 남원 김병종 미술관 공연에서 감동받은 관객은 전주 본축제 현장을 찾아주기도 했고, 임실의 폐교 위기의 학교 선생님은 내년에도 학교를 찾아달라 몇 번이나 당부를 한다, 이런 감동의 순간이 축적되어 찾아가는 소리축제 사업을 지속 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찾아가는 소리축제는 주어진 과제가 많다. 전북특별자치도민을 위한 문화예술 향유 저변확대,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다양한 예술교육, 본 축제 홍보와 모객 활동, 지역예술단체와의 협업 모색, 문화예술과 관광을 연계하는 콘텐츠 발굴 등 하나의 사업에 담긴 목적과 바람이 크고, 소리축제 본 축제와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전주 외 전북 13개 시군을 모두 순회하니 운영도 만만치 않다.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각 시군의 공연장소를 섭외하고 모두 답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상되는 관객의 성향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선정하고, 공연을 위한 기술적인 여건을 준비하고, 사전 홍보와 모객, 현장 운영인력 배치 등 규모 차이만 있을 뿐 소리축제를 준비하는 여타의 과정이 대부분 실행되고 있다. △<신나는 예술여행>을 비롯한 문화예술 향유 지원사업 찾아가는 소리축제와 같은 문화예술 향유 사업의 비슷한 형태는 2004년에 시작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신나는 예술여행’이다. ‘신나는 예술여행’은 초기에는 복권기금을 활용한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으로 시작됐는데, 현재는 문화시설로부터 먼 거리에 거주하거나, 비용 부담 또는 군복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예술단체가 직접 찾아가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 단위 사업이니 예산도 높고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년, 군인 등 수혜 관객층도 다양하며, 장르 또한 공연, 문학, 시각, 연극, 다원예술 등 폭넓게 진행된다. 20년을 진행한 사업인 만큼, 전국적으로 많은 예술단체가 ‘신나는 예술여행’을 통해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여러 현장 여건 속에서 문화적으로 다양한 관객층을 만나는 경험과 레퍼토리 개발의 기회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약 14년 간 ‘신나는 예술여행’에 참여한 예술단체의 관계자는 본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독창성과 예술성에 대해 고민하고, 수혜 관객층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철저히 하길 당부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을 많이 접할 수 없는 소외 지역을 찾아가기 때문에, 한번의 경험이 선입견을 심어 주거나, 문화예술 현장을 다시 찾지 않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준비된 관객을 만나는 공연보다 쉽지 않은 무대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소중한 가치와 의미가 있으니 예술가들은 다시 짐을 싸고 공연장 밖 관객을 만나기 위해 나선다. △문화예술 향유 지원사업의 의미와 가치 서울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이의신 교수는 ‘신나는 예술여행’의 가치를 세 가지로 말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향유를 통한 긍정적 삶의 변화’, ‘찾아가는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 공정성 실현’, 그리고 ‘예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선순환 고리’이다. 정리하자면 문화예술 향유 사업을 통해 국민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기본적인) 권리’를 누림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직접 ‘찾아가서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지리적·사회적·경제적 장벽을 낮추고 어느 국민이나 공평하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가(단체)들에게 작품을 발전시키고 유통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돕는 것을 본 지원사업의 미덕이자 핵심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찾아가는 소리축제를 비롯해 지역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향유 사업의 목적과 의미와도 연결된다. 전북특별자치도에는 서두에 소개한 ‘찾아가는 소리축제’ 외에도 문화예술 향유 지원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이 있겠지만 필자는 두 개의 공연 사업 - 전북문화관광재단(이하 ‘문화재단’)의 <청년문화예술 주문배달서비스>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하 ‘소리전당’)의 <찾아가는 예술극장>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칫 문화재단, 소리전당, 소리축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찾아가는’, ‘배달’이라는 유사 의미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사업 자체도 유사하다 오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 사업은 참여 예술가와 수혜 관객, 사업운영 중점 사항에 차이가 있다. 먼저 문화재단 사업은 청년예술가 지원과 문화소외계층 지원사업을 결합한 형태이고, 소리전당은 자격요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비영리기관 문화기반시설이나 복지시설, 의료기관 등 공연 장소 공모를 선행한 뒤 공연 단체를 선정하는 절차로 운영된다. 문화향유라는 공통의 과제 위에 한 기관은 청년예술가를 중심에 두고, 다른 기관은 협업기관(장소)에 중심에 두고 있어 운영방식과 콘텐츠에 차이가 있다. 소리축제의 경우에는 차별성 있는 작품과 장소에 중심을 둔다. 소리축제만이 소개할 수 있는 해외민속음악을 들려주거나, 선생님과 학부모가 아이보다 더 좋아하는 어린이극을 초청하거나, 모두 함께 판소리를 배워보는 강의형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찾아간 장소도 다양하다. 파도치는 채석강 바위에서 명창의 수궁가를 선보이거나, 때로는 야외 미술 갤러리에서 소풍하듯, 군립도서관과 협업하여 소규모 마을축제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변화와 혁신으로 확장되는 문화예술 향유 경험의 축적 필자는 앞에서 거론한 문화재단, 소리전당, 소리축제 세 사업 모두 각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보태자면, 우리 지역 기관이 문화예술 향유 사업을 각각 차별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반갑고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문화예술 향유 사업은 마치 경작해야 할 자갈밭, 진흙밭, 마른밭 등 열악한 곳에 찾아가 문화예술이라는 씨앗을 심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현대사회의 빠른 발전과 심한 경쟁과 인구와 재정 격차 등으로 인해 짐작하는 것보다 넓고 막막한 문화예술 사각지대를 마주하고 있다. 문화예술 향유를 지원하는 사업은 정답과 해결책 없이 넓어지고 있는 문화 격차를 붙들어 줄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지금 씨앗을 심는다고 금방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알고 있다. 모든 씨앗이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조금씩 반복적으로, 이 방법 혹은 저 방법, 정성과 경험이 더해지고 보태지면 그것을 거름 삼아 싹이 트고 꽃이 필 수 있다. 더욱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사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강하게 반복적으로 시도해야 싹틔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어떤 씨앗은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예술가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열성 마니아 관객이나 기획자가 되게 하고, 삶의 어려운 순간을 마주했을 때 치유 받는 방법을 터득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청년예술가들이 제조업 공장의 노동자를 찾는 일도 문화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고, 작은 노인복지회관으로 찾아가 흥겨운 노래를 선물하는 중견 가수도 좋은 예술가이며, 해외 공연시장에서 인정받은 유명 작품을 섬마을 작은 학교에서 선보이는 것도 무모한 일이 아닌 것이다. 모두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꽃을 기다리는 과정이다. 문화예술 향유가 축적되어 우리 삶에 감동으로 닿았을 때, 그 순간이 변화와 혁신으로 확장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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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4 13:26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익산토성에 백제집수시설이 최초로 발굴되다

'익산토성'은 현재 행정구역상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산52번지 일원에 위치한다. 용화산 남서쪽 산줄기를 따라 가다보면 해발 120m내외의 오금산 정상부에 있으며 성의 둘레는 690m, 내부 면적은 2만6400㎡ 내외의 포곡식 산성이다. 1963년 1월 21일에 사적 제92호로 지정되였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중요한 역사유적지로 여겨졌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익산토성은 과거부터 매우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워져 이채롭다. 오금산에 있다하여 ‘오금산성’이라 불리기도 하고 고구려 안승이 머물렀다 하여 ‘보덕성’이라 일컫기도 한다. 문헌자료를 찾아보니 익산토성, 오금산성과 관련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으나, '보덕성'이나 '보덕국'이라는 기록은 『삼국사기』 신라본기나 『신증동국여지승람』 익산군 고적조, 『금마지』라는 옛지도의 고적조, 익산읍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주목되는 기록은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조선총독부 고적』자료에 ‘오금산 위에 보덕성이 있는데 토축성으로 그 둘레가 육정반’이라는 비교적 상세한 설명이 있고 익산토성 북쪽 성벽에 ‘고적 제127 익산토성’이라는 표석이 있어 일제강점기에는 익산토성으로 불린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이 익산토성 관련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이슈가 있다고 하여 부랴부랴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익산토성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당시 그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등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백제와는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중론에 따라 세계유산에는 제외되고 현재는 가능성 있는 백제 관련 핵심유적 정도로 치부된 비운의 유적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익산 왕궁리 유적이 백제 최후 왕도로 점차 그 위상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익산토성은 당시 도성의 중요한 관방시설이였을 것이라는 추정에 따라 재발굴조사가 2016년부터 추진되면서 매우 놀라운 유적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물론 1980년과 1983년 당시 남문지와 그 주변의 평탄지 그리고 성벽 일부에 대한 발굴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익산토성 내부에 빽빽한 대마무 밀식상태와 난잡한 군 참호시설 흔적 등으로 인해 정밀한 발굴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였다. 어쨌든 가장 눈에 띄는 발굴성과를 간추려보면 2016년 시굴조사시 내부 건물지 흔적과 다량의 토기편이 확인되었고, 2016년부터 2018년 진행된 4차례의 발굴조사 결과 '북사(北舍)'명의 토기편과 '수부(首府)'명의 인장와가 출토되었는데 이는 익산과 더불어 부여 관북리, 부소산성 등 옛 백제 왕성지역 일부 지역에서만 출토되는 유물로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이런 발굴성과를 기초로 2020년부터 시행된 백제왕도 핵심유적 마스터플랜에 따라 발굴조사는 더욱 가속되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본격적으로 서문지, 남쪽 곡간부와 평탄대지 그리고 집수시설 확인 등 핵심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해 부지런한 정밀 발굴조사가 추진됐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익산토성 남문지 일원성벽 안쪽에서 정교한 형태의 집수정이 발굴된다. 아직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시설로 그간 부여 ․ 공주의 일부 산성에서만 확인되고 있는 주요 시설물이라 하겠다. 이번 발굴된 집수정은 석축이며 둥그런 원형으로 조성되어 있고 규모는 9.4m ×3.5m정도이다. 아주 큰 편은 아니나 익산토성의 규모를 고려해보면 제법 큰 규모라 할 수 있겠다. 아직 완벽하게 발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실체를 정확하게 논할 수는 없지만 백제 관방시설 발굴중 가장 중요한 시설물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현 익산토성의 명칭을 ‘오금산성’으로 변경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라 할 수 있겠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익산토성은 석성으로 축조된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토성으로 알려져 왔다. 아마 제대로된 성벽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도 있겠으나, 백제는 주로 토성을 위주로 성벽을 조성한다는 편견이 작용한 듯 보이고 일제강점기시 고적조사 결과를 그대로 차용한 결과라 사료된다. 그런데 문화유산의 명칭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유산의 구체적 배경과 상세내용을 미리 설명하는 명패와 같아서 잘못 명명된 경우 유산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이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재위원회 명칭변경 심의를 기다고있는 상황으로 조만간 제대로 된 명칭으로 변경될 것이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익산토성의 발굴현장을 살펴보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역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역사현장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더 많은 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숙제를 또다시 어깨에 메는 시간이 된 듯하다. 이영일 백제문화센터 파견 전북특별자치도 연구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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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7 15:23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잇단 동물원 동물 문제, ‘법 개정’해도 고통받는 동물들

지난달 SNS를 뜨겁게 달군 영상이 하나 있다. 자동차로 가득한 도로 한복판에 난데없이 타조 한 마리가 등장하더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목격되며 도심을 활보한 것이다. 타조의 이름은 ‘타돌이’. 곧바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포획돼 본래 살던 경기도 성남시 인근의 생태체험장으로 돌려보내지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타조가 태어나 처음 해본 대담한 일탈은 탈출 한 시간 만에 끝나버렸다. 타돌이의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수컷 타돌이는 2020년 7월쯤 암컷 ‘타순이’와 함께 체험장에 분양됐는데, 타돌이가 탈출하기 한 달여 전 짝꿍 타순이가 갑작스레 숨졌다고 한다. 비슷한 사건이 연상된다. 앞서 1년여 전인 지난해 3월에도, 엄마에 이어 아빠마저 잃은 얼룩말 ‘세로’가 이후 사육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등 반항 행동을 보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어디 이뿐이랴. 지난해 여름에는 경북 고령군의 한 민간 목장의 비좁은 철장에서 무려 20년 넘게 ‘몰래’ 사육되다 극적으로 탈출한 사자가 신고 한 시간 만에 사살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겨우 목장 인근 4~5m 지점의 풀숲에서 발견된 사순이는 찰나의 자유를 누리다 허무하게 사살됐다. △관리 사각지대 ‘민간’ 동물원⋯끊임없는 ‘방치’ 동물 시설 ‘탈출’로 이름을 알린 동물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다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낸 동물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여름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라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킨 ‘갈비 사자 바람이.’ 경남의 한 민간 동물원(부경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바람이는 논란 이후 공영동물원인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바 있다. 이후 부쩍 살이 붙으며 사람들의 안심을 샀지만 부경동물원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 부경동물원의 등록은 결국 취소됐지만 말 그대로 시설만 문을 닫았을 뿐, 이곳에 거주하던 동물들은 폐업 동물원에 그대로 갇혀 있는 것이다. 역시 동물 학대 신고로 지난해 11월 실체가 드러난 대구의 한 실내 동물원. 경찰과 지자체의 합동 점검 결과, 동물원에선 기니피그 사체가 발견됐고 채광이나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동물을 사육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경영난 등으로 1년 가까이 영업을 중단한 이곳의 동물 270여 마리 역시 문 닫은 동물원 내부에 그대로 갇혀 있는 실정이다. △높아지는 동물 복지에 ‘동물원법’ 개정⋯방치 동물 구조는 ‘아직’ 계속되는 동물원 동물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지난해 12월 전면 개정됐다. 기존 ‘등록제’였던 동물원 운영 기준이 강화되며 ‘허가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사육하는 야생동물의 특성에 맞는 서식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이 같은 기준을 검사관에게 검증받아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원 허가 기준이 강화되긴 했지만 5년의 유예기간이 있을뿐더러 현재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측은 “법만 바꿔놨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바뀐 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있지 않는 한 현재의 대구 등 휴폐업 동물원의 문제는 계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김해와 대구의 휴폐업 동물원의 동물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현재 부경동물원에는 백호 1마리와 암사자 1마리, 라쿤, 알파카 등 동물 11마리가 남아있다. 지난 1월만 해도 16마리였는데, 남은 동물에 대한 해결책이 길어지며 한 달에 한 마리 꼴로 방치된 시설에서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실내 동물원에도 사자와 하이에나, 원숭이 등 270여 마리의 동물이 그대로 남겨진 상황. 해당 동물원의 내부를 취재한 MBC 보도에 따르면 관리비가 밀려 전기 공급이 최소한으로 되고 있어 어두컴컴한 우리 안에 일부 조명만 켜진 상태이다. 상처가 난 동물, 극한의 스트레스로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도 목격됐다. 왜 이 같은 시설의 동물 구조는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동물원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해당 동물원 동물의 소유권은 업주가 갖고 있기 때문에, 소유권을 전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동물의 구조를 강행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람이’의 경우는 특수하다. ‘바람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상당히 컸고, 이에 청주동물원이 발 벗고 나서 바람이를 구조하겠다고 자처하면서 부경동물원 대표와 ‘임시 보호’에 합의하게 된 것. 동물원이 자격 미달로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동물 소유권은 개인에 고스란히 남는 현행법으론 담당 지자체가 동물을 다른 곳에 기증하기를 ‘권유’할 수 있을 뿐이다. △‘허가 취소’ 동물원은 남은 동물 ‘몰수’해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이미 동물원 운영 능력이 없다 판단된 개인이 남겨진 수많은 동물을 개인적으로 관리하게 한다는 건 동물복지 면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문제”라며 “동물원 허가가 취소될 경우 해당 시설 보유 동물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물학대 정황이 있는 데도 ‘개인 소유’라는 이유만으로 맹수류와 멸종위기종 등 여러 동물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의 동물원법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전국의 동물원은 11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79%에 달하는 90곳이 ‘민간’ 동물원이다. 까다로워진 동물원법에 따라 앞으로 동물원 등록이 취소되는 시설은 불 보듯 뻔한 상황. 동물원 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마련된 동물원법이지만 개정 이후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시설 확충 등 투자를 통해 사육 환경 개선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대구와 김해의 사례처럼 폐업해버리거나 기존 등록이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휴폐업 동물원에만 280여 마리 동물이 사육되고 있었다. 사업주만 동물원 운영을 포기했을 뿐, 동물원 속 거주자들의 삶은 법 개정 이전에 비해 조금도 나아진 바 없다. 동물원 운영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기준 미달 동물원의 동물을 구조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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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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