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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21] DDR 그 젊은 열풍

DDR(Dance Dance Revolution).

 

세기말을 뛰어넘어 새천년을 장식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놀이다.

 

과거 갤러그나 테트리스·격투기처럼 손과 머리로만 하는 전자오락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즐기는 전자오락이다.

 

눈으로는 화면에 집중하고, 귀로는 스피커가 터질듯한 음악을 듣고, 발은 발판을 정확히 짚기 위해 움직이고, 가슴은 뛰는등 온몸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전자오락이라고만 하기에는 DDR의 열풍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다.

 

이로 인해 DDR은 70∼80년대 민주화의 열병에 앓게 했던 대학가의 ‘최신판 해방춤’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70∼80년대 젊은이들의 화두 ‘옳고 바른 세상’을 위해 해방춤을 췄던 것처럼 새천년 N세대들은 사이버에서 개인과 국가의 명예를 높이기 위한 전초전으로 DDR을 정복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권 핵심상권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인 전북대 옛정문앞. 마시고 먹고 놀기에 알맞은 이곳 수십군데 오락실마다 DDR을 앞다퉈 설치하더니 작년말 마침내 DDR 전용 오락실이 생겼다.

 

소비성이 왕성한 요즘 대학생들의 성향에 들어맞는듯 DDR은 문전성시다. 하루 수백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를 혹은 남들이 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DDR 기계앞은 늘 몇명씩 떼지어 몰려 있다.

 

“수업받으러 갈 때,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 때, 하루에 최소한 두번 DDR을 하지 않으면 몸이 찌푸듯하다”며 “다른 애들도 나와 마찬가지이고 어떤 애는 정도가 심하다”는 전북대 2학년 이하성군의 말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안중근의사의 격언을 생각나게 한다.

 

전주 군산 익산의 대학가는 물론 시내 중심가 상권의 활성화 여부를 좌우하고 있는 DDR은 ‘테크노 시대’에 걸맞는 춤이다.

 

5백원짜리 동전을 집어넣고 ‘이지’ ‘하드’등 4가지 단계중 하나를 선택하고 음악을 고르면 시작되는 DDR은 화살표가 화면의 맨위에 올라가는 순간에 맞춰 4∼6개의 전후좌우와 중앙 발판을 밟는 전자오락.

 

발판을 시간과 위치에 정확히 맞춰 밟느냐 여부에 따라 퍼펙트 그레이트 굳 배드 미스등이 그때 그때 표시된다.

 

게임을 마치면 자신의 점수가 나오고 도중에 ‘플레이’가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보는 사람이 창피하게 게임이 끝난다.

 

이렇듯 간단한 규칙을 갖고 있지만 DDR은 단순하지 않다.

 

고수의 경우 혼자서 두개의 발판을 왔다갔다하며 유연한 몸놀림을 선보이는가 하면 발은 물론 손 팔꿈치 무릎 머리까지 사용,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하고 ‘더블 플레이’에서는 짝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가히 예술적인 경지를 과시한다.

 

신세대 감각에 맞춰 전북대 정문앞에서는 홍보용 이벤로 DDR경연대회가 거의 매일 열리고 전국대회도 몇개가 창설됐다.

 

대학생 열이면 열 모두가 DDR을 안해본 사람이 없고 혼자 실력을 다듬기 위해 맹연습하는 것으로 부족해 동아리까지 발족됐다.

 

한마디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말그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DDR은 당연히 요즘 청소년에 ‘받고 싶은 선물’ 0순위로 자리잡았고 실제 작년 크리스마스때 유통업계의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요즘에는 주택가 가게에서도 DDR을 팔고 있다.

 

컴퓨터에 연결해쓰는 DDR 발판은 3만원 내외가 보통 제품이지만 7만원짜리까지 있다.

 

하지만 가정용 DDR이 급속히 보급되다 보니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아파트단지에서 밤낮없이 DDR을 연습하는 집때문에 아랫집, 옆집 등에서 소음공해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음악소리는 물론 발을 쾅쾅 굴리는 울림때문에 이웃간 불화와 언쟁의 요인으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DDR은 이제 젊은 층 뿐만 아니라 어른과 어린이층에도 널리 파고들고 있다.

 

20대에는 D가 Dance이지만 30대에는 DDR이 Diet Diet Revolution이고 40대부터는 DDR이 Disco Disco Revolution으로 불리우고 있다.

 

의학적으로 DDR이 일정량 체력소모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나온 뒤부터 오락과 건강을 함께 도모하는 수단으로 DDR이 퍼져 나갔고 직장인 및 어른들도 DDR을 못하면 시대에 뒤진다는 속칭 ‘왕따’당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한번쯤 오락실을 기웃거리고 있다.

 

주부들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으나 무리한 연습은 금물. 허리 발목 무릎 등이 삐긋해 병원을 찾아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컴퓨터가 우리를 지배하지 않던 시절, 꽹과리 징 북에서 울려나오는 농악과 막걸리를 놓고 시대의 아픔을 토해내듯 쏟아놓던 시절, 해방춤으로 젊음을 발산하듯이 이제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DDR은 21세기초 한국의 놀이문화를 대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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