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이념의 대립으로 점철됐던 20세기가 막 넘어가고 화합과 희망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본보에는 한 재일교포의 편지 한통이 왔다.
최근 8순잔치를 한 이 노인의 이름은 장세준씨이다.
우연히 전자신문을 보면서 전북일보의 역사가 50년임을 알고서 자신의 사연을 실어줄것을 간곡히 요청해왔다.
군장교로 6.25를 치른 장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살려낸 2명의 병사를 한번 봤으면 하는게 인생의 마지막 소망이라고 전했다.
이 노인의 사연을 요약하면 이렇다.
G-2 처장이 불러서 가보니 정확히 기억할 수없는 한 원예시험장 뒷산에서 갑자기 부하 2명을 총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입대전에 고향에서 빨치산을 했다는게 그 죄명이었다.
조사를 해보니 농부이던 이들은 빨치산의 위협에 억눌려 어쩔수 없이 빨치산 노릇을 했으며 이는 이들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정치상황의 문제라는 판단을 했다.
누구라도 총칼의 위협속에서 강요된 빨치산 활동을 일시적으로 할수있다는 판단을 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당시 이등병이던 박석도와 오상연은 우여곡절끝에 총살장으로 끌려가 꼼짝없이 죽을 운명이었으나 이들의 사상에 문제가 없다고 본 장씨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됐다.
사형 집행책임자인 장씨는 하늘을 향해 총을 발사하니 이들이 대한민국만세를 외치더라는 것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김일성 만세가 아닌 대한민국만세를 외치는 것을 보고는 것을 보고 장씨는 이들이 억울하다고 생각, 상관을 속이고 이들을 석방했다는 것이다.
자칫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을 숨겨주다 다시 군 위생병으로 데리고 있기도 했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고 보면서도 이들에게 휴가를 주니 검정색 닭을 가지고 귀대했던일등도 떠올리면서 이후 이들과 친하게 지냈음을 암시했다.
예비역 육군중령이던 장씨는 이후 치안국 보안과장을 지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등병이던 박석도, 오상현씨는 생존해있다면 아마 65세에서 75세정도 될것으로 추정된다.
이국땅에서 8순노인이 떠올리는 50년전의 숨겨졌던 사건을 기억하는 두사람은 과연 살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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