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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두시집 ‘서릿길’, 고독 딛고선 따뜻한 언어

김익두씨(45, 전북대 교수)의 시는 간결하다. 그 간결함은 단순히 짧은 시의 길이가 주는 외형적인 느낌에 기댄 이미지만은 아니다. ‘여백과 침묵’의 시학이 가져다주는 정갈함과 깊고 섬세한 시선으로부터 건져올린, 정감의 폭은 넓으나 형식은 정갈한, 그래서 그의 시는 시어의 명료함이 극대화된다.

 

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한 김익두씨가 첫시집 ‘햇볕 쬐러 나오다가’를 펴낸 이후 꼭 10년만에 두번째 시집 ‘서릿길’(문학동네)을 냈다.

 

‘소나무’ ‘입춘무렵’ ‘풀의 노래’ ‘도라지 꽃’ ‘근황’을 비롯, 50편의 시를 담아낸 그의 이번 시집은 자연에 대한 따뜻하고 때로는 냉철한 시선이 교차하는 견고한 시세계로 가득차있다.

 

“모든 것들이 자연 생명의 깊이에서 서로 은밀히 내통하면서 융화되어 있는 곳에의 도달, 이것이 내 시가 가는 길이다.”

 

시인은 말자체가 거느릴 수 있는 가능성들을 두루활용하면서, 삶의 정화된 의미들을 응축된 말로 포착해내는 것이 자신의 시가 가고자하는 길이다고 말한다. 그래서인가? 그가 시인이 선택한 시적 장치는 ‘정밀함’을 근원으로 거의 모든 시어들이 그 자체로서 서로 조응하고 있다. 간결함과 명료함이 만나는 지점. 김익두씨의 시적 특징은 바로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산언덕 올라보면 싸리순 잘린 곳 산토끼 발자국, 눈밭에 자라난 서릿발 위에 빛나는 고독한 햇살.-산촌 1-’

 

‘김장 끝낸 초겨울 눈 온 날 아침 인기척은 없고 닫힌 사립문 너머 함박눈에 파묻힌 당신의 신발.-산촌 2-’

 

지극히 짧고 소박한 그의 시는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신선하게 전하는 것이 특징. 시를 읽는 재미와 그 속에 함축된 언어의 표징을 우리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도 적지 않다.

 

문학평론가 오형엽씨는 이 시들을 빌어 “시상을 짧은 호흡에 담아내는 단형시의 특징을 지니지만 세밀한 시선과 정밀감으로 인해 시적 울림과 긴 여운을 전해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시에 굿굿히 서있는 ‘정밀감’과 그 속에 스며있는 ‘빛나는 고독’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고독과 신생을 희망으로 전환시키려는 안으로 외로운 싸움을 통해 그가 빚어낸 긴 울림과 오랜 여운의 빛깔을 이 평론가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독자들이 오씨가 주목하는 ‘정밀감’이나 ‘고독감’은 물론이거니와 쓸쓸함과 공허함을 딛고 선 따뜻함과 희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것.

 

이즈음처럼 긴시들이 쏟아지는 마당에 긴 울림을 주는 짧은 시를 읽는 감동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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