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4·13총선 전략에 몰입해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에게는 상수도 부채 해결의 관건이 되는 수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총선정국과 맞물려 의원들이 이 법안처리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수도법 개정안은 광역상수도의 정수장 건설비용에 대한 부담주체를 지자체에서 국가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정기국회때 정동영(鄭東泳), 장영달(張永達)의원등 1백여명이 연명으로 발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건교부등 관계 부처간에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의원들도 법개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아예 법안 심의조차 유보된 상태다. 14대 국회때도 의원입법으로 이 법 개정이 추진되다가 유야무야 된 일이 있는데다가 이번 국회에서마저 이처럼 법안처리에 무성의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의원들이 스스로 입법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광역상수도의 정수장 건설비 부담은 지자체들에게는 상수도 특별회계의 적자폭을 누증(累增) 시킬 뿐 아니라 시민들의 상수도 요금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온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93년 이전 정수장 건설비의 경우 전액 국고 부담이었다가 94년 법개정으로 지자체 부담으로 전가됨에 따라 지자체간 형평성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94년 이전 광역상수도 시설을 끝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부산·대구등 광역시는 혜택을 입은 대신 기타 중소 도시는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전북도의 경우만해도 99년말 현재 상수도사업 관련 부채 총 2천9백99억원 가운데 50%가 넘는 1천5백76억원이 광역상수도 정수장 건설비인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개발이 뒤처져 상수도 건설사업마저 늦어진 지자체가 오히려 사업비 부담이라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슨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불공정한 정부정책을 시정하기 위해 국회차원에서 마련된 것이 수도법 개정안 아니던가. 그런데 그 법안이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한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그나마 15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폐기되는 운명에 놓여 있다니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충주댐 피해보상 시민모임이 지난달 31일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전국 각 시·군 자치단체들도 연계해서 정부와 정치권에 법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니 수도법 개정문제는 그냥 어물쩍 넘어갈 일은 아니다. 아무리 총선이 코앞에 닥쳐 정치 일정 때문에 실질적인 법안 심의가 어렵다 해도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계류중인 안건을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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