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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그깟 환경이 무슨 대수'

지난 한 주일 동안 우리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았다. 분단 반세기만의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벅찬 감흥을 맛보았다. 이렇게 만나면 쉽게 가까와 질 수 있을 것을 티격대며 보낸 50년 세월이 아쉽기도 했다.

 

베일에 싸인 인물로 묘사되곤 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마중에서부터 환송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거침없는 언행은 잠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박수갈채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김정일위원장에 박수를 보내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에 해당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난 한 주일동안 대한민국 국민 아니, 7천만 한민족 중 실정법을 위반하지 앟은 사람이 있었을까 싶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이미 변했다. 지난 30여년동안 우리는 개발 우선주의에 압도되어 국토 곳곳에 포크레인의 거대한 삽질을 들이대지 않은 곳이 없었다. 환경이며 자연보호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중요하지, 그깟 환경이며 자연보호가 무슨 문제냐며 밀어붙였다.

 

먼저 도시지역의 녹지가 자취를 감췄으며, 강물의 색이 변하고 나무의 수령이 줄어갔다. 개발의 삽질은 점차 산골오지에서 푸른바다까지 내버려 둘 줄을 몰랐다. 바다를 막으면 땅이 되어 농지와 공업용지가 생기는 줄은 알았지만 미래의 자원인 바다와 갯벌이 사라지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연은 후손에게 빌려쓰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이미 환경파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후였다.

 

그러던 중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보여준 평양의 시가지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평양은 전체의 5%만 개발된 도시라고 한다. 평소 지녔던 ‘개발과 보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도시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말끔히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섣부른 감성주의 일지는 모르지만 이제 곧 남과 북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으로 ‘7천만 겨레 하나되기’가 급속도로 진전될 것이다.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 만날 것이다.

 

푸른 대동강 물줄기와 시커멓게 오염된 한강의 물줄기를 서해에서 만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라와 설악이 쓰레기로 오염된 채 금강과 백두를 만나게 하면서 어찌 떳떳하게 백두대간의 정기를 말할 수 있으랴.

 

환경보호는 ‘우리’라는 복수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단수의 문제다. 우리라고 일컬으며 굳이 남의 잘못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나라도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솔선하면 오염된 산도 강도 서서히 푸르게 변모할 것이다.

 

/이명자(전주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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