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연말이다.
송년회 등으로 모임이 잦아지고 술 소비량도 많아지는 이 때 음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커진다.
술자리가 일의 성패에 절대적으로 관여하는 우리 사회를‘주본주의(酒本主義)사회’로 규정하기도 했다. 술은 어려운 대인관계를 쉽게 풀어주는 윤활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남자의 통은 술통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뚤어진 음주관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빠져들어가는 데 문제가 있다.
음주와 관련된 사망률이 높은 것도 연말에 음주를 삼가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 음주와 관련된 일반적 상식
▲술에 취하면 왜 실수를 하기 쉬운가?
술이 취하는 이유는 알코올이 뇌에 대해 억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생명에 필수적이고 본능적인 반응과 관련이 있는 구뇌(舊腦)와 지각과 이성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신뇌(新腦) 두가지가 있다. 평소에는 신뇌가 본능적인 구뇌를 억제하고 있으나 술을 먹으면 구뇌가 신뇌의 억제로부터 풀려나 취기에 따라 점차 본능적인 행동을 일삼게 되는 것이다.
▲술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대사가 되는가?
술은 모두 위장계에서 흡수되는데 위에서는 25%, 나머지는 상부 소장에서 흡수된다. 혈중에는 섭취 후 5분 이내에 측정되며, 뇌에는 10분 정도 있으면 도달한다. 알코올의 혈중 농도는 30분에서 90분에 걸쳐 최고치에 이른다. 위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문맥을 통해 간으로 옮져진다.
알코올의 분해 과정은 90% 정도가 간에서 이루어지며, 10 % 미만은 화학적 변화 없이 소변이나 호흡 또는 땀을 통해 배출된다. 술을 많이 마신 경우에 피부에서도 술 냄새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알코올이 몸에서 분해되는 데는 6시간 정도 걸린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인체는 공복에 가능한 한 빨리 열량이 높은 에너지원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빈속에 음주하면 알코올 혈중농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평균적으로 빈속에 술을 마시면 식사 후에 마시는 것보다 알코올 혈중농도가 2배 가량 높다. 그리고 다량의 알코올이 일시에 위에 들어오기때문에 위가 긴장을 해 과도한 위산을 분비한다. 위산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알코올이 분해돼 농도가 낮아질 수는 있지만 위벽이 자극을 받아 다음날 아침 속쓰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반복될 경우 위궤양과 위출혈, 심하면 위천공이 생길 수 있다.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음주양은?
알코올 섭취가 하루 30g을 넘어가면 비록 간 경화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건강에 해를 끼치게 된다. 술을 만취할 정도로 마시면서 건강을 위해 며칠을 거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매일 술을 마시는 경우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지만 건강에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술의 독성 작용은 알코올이 분해되고 나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경계는 며칠, 몇 달을 두고도 중독 현상이 남게 된다. 따라서 현명한 음주법은 되도록 적은 양(맥주 두 캔 이하)으로 가끔씩(일주일에 2번 이하)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주후 사우나는 해독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 체온에 비해 1∼2도 정도 약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간 기능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해독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뜨거운 온도에 몸을 노출시키면 술로 인해 빨라진 혈액 순환이 더욱 과도하게 빨라져 혈압이 높아짐으로써 간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또 음주 후 사우나를 하고 찬물에 뛰어드는 것은 심장에 급격한 부담을 줘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쉽다. 따라서 음주 후에는 사우나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장술은 숙취에 도움이 된다?
과음 후에 깨어나면서 두통과 속쓰림 등 증상은 해장술로 일시적으로 가시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해장술이 뇌의 중추 신경을 마비시켜 숙취의 고통을 일시적으로나마 느끼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해장술만 아니라 술을 마실 때도 이런 효과는 나타난다. 술을 마실 때 취하면서 두통과 속쓰림 등의 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술이 깬 아침에 나타나는 것은 역시 이러한 알코올의 마비 효과 때문이다.
해장술은 마시는 양만큼 피로에 지친 간과 위장에 더 해독을 끼칠 수 있다.
▲폭탄주는 왜 빨리 취하는가?
맥주 안에 있는 탄산가스가 위장에서 술의 흡수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빨리 취한다. 그리고 알코올 농도가 15∼30도인 술이 가장 잘 흡수되는데 폭탄주는 20도 안팎이다. 폭탄주처럼 빠르게 취하게 하는 음주 법은 느리게 더 많은 양을 먹는 것보다 몸에 더 해롭다.
▲여성이 남성보다 술에 약한 이유는?
여성은 남성보다 체중이 작고 신체구조상 수분보다 지방이 많으며 알코올 분해효소가 결여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주 후 남성보다 빨리 알코올 혈중농도가 높아진다. 같은 양의 술을 마신다면 여성은 남성보다 혈중농도가 평균 30~40% 높다.
성호르몬 차이도 여성이 술에 약한 이유가 된다. 또 여성은 알코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간 경화, 간염, 유방암, 불임 등에도 취약하다. 여성은 짧은 기간, 소량의 음주로도 남성보다 먼저 지방간에 걸린다.
/전북대학교병원 신경과장 서만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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