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의 어려움 극복하는 문학적 성찰 절실
문학의 위기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야 하는가.
지난해 새로운 세기를 열었던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품의 감소는 바로 이러한 화두를 새롭게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논의에 대한 물음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예상치 못했던 응모작품의 증가폭. 지난해보다 50% 가깝게 증가한 응모작품수는 문학 창작에 대한 젊은 문학도들의 새로운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양적 증가가 문학의 위기를 돌려놓는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학의 역할과 시대적 의미이고, 우리의 현실과 삶의 역사를 비추어내는 문학의 힘을 다시 찾는 일이 절실한 오늘의 상황이다.
그러나 올해 응모작 증가는 문학의 귀환(?) 가능성을 시사해주기에 충분했다. 열일곱살 여고생부터 일흔을 넘어선 늦깍이 문학지망생들의 참여는 문학과 삶이 따로가 아니다는 인식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처음으로 소설부문의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초 소설부문 심사위원인 송기숙(소설가) 임명진(문학평론가)씨는 결심에 올라온 다섯편의 후보작 가운데 김신씨의 ‘세상의 골목’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그러나 당선작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같은 작품이 다른 일간지에도 중복투고돼 당선작으로 선정된 사실이 밝혀졌다. 안타깝지만 규정상 당선작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문장 구성 인물의 성격 주제의 형상화 등 전반에 걸쳐 신뢰가 가고, 무엇보다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남다르다고 평가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성성의 문제를 잔잔하게 드러낸 솜씨가 수준급이라는 점에 공감했던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한 미련도 미련이려니와 또한 신춘문예라는 고유의 전통과 권위를 위해서 당선작을 내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올해 응모작들은 내용면에서는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것 없이 80년대와는 큰 폭으로 달라져버린 90년대의 문화담론들이 확연하게 나타나 보였다. 그리고 그 담론들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삶과 존재, 주위와 일상들을 화두로 삼고 있었다. 세기말의 우울한 자기 초상이나 사회 풍경의 묘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졌다. 이러한 담론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기 극복의 확실한 언어로 드러나지 못한 경향도 여전했다. 다만 이상할 정도로 역사와 현실적 환경에 주목하는 작품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지난해 시 응모작들에 비해 올해는 다소 현실과 삶의 문제에 천착한 작품이 더러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특히 소설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그 소재와 주제가 가벼워 문학적 진지성이 결여된 작품이 많았던데다 특히 적절치 못한 남녀관계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에 심사위원들은 아쉬워했다. 임명진 교수는 “그런 불륜이 이제 세태의 일부로서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는 말로 그 안타까움을 전했다.
올해 응모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수필은 수준면에서는 예년 수준을 넘지 못했으나 양적 증가속에 수필의 문학적 묘미와 본류를 찾아가는 수작들이 많이 생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예선을 거친 10여편의 작품들은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문학적 형상화를 수준있게 이루어낸 작품들로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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