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모내기를 마친 너른 들판위로 농민군의 뜨거운 함성처럼 솟은 백산성지에서, 또 동학농민군이 처음으로 관군과 맞서 승전을 거듭한 황토현전적지에서…….
그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역사는 마음에 드는 것만 선택해서 남기고 보여주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과거에 대한 명확한 반성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가해자들의 참회(慙悔)의 방문이었다.
학자적 양심으로 동학농민혁명은 물론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행위에 대한 자기반성의 의미를 담아 이틀동안 묻혀진 역사의 진실찾기에 나섰던 일본학자와 학생 등이 1백7년 전 동학농민혁명의 유적지를 찾았다.
동학농민혁명 1백7주년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한국과 중국, 일본 학자 등 참가자 1백여명이 학술대회 일정을 마치고 2일과 3일 전북과 충남지역의 전적지를 찾았다.
이번 답사기행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한국은 물론 일본 제국주의에 피해를 본 당사국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일본학자들의 방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박맹수교수(영산원불교대학)의 안내로 진행된 이날 답사는 백산성지와 전봉준장군 고택, 황토재 등을 찾아 그 역사적 흔적을 더듬는 시간이었다.
일행 가운데 대부분이 일본인 참가자들이었던 이번 답사에서 일본인들은 답사내내 한국과 중국 참가자들과 다른 느낌과 감회로 유적지를 둘러보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꼼꼼히 되묻는 모습을 보였다.
백산성지에서 만난 나까무라 히로꼬씨(中村直子·21·여·가고시마 국제대학 2)는 “학술대회를 통해 동학농민군의 투쟁과 희생에 대해 알게 됐지만 현장을 찾아서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정과 그 피해를 영상으로 담아오고 있다는 한 일본인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상처를 제대로 아물게 할 수 없다”는 말로 이번 답사의 소감을 대신했다.
2일 도내 전적지를 답사한 이들은 3일 동학농민군 최후의 항전지인 대둔산최후 전투지, 일본군·경군 등의 연합부대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충남 공주의 우금재전적지 등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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