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畏浮雲遮望眼, 自緣身在最高層
불외부운차망안, 자연신재최고층
뜬구름이 내 시야를 가릴까 봐 겁내지 않는 까닭은 내 몸이 이미 가장 높은 층에 있기 때문일세.
송나라 때의 정치가이자 문장가였던 왕안석(王安石)의 〈등비래봉(登飛來峰)-비래봉에 올라〉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 몸이 이미 최고층에 있는 까닭에 뜬구름이 시야를 가릴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대단한 자부심이다. 당시의 정치를 주름잡던 세도가다운 발언이다. 그렇다면 최고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도와 권세의 최고층일 수도 있고, 부귀와 영화의 최고층일 수도 있다. 어는 분야든 최고층에 오르면 함부로 넘보지 못하고 감히 그 사람의 앞을 가릴 생각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야가 영원히 가려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부귀와 영화, 권세와 세도는 금새 다른 경쟁 세력을 낳게 되고 그 경쟁 세력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으면서 앞길이 콱콱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떠도는 구름과 같은 존재들인 간신배와 모사꾼들에 의해서 시야가 가리게 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막힘과 가림이 없는 넓고 먼 시야를 갖는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이다. 밝은 내 마음의 눈을 준비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눈이 태양처럼 높은 곳에 태양처럼 밝은 모습으로 걸려있다면 그 때는 진정으로 뜬구름이 시야를 가릴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구름의 모습까지를 환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층에 서려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畏:무서워 할 외 浮:뜰 부 遮:가릴 차 望:바라볼 망 緣:까닭 연 層:층계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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