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자로 잰 듯한 ‘컴퓨터 어시스트’,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쏘아올리는 양희승의 3점슛, 용병 재키 존스의 폭발적인 덩크슛, 그리고 선수들의 그림같은 묘기가 속출할 때마다 터지는 관중들의 환호성….
지난해 KCC 이지스가 전주시를 연고로 자리하며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생하고도 장면들이다. 이런 멋진 농구경기를 현장에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TV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지난해말 프로농구 시작과 함께 JTV 전주방송이 프로농구 중계팀을 구성, 매주 생방송하고 있기 때문. 승리를 위해 코트안에서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화려한 개인기와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안방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중계팀원은 모두 20여명이다.
하지만 이가운데 경기장을 코앞에 두고도 코트에서 경기를 보지 못하고 중계차에 들어 앉아 중계하는 방송인들은 모두 9명.
김춘영 PD(37)를 비롯해 최흥수 기술감독(42), 양진용 FD(27), 음향담당 황승영씨(33), VTR 신기진씨(31), 마이크로웨이브 이병로씨(32), 영상담당 김연욱씨(39), 슬로비디오 김동진씨(27), 스포츠코더 조원덕씨(32) 등이다.
이들은 방송장비가 빼곡히 채워져 있는 중계차에서 코트에 설치된 카메라 7대가 보내온 영상과 음향을 편집해 안방에 전달한다.
“한경기를 중계하는 시간만 꼬박 2시간이 걸립니다. 생방송이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죠. 긴강잠을 덜기 위해선 사전준비와 점검을 꼼꼼이 해야 합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방송은 별 어려움이 없지만 준비과정이 힘들다는 것이 김PD의 설명이다.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KCC가 울산모비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격돌한 20일. 관중들은 경기시작 한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에 입장을 시작했지만 이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오전 9시부터 체육관에 나와 장비 설치와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경기 일정이 잡히면 그날은 온전히 체육관에서 보내야 합니다. 가끔 중계차를 타고 생방송하다 보면 방송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것을 최소화하고 좋은 경기 송출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죠”
중계차 내에서 가장 연장자인데다 방송 기술분야에서는 20년 가까운 베테랑인 최감독은 프로농구 시작이후 가족과 함께 휴일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처지는 중계팀 모두가 겪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농구를 좋아하는 시청자를 위해 봉사하는 기쁨으로 기꺼이 방송에 임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지 오래다.
경기내용 자막을 담당하는 스포츠코더 조씨는 “KCC가 하위권에 맴도는데도 팬들이 경기장을 꽉 채울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며 “전주에 불고 있는 농구열풍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중계 중간 중간 경기에 몰입하기도 하는 이들은 KCC가 이길때면 저절로 흥이 나서 사소한 방송사고 한 건도 없이 2시간이 금새 지나간단다.
이날도 양희승의 대활약으로 울산모비스를 꺾어 방송을 마친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지금까지 7번 중계해서 2승 5패.
“‘중계=패배’ 징크스가 생길까 염려하기도 했지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어 플레이오프 진출을 낙관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은 정규방송 시간에 쫓겨 경기 종료 몇분을 남겨 두고 방송을 중단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시청자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30여초를 남겨 놓고 뉴스때문에 중계를 중단하고 말았네요. 다행히 이기고 있어서 시청자들의 성화가 덜 할겁니다. 그래도 1∼2분이면 되는데….”
이날 농구 중계가 끝난 오후 5시. 관중들이 빠져나간 경기장에서 소슬한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방송장비를 철수하며 뒷정리하는 이들 모습에서 안방농구가 코트 못지않게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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