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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서편제 시조 박유전 (1)



박유전은 서편제 판소리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순창 출신이라고 하지만, 막상 순창 사람들 중에 박유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박유전은 전라남도 보성에 가면 유명하다. 보성읍에는 박유전을 기념하여 무덤을 형상화한 기념비가 서 있다. 보성에 박유전의 비가 서 있는 것은 박유전이 말년을 여기서 보냈고, 또 그의 소리를 이어 발전시킨 사람들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유전은 순창 사람이라고만 할 뿐, 어디서 났으며, 누구에게 소리를 배웠는지 전혀 전하는 바가 없다. 그러니까 그저 전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리꾼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으면서도 가수가 된 사람에 비할 수 있을 듯하다.

 

박유전은 적벽가를 잘 했는데, 특히 대원군이 박유전의 소리를 좋아하여, 대원군의 사랑에 머물며 오래 동안 소리를 했었다고 한다. 대원군이 실각을 하자 박유전은 낙향을 한다.

 

그런데 고향인 순창으로 내려간 것이 아니라, 나주 근방으로 내려간 모양이다. 왜 그랬는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나주는 호남에서 전주 다음으로 큰 고을이었으므로, 그곳에서 소리를 하면서 살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박유전은 나주 부근에서 정재근이라고 하는 사람을 만난다. 정재근은 상당한 재산이 있는 소리꾼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재근은 박유전을 모시고 전남 보성으로 이사를 했다.

 

그러다가 박유전은 어느 눈 오는 날 귀가하다가 얼어죽어서 마을 산발치에 묻히고, 정재근은 박유전에게 배운 소리를 후손에게 전하여 보성 지방에 전하게 된다. 이 소리가 이른바 '보성소리'를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

 

박유전은 순창 출신이지만, 그의 예술은 전라남도 보성에 전승이 되었다. 그러니까 순창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보성 사람들은 그를 잘 알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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