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지방도시를 떠도는 3류 밴드의 이야기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리더인 성우(이 얼)가 고교시절 밴드를 조직해 음악의 꿈을 키웠던 고향 수안보로 10년만에 귀향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젊음과 낭만, 패기로 가득했던 고교 밴드시절, 최고를 꿈꾸었던 야망은 졸업과 함께 사그라들고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진 성우만 밴드활동을 지속한다. 그러나 성우도 노래보다는 화려한 쇼로 치장한 웨이터 출신 기태(류승범)에게 무대를 내주고 만다.
시골의 한 고교에서 시작됐지만, 이루지 못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10대들. 완주고 2학년생 다섯명이 모인 락밴드 ‘뮤더’.
“영화요? 아직 못봤어요. 그거 미성년자 관람불가잖아요. 하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밴드의 꿈을 그렸다는 것은 알아요. 우리는 마흔을 넘기고 환갑이 되어도 함께 음악을 할꺼예요. 와이키키가 이루지 못한 그 꿈을 우리가 대신하는 거죠.”
단지 ‘음악이 좋아’서 뮤더에 가입해 마이크를 잡고, 기타를 튕기고, 드럼을 치는 부원들은 모두 5명. 리더이자 보컬인 유정훈군, 일렉트릭 기타 임기정군, 베이스 기타 송하성군, 드럼 김천군, 키보드 김미숙양. 모두 18살 동갑내기이자 2학년이다.
이들은 뮤더의 4기생. 지난 1년동안 선배들로부터 개별지도를 받고 합주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운 이들은 지난 2월 전북대앞 ‘투비원’에서 공식 데뷔무대를 가졌다. 윤도현과 강산에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고 연주,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부원들중 유일한 홍일점인 미숙이는 ‘뮤더의 꽃’.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했던 미숙은 ‘재미있고 즐거울 것 같아서’밴드에 가입한 경우지만 처음엔 아버지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단다. 지금은 아버지가 공연장을 찾을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어 밴드활동에 더욱 신난단다.
인터넷 강좌 ‘스쿨뮤직’에 가입, 공부할 정도로 열성을 보이는 하성이의 별명은 ‘오류개그’. 연습중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한마디 하는 우스개소리가 오히려 더 썰렁하게 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인 애칭(?). 개그는 오류지만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솜씨는 수준급이다.
“중3때 일본 X-Japan의 드럼주자 요시키의 공연실황을 보고 반했어요. 그때 드럼은 필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천이는 공연중 인상을 쓰는 버릇이 있어서 ‘인상파’로 불린다.
드럼을 연주할 때 감정이 폭발해서 그렇다고 설명하는 천이는 때로는 도가 너무 지나쳐 박자를 놓쳐 쑥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란한 기타연주가 장기인 기정이는 별명이 많다. 만화영화 둘리에서 나오는 타조를 닮았다해서 ‘또치’, 힘이 넘쳐서 ‘백두장사’.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폼생폼사’다. 기타연주때는 물론 놀때도 위엄(?)을 떨기 때문이다.
“공부 위주로 생활하는 학교에서 밴드활동은 활력을 줍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다시 뭉쳐서 그룹활동을 할거예요”
음악을 즐기기 위해 친구들과 뭉쳤다고 말하는 정훈이는 ‘she’s gone’을 듣고 노래에 빠져든 경우다. 뮤더의 리더이자 고음이 장기인 정훈이는 학교에서 인기도 높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밴드활동을 시작한 이들이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미술교사인 김재주교사(29) 덕분이다. 고교 시절 밴드활동을 했던 김교사는 뮤더의 지도교사를 자청하고 나서 ‘악기는 없고 부원만 있던’ 뮤더에 악기를 들이고 체계적으로 연습을 시켰다.
학생들도 선생의 열성에 감동, 스스로 회비를 걷어 드럼을 장만했다. 뮤더의 명칭을 따온 ‘mugic leader(음악의 선구자)’에 걸맞는 실력과 모습을 갖추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 것.
이들의 연습은 점심시간 30분에 이뤄진다. 합주를 통해 호흡을 맞춘후 개인연습은 각자의 몫. 공연이 예정되면 한달전부터 밤늦게까지 남아 연습에 돌입한다.
밴드활동과 공부, 어느 것도 소홀하지 않는 뮤더의 스케쥴은 빡빡하다. 여수 국제문화축제를 비롯해 거리콘서트, 샤우트락페스티벌 등 각종 공연과 연주회를 참가할 예정이다.
바쁜 일정속에서도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를 준비중이다. 역대 뮤더 멤버들과 완주고 출신 음악인들이 모이는 무대다. 올해말 뮤더인들의 멋들어진 화음으로 완주고 교정을 가득 메울 생각이다.
자신의 연주실력에 대해선 “아직 멀었다”고 답하는 이들의 가장 큰 힘은 최선을 다하는 것. ‘봉동 브라더스’의 꿈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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