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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게릴라] Big Band ‘Lee & Rose’

 

 

 

전주에 빅 밴드가 출현했다. 이름하여 빅 밴드 ‘Lee & Rose’. 전설로만 남아있던 이 지역의 빅 밴드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빅 밴드(영·Big Band)는 대공황의 공포가 휩쓸던 1930년대 중반, 경쾌한 스윙 리듬과 함께 등장한 재즈 밴드다. 관현악단 혹은 소규모 오케스트라 정도로 편성된 밴드가 들려주는 화려한 사운드와 경쾌한 리듬은 경제 대란에 짓눌려 있던 민중들에게 달콤한 안식이 되었다. 웅장한 밴드에 대한 믿음, 주위를 맴도는 듯 하면서도 속살깊이 에이는 음속은 불안했던 그들에게 꼭 필요한 문화였다.

 

빅 밴드는 6~70년대 우리 대중음악의 기둥이기도 했다. 전주에서도 80년대 중반까지 월드컵 클럽을 중심으로 이런 밴드들이 있었다.

 

“가라오케, 노래방에 밀렸지요. 다른 일을 병행하긴 했지만 그래도 악기를 놓은 적은 없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시작했으니까…,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씁쓸한 듯 말을 꺼내는 최인철씨(51·베이스)는 요즘 한껏 부풀어 있다. 빅 밴드 ‘Lee & Rose’때문이다.

 

전주에서 빅 밴드의 출현은 전주 언더 뮤지션의 세계에서는 경이로움이란 단어로 표현된다. 빅 밴드는 재즈음악에 조예가 있는 20여명의 브라스(관악) 연주자와 이들을 조율할 리더, 적절한 악보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빅 밴드가 구성됐다는 것은 듣는 순간 ‘어떻게’라며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해답은 리더 이영철씨의 ‘보물’에 있다. ‘보물’은 바로 1960년대 미8군에서 미국 빅 밴드가 연주하던 악보들이다.

 

“미국인들은 이 악보를 신주 모시듯 해서 연습이 끝나면 큰 자물통이 달린 궤짝에 숨겨두곤 했습니다. 미국인들 모르게 그 자물통을 뜯고 악보를 카메라에 담아서 애지중지 보관해왔지요.”

 

악보는 그뿐 아니라 멤버 모두에게 열정과 흥분을 준다. 그 흥분을 이들은 ‘다이나믹 코리아 전주문화축전 2002’에서 표출할 예정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낯선 음악인이 아니다. 넝쿨장미가 지천인 봄이면 어김없이 붉게 물든 저녁 하늘아래 감미로운 재즈선율로 영화이야기를 펼쳐왔다. 그가 활동하는 그룹은 리드 이영철(59·피아노)씨를 비롯해 임문택(46·드럼), 서민수(45·키보드), 김형준(39·기타), 노래부르는 미즈 문(36·본명 문경혜)씨까지 5명의 뮤지션과 1명의 싱어로 구성된, 전북을 대표하는 음악그룹 ‘Jazz M’이다.

 

전주국제영화제기간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 재림한 듯 그들이 들려준 ‘Screen Music Jazz Concert’는 스크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감흥을 전해 주며 관객의 마음을 노을보다 더 진한 붉은 빛으로 물들이곤 했다.

 

빅 밴드는 보통 5개의 색소폰, 3∼4개의 트럼펫, 3∼4개의 트롬본이 선율을 연주하고 피아노, 더블베이스, 기타 등이 반주를 맡는다. 악단에서는 보통 가수가 함께 한다. ‘Lee & Rose’는 ‘재즈M’ 기본 멤버에 서인원(57), 박상철(38), 전종구(34), 허철행씨(31) 등 색소폰 주자와 드러머 임문택씨(46) 등 십여명이 넘는 지역 연주인이 함께 했다.

 

이들이 다시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과거 빅 밴드의 세션들이 개인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전주 언더 그라운드를 지켜 온 덕분이다.

 

이들이 살아온 길은 다양하지만 음악을 떠나있지는 않았다. 작곡가 겸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리더 이영철(59세)씨는 채 서른이 되기 전부터 서울과 부산 등에서 30인조 빅 밴드 지휘자로 20여년간 활동했고 다른 단원들도 방송국 관현악단장, 음악교사, 직업 연주자, 교향악단 단원 등으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살다가 하나가 된 빅 밴드 ‘Lee & Rose’가 보여줄 환상적인 재즈 페스티발은 6월 5일과 11일 별 빛 환한 9시 30분 전주 덕진공설운동장에 마련될 전주플라자에서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넘치는 브라스와 가슴을 서늘하게 할 정교한 섹션, 경쾌한 리듬과 열정적인 사운드는 우리에게 똑같은 흥분을 선사할 것이다.
그들의 환상적인 무대에 밤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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