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어려워 그동안 술을 제대로 담그지 못했는데 이제는 명품을 빚어낸다는 생각으로 남은 여생을 바치겠습니다.”
9일 개관한 전통술박물관에서 전통민속주인 과하주(過夏酒) 담그기 시연회를 연 김남옥 할머니(81).
친정(울산 김씨)과 시댁(언양 김씨)에서 집안 대대로 전해진 과하주를 빚는데 평생을 오롯이 바친 김할머니는 86년 전통민속주로 지정받은 과하주를 담는 기능보유자다.
“임진란때 김천일 장군이 즐기며 힘을 돋웠다 해서 ‘장군주’로 불리기도 한다”는 김할머니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과하주가 3∼4개 있지만 전주의 과하주는 재료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녹두 누룩을 사용해 술 빛깔이 좋은데다 숙취가 전혀 없고, 솔잎과 대잎을 비롯해 인삼·백봉령·사삼 등 각종 약재까지 사용해 건강에도 좋은 것이 특징이란다.
“일제 치하에서는 집에서 담가먹는 술도 밀주라고 해서 철저히 금지했어요. 해방후에도 주정을 금지했지만 우리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남의 눈을 피해 몰래 술을 빚었지요.”
전통술 살리기에 앞장서온 김할머니는 “전북의 술이 타지역보다 월등한데도 지금까지 문화재로 지정된 술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판로개척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술기능보유자들을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할머니는 여든을 넘긴 고령에도 술박물관에서 일주일에 1∼2차례 술을 빚으며 체험프로그램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