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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선거에서도 월드컵 열정을…


 
6.13지방선거 기간중 일당 4만원을 받고 지방선거 후보 사무실에 나가 선거 일을 도운 40대 어느 주부의 얘기는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그녀가 하는 일은 전화 홍보활동. 전화통을 붙잡고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 후보가 출마자중에서 가장 낫다며 꼭 투표에 참여해서 도와달라고 주문하는 게 그녀의 일인데 돌아오는 답변은 “투표 안해요” “먹고 살기 바쁜데 투표는 무슨 투표”“뽑을 놈이 있어야 투표를 하지”“월드컵 얘기나 합시다” 등등이 주류라는 것이다.

 

마음이 여린 그녀는 마치 싸움을 하듯 이런 퉁명스런 목소리들이 전화통에서 튀어 나올 때마다 죄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 일쑤라고 털어 놓았다.

 

선거판은 식상, 월드컵은 감동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이 다른 어느 선거때보다 극에 이르고 있지만 후보들 역시 종전 선거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동원된 청중,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밀물 썰물식 쇼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연출됐다.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서로 침을 튀긴 것도 구태의연했다. 고질적 병폐인 상대방 흠집내기와 깎아내리기도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돈 선거는 어떠한가.

 

얼마전 어느 유권자는 어느 도지사후보를 찍어달라며 10만원짜리 봉투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누가 봐도 당선권에 들어있는 후보인데도 표를 찍어달라고 돈을 푸는 판이니 경합이 치열한 선거구의 후보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리고 다닐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청중을 동원하지 않거나, 상대방을 흠집내지 않고 또 돈을 살포하지 않으면 마치 선거판이 열리지 않을 것 처럼 후진적 요소들이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걸 목도하고 있다.

 

선거판이 이럴망정 ‘월드컵’이 연출해 내는 무대는 감동의 연속이다. 출전 48년만에 첫승을 올렸고 내친 김에 16강의 문턱을 넘기 위한 사기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16강에 진출한다면 해방의 감격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해방은  그 이후 정치세력들이 갈갈이 찢겨나가는 바람에 감격의 기쁨도 잠시였지만 월드컵은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화합의 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매너, 이른바 관람문화와 손님 맞이 태도 역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월드컵은 분명 우리의 문화시민의식을 한단계 높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다. 피터 벨라판 FIFA 조정관(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이 운송에서 안전에 이르기까 모든 면에서 A점수를 줄만하다고 평가하는 걸 보면 외부의 눈에도 만족할만 수준인 것 같다. 이런 좋은 평가가 나오는 건 우리의 ‘월드컵 열정’ 때문일 것이다. 

 

월드컵에 묻혀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지방선거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6.13 지방선거 D-1. 선거일 등산이나 가겠다는 사람도 있고 후보 꼴보기 싫어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투표포기는 악의 씨앗

 

그러나 투표포기는 민주주의의 포기요,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의 씨앗이다.현 선거제도 아래에서 유권자의 권리는 주어진 조건에서나마 최선의 길을 찾는 것이고 최선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대했던 새 얼굴이 없으면 때가 끼고 구태의연하더라도 덜 식상한 얼굴을 선택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의무인 것이다.

 

투표는 시민의 신성하고도 소중한 권리이다. 투표도 하지 않고 지방자치, 구체적으로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는가. ‘월드컵 열정’이 오늘의 한국축구와 시민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듯이 투표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지방자치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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