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로 보면 물전쟁 일어난다’
인류사에서 생명수 물을 놓고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에 빚어진 분쟁은 수도 없이 많다.
지금도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 분쟁은 종교간, 민족간 갈등도 있지만 사실은 연중 마르지않는 요르단강을 놓고 서로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이슬람권 형제국들이면서도 시리아, 터키,이라크가 물 앞에서는 어쩔 수없이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때문에 심심찮게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민족간 물분쟁 끊이지 않아
아프리카에서는 사막 속의 젖줄 나일강을 조금이라도 더 아전인수(?) 하고자 이집트와 수단, 에디오피아가 무려 2천여년 동안 분쟁을 벌여왔다.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백제 신라 고구려 3국의 갈등도 사실은 한수(지금의 한강) 문제였다.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좌우됐다.
최근 전북의 숙원 용담댐이 완성되자 인근 충남에서 대번에 반발을 일으켰다.
이처럼 인류는 물과의 투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물싸움은 그러나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아니다. 오히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혹자는 20세기가 석유와의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물과의 전쟁이라고 단언한다.
UN에서는 이미 세계의 물 기근 현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중 유감스럽게도 물만큼은 걱정없이 살아왔던 한국이 물부족 국가로 손꼽히는 영광(?)을 안았다.
인류의 물 분쟁사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다.
아무리 그것이 심각했다 할지라도 어느 한 국가나 세력이 독식한 사례는 없었다.
국제적 말썽꾸러기 후세인을 쉽게 제압하는 전략의 하나로 이라크로 통하는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 물줄기를 차단하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죄없는 수천만 국민의 생존 때문에 그럴 수는 없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용담댐 문제도 그렇다.
”분명 전북의 물을 전북이 담수해 사용한다는데 무슨 어거지냐“ 우리는 충남 측의 요구를 일축할 수있다.
이 문제 또한 야박하게 자치단체의 이기심 만을 앞세울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아량을 베풀고 있지 않은가.
새해를 맞아 우리는 지방 분권의 원년이라며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소지역주의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전주시민의 목줄인 오원천을 관할하고 있는 임실군이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원천을 살려 생태계를 보존하고 부족한 농업용수에 활용하겠다는게 주 이유다.
그렇지만 전주 쪽을 보자. 3천여가구가 하루 아침에 식수 중단 사태를 맞아야 한다. 인근 자치단체의 절박하지 않은 이유에 한쪽은 생존권 박탈을 당할 처지다.
임실군은 인류사에 일찌기 없었던 그런 무모한 행위를 하려는가.
전주 임실은 더욱 국가나 민족간의 대립 관계가 아니다. 소속이 다른 이질 광역 단체도 아니다.
어찌 보면 한 지역주민이다. 수수 혜택을 받는 완산동, 서학동 주민들의 상당 수는
유독 임실 출신들이 많다.
전주시 임실동이라고나 할까. 전주로 이사와도 고향이 가까운 이 일대에 터를 잡았다. 말하자면 서로는 이웃 동네요, 친인척이다.
오원천문제 지혜롭게 풀어야
그런데도 물끊고 담쌓는다는 건 상린관계의 민법을 떠나서 정으로 사는 전통의 우리 사회 풍습에도 맞지않다.
물론 지난 30여년동안 전주시가 고마움도 모른채 푼돈으로 임실 주민들을 달래며 손해를 끼친건 잘못이다.
시정돼야 마땅하다.
임실군은 이쯤해서 조건없이 해제했으면 좋겠다. 전주시도 보다 진지하게 임실군민의 입장에 서서 충분한 보상을 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임경탁(본사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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