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극단'목화'의 '내 사랑 DMZ'(오태석 연출/작)은 연출가 오태석과 극단'목화'의 연극임은 분명했지만 적절한 대상 층의 관객을 찾지는 못한 듯 하다.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문화카운셀러 역시 주요 관객층이었던 아이들의 눈 높이를 배려하진 못했다.
28일 늦은 6시 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반쯤 들어찬 객석의 대부분은 7∼10세를 오고가는 아이들. 연인이나 대학생, 중년층의 발길이 이어졌던 다른 무대와 달리 가족극·아동극을 내세운 이번 공연은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단위 관객이 많았다.
무대 전체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연출, 배우들의 경쾌한 몸놀림, 툭툭 내뱉지만 가슴을 에이는 맛깔스러운 대사, 장면전환에서도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한 희미한 조명,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따라 부르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의 노랫말과 가락 등 프로들의 무대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100분 가량의 공연시간은 아이들이 버티기엔 너무 지루했다. 공연이 끝나고 "남북 통일이 커요, 동물들 보호하는 게 커요”라는 한 아이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처럼, 여러 개의 단편이 섞여 DMZ 동물들이 전하는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전해주기엔 아이들도 엄마도 무리가 있었다.
한국전쟁때 죽은 군인들의 넋을 불러내는 당골레의 초망자 굿과 인간과 동물·영혼들의 싸움, 동물들과 인간의 교감, 북한 병사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도 설득력이 적었다.
1년만에 만난 오태석과 극단'목화'의 무대는 아쉬웠지만, 도내에서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한 가족극·아동극의 필요성은 크게 깨닫게 해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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