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입시철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수능시험을 치른 고3학생들은 이제 대학과 전공학과 선택 문제로 고민이 많을 것이고 곧이어 연합고사를 치르게 될 중3학생들은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막바지까지 있는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수험생 학부모님들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며 애를 태우고 계실 것입니다. 교육에 대한 열의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우리의 현실로 볼 때 이러한 입시 열기는 꼭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의 성적이 진로와 진학을 결정짓고 마는 오늘의 교육 현실로 보아 이렇듯 과도한 입시 분위기는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진로 선택에 있어서 성적이 최선일 수는 없습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개성과 소질, 그리고 적성 등도 학업 성적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력과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 풍토로 인해 학생 개개인의 무한한 잠재력과 개성은 성적지상주의에 밀려 무시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도 부모도 오로지 성적 올리기에만 열을 올렸던 것이지 장래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성 교육이나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진로 교육과 지도는 소홀히 해왔던 것입니다.
앞으로의 미래 사회는 다양성과 발 빠른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더군다나 고도의 지식?정보화 사회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제 성적만 가지고는 안 되고 능력과 실력이 고루 갖추어진 전인적 인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진로 지도 및 선택을 위한 교육은 모든 문제보다 우선시되어야 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 차원에서도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엉성한 오두막 정도라면 설계도가 없더라도 집을 지을 수가 있지만 제대로 된 집을 지으려면 설계도가 있어야 합니다. 인생의 경우도 사정은 이와 비슷합니다. 아무렇게나 살기를 작정한다면 굳이 인생 설계를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좀더 보람 있고, 뜻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미리 청사진을 그릴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진로 선택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올바른 진로 선택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까?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은 무엇이고 개성이나 취미는 어떠하며 더 나아가 인생관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남이 한다고 해서 그 일이 좋고 부러워하는 식의 맹목적 부화뇌동은 절대로 금물입니다. 다음으로 직업 세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의 축적과 생생한 정보의 수집을 권하고 싶습니다. 자기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직업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의 종류와 그 특성, 직업에서 요구하는 능력, 보수, 장래성 등에 대한 관련 지식과 정보를 많이 쌓아 두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사회 구조가 단순하고 직업의 종류도 많지 않아서 직업 선택에 대한 어려움이 그리 크지 않았겠지만 오늘날과 같이 산업이 발달하고 사회 구조가 복잡해진 상황에서는 선택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8세기 산업 혁명 당시는 약 400종이었던 직업이 우리 나라의 경우 1990년대만 해도 20,000여 종이 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직업의 종류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만큼 그럴수록 자신의 특성과 직업의 성격을 면밀히 대조하여 현명하게 선택하고, 필요한 수련 과정을 제대로 감당할 태세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진로 선택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생에 대한 목표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하는 말이 있듯이 인생에 있어서 뜻을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인생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자기가 정한 길을 가게 되고 그만큼 남보다 빠른 인생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생들은 미래사의 주역이며 새로운 역사 창조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이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역사와 세계사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멋진 신세계가 그들에 의해 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진로 지도와 다양한 진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겠고 이와 함께 성적에 대한 지나친 관심보다는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더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되겠습니다.
/오근량(전주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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