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모두가 전문가인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일단은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 되어 버렸다. 집안에 두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으니 이런 풍토에서 교육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던지는 말에 우리의 교육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균형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교육 붕괴라는 말이 처음에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졌으나 이제는 무디어질대로 무디어져서 그저 그런 소리로 들리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현실감각은 그동안 공교육에서 보장받으려던 내용들을 이제는 사교육 시장에서 찾게끔 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제는 공교육의 장(場)인 학교 교실에서도 학원 수업을 받게 될 모양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 3월부터 '방과후 학교시설 활용수업'을 시작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인적자원부의 결정은 '사교육 기회의 균등'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교육에서 현실 교육의 문제점들을 개선해 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런 방안을 대책이랍시고 내 놓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학생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급했으면 학원교육을 학교 교실을 빌려서라도 해야 할 정도인가 하는 생각에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한 연민의 정마저도 든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 정도는 가려야 한다. 자신들이 가르치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교육 현장인 교실에서 버젓이 학원강의가 진행된다면 그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마음은 어떨지 헤아려 보았나 묻고 싶다.
모르긴 해도 비통한 마음이 들 것이다.
동족방뇨(凍足放尿), 형편이 어렵다고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면 형편은 더 나빠질 뿐이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일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물(微物)인 소에게도 비교하는 말은 하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흉년이 들어도 종자(種子)는 먹지 않는 법이다. 교사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면 교육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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