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이 처해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은 이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입시철에는 그 체감지수가 더 높아진다.
신입생 모집난으로 인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기껏 공들여 모셔온 학생들마저 편입을 통해 빠져나가는데다 취업난까지 겹치는 악순환이 계속된지 오래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입시철 한명의 신입생이라도 더 채우려는 지방대학의 노력은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다. 특히 사회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은 대학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자꾸만 신뢰도를 실추시키며 스스로 3류로 전락해가고 있는 몇몇 대학의 행태들이다.
모든 정책을 신입생 유치에 맞춰놓은 이들 대학은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어렵게 모셔온 학생들을 귀빈으로 대접하고 있다.
졸업에 필요한 전공과목 이수 학점수를 크게 낮춰 교양과 전공의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놓았고 전과와 복수전공의 벽도 낮아졌다. 취업에 필요한 학점관리에도 대학측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배려가 과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오히려 함량미달의 졸업생에게 좋은 성적표를 들려 보낸 대학의 노력이 스스로 신뢰도와 위상을 낮추는 자충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심지어 도내 모 대학은 최근 정시모집 원서마감후 지원현황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저조한 경쟁률을 공개할 경우 대학 이미지 실추는 물론 합격생들조차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어렵게 내린 고육책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학에 대한 신뢰도에는 지울 수 없는 흠을 남겼다.
어렵고 급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와 사람됨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법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우리 사회 최고 교육기관이자 지성의 전당으로서 한파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대학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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