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란 말은 의학이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아주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스트레스란 본래 개체에 가해지는 압력이나 물리적 힘을 가리키는 물리학에서 사용되어오다가 인체에 적용되면서 압박감이나 근육의 긴장과 같은 신체적 반응처럼 정신과 신체간의 관계에서 예측할 수 있는 흥분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개체에 부담을 주는 외적사건이나 자극을 스트레스라고 말해왔는데,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개인에 의해 의미있는 것으로 지각되는 외적 및 내적자극이 감정을 야기하고 인체의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아서, 사건자체보다도 사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최근의 신경내분비계 자율신경계 면역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스트레스가 인체에 미치는 기전들이 설명되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스트레스 이론들은 기를 통해 인체를 설명하고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보아왔던 한의학의 이론과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스트레스에 관련된 이러한 이론들은 사용한 용어는 조금 다르지만 그 유사한 설명을 한의학 고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고전에서는 인간의 질병을 세가지로 크게 구분하여 설명해왔는데, 바람 비 춥고 더움과 같은 계절이나 날씨와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해당하는 외인(外因), 감정의 변화와 같은 정신적 문제에 해당하는 내인(內因), 그리고 그 외에 음식이나 성생활의 문제 등이 해당하는 불내외인(不內外因)이라 하여 외부환경변화나 정신적 갈등이 인체의 생리와 병리에서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또한 한의학은 기의학이라 할 만큼 기(氣)의 개념을 중요시하였는데, 외부환경이나 감정의 변화는 기의 변화를 일으켜서 인체의 질병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자극의 성질에 따라 주로 영향을 주는 장부가 달라지며 장부기능 변화에 따라 기의 변화가 다르고 정서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두통이나 홧병 등으로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다보면 '심장에 열이 있다, 간의 기운이 뭉쳤다, 기운이 울체되었다'는 등의 설명을 듣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스트레스가 기의 변화를 일으켜 인체 내부에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따라서 치료를 하는데 있어서도 '기의 순환을 좋게 하는, 간기를 풀어주는, 심장의 열을 내려주는' 등의 치료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홧병의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로 화가 오르고 잠이 잘 오지 않고 소화도 잘 안되고 하는 등의 복잡한 증상들을 가지지만 이러한 것들이 장기간의 스트레스에 의해 간의 기운이 울체되고 그것이 오래되어 화의 성질로 변하여 위로 올라가 나타나는 증상으로 파악하고 간기의 울결을 풀어주고 화를 내려주는 치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은 복잡한 도시생활 속에서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있다. 스트레스가 되는 원인들을 줄여나가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김락형(우석대 부속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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