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민유골 32기가 정읍에서 집단으로 발견돼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하고 있다.
유골발굴현장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경우 다수의 유골이 더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 양민들의 유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읍시는 8일 시청뒤 충무공원 팔각정위 50m지점 등산로 인근 넓이 15m, 깊이 40∼50㎝의 구덩이에서 유골 32기와 남자혁대 2개, 남·녀고무신과 농구화밑창류 10여점, M1추정 탄피 20여발을 집단발굴했다. 이곳에서는 실탄 5발과 도장이 찍힌 흔적이 남아있는, 보도연맹증으로 추정되는 신분증도 함께 발견됐다.
발굴현장에는 어린이와 부녀자들의 일부 유골이 뒤엉켜 있어 학살당시의 참혹했던 현장을 짐작케 하고 있다.
등산중 유골을 처음 발견해 정읍시에 신고한 시민 홍창호씨(50.수성동)는 "현장 정황으로 미루어 6.25때 처형당한 가족단위 집단매장지로 추정된다”며 6.25가 지난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아직도 동족상잔의 비극의 잔재가 남아있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정읍시의 이번 발굴은 홍씨가 지난 9월 처음신고한 이후 무연고분묘에 대한 신청접수와 개장공고를 거쳐 이날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시는 이날 발굴된 유골을 입암면 시립묘지에 이장한후 10년이 지나면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발굴현장에 참여했던 홍씨 등 다수의 사람들은 주변정황으로 미루어 다수의 유골이 더 발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추가발굴조사가 실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골이 집단으로 발굴된 충무공원은 6.25때 정읍경찰서를 사이에 두고 좌익과 우익이 대치한 좌익의 거점으로 공방이 치열했으며 당시 정읍경찰서에서는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학살과 방화로 유치장에 수감된 우익인사들이 집단처형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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