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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시인의 풍경일기 '화우엽설'

 

화(華) 우(雨) 엽(葉) 설(雪).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처럼 명료한 상징어로 표현한 한자가 또 있을까.

 

김용택시인(56,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이 다시 새로운 산문집으로 독자들에게 왔다.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늘푸른소나무)라 이름 붙여진 네권의 산문집이다. 계절별로 각각 따로, 또는 함께 엮어진 이 책은 예쁜 장정에 사진작가 주명덕씨의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시인의 글은 삶의 노정에 놓여있는 섬세하고 소소한 일상. 어린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고,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고, 시인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오랜 세월 삶의 흔적이 아름다운 추억과 풍경으로 다시 살아나있다.

 

시인의 글쓰기가 맞닿은 지점은 역시 섬진강. 고향마을과 가족과 몸담고 있는 섬진강변 학교와 아이들이 있는 시인의 글은 삶과 따로 가지 않는다. 모든 글의 추억은 온전히 그 자신 삶의 진지한 추억으로 부터 생명을 얻는다. 체험하지 않거나, 보고 느끼지 않고 쓰여진 글이 없으니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과 일상은 나즈막하거나 혹은 눈부시거나 각각의 존재, 꼭 그만큼의 의미와 가치로 독자들의 마음을 깨운다.

 

‘누구를 만나야 인생이 아름다울까 ’를 묻는 시인의 봄(華)을 지나면, 여름비 내리는 숲에는 어느새 ‘당신이 왔고’(雨), 낙엽 떨어지는 가을, ‘사람은 무엇으로 자라는가’(葉)를 생각하다보면 눈오는 겨울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그래서 행복했던 삶(雪)을 들려준다.

 

네권 산문집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2-3년동안 쓰여진 근작들이다. 더러는 아주 오래전에 쓰여지고서도 발표되지 않은 글들이지만 그들 사이에 시간의 간극은 없다. 시인의 삶에 철저하게 밀착되어 있는 까닭이다.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작은 일상들을 때로 가슴 시리게, 때로 웃음지으며 만나다보면 문득, 평범하기만한 우리의 일상도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작고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이 더 크지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일상의 가치를 잊고 살고 있어요.”

 

시인의 말처럼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작은 존재들에 새롭게 눈뜨게 된다면 세상은 또한 새로워지지 않을 수 없겠다.

 

‘아! 달이라도 떠보라지. 달빛에 빛나는 저녁 이슬들을 그대들은 보았는지? 발등에 떨어지는 저녁 이슬로 그대들의 발등을 적셔는 보았는지? 달빛으로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걸어라. 흐르는 물을 따라 꽃길을 걸어라. 그대들이 휘어잡고 있는 두 손아귀의 모든 것들을 놓고, 홀로 걸어라. 그 강 길을, 흐르는 강물을 곁에다 두고 강물과 함께 걷는 삶의 행복함을 맛볼 것이다.’-천담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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