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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 연극인 전춘근씨의 인형극 인생

한지 인형극으로 활짝 연 '새 삶'

연극인 전춘근(41). 그가 사랑(?)에 빠졌다. 전북 연극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배우로 통하는 그가 인형극 제작자로 뛰어들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인형극단 ‘까치동’의 ‘호랑이님 생일잔치’가 공연 중인 전주덕진예술회관. 지난해 공연의 큰 호응에 힘입어 다시 마련된 앵콜공연인데도 현장에서 만난 전씨는 무대 세트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챙기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가 처음 인형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87년 전주시립극단 부설 ‘허수아비 인형극단’에 몸담으면서부터. 어린이를 위한 공연은 엄두조차 못내던 당시, 몇몇 극단 단원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연문화를 접하게 하는 것이 문화환경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모아 인형극단‘허수아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연활동을 이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아서 하나 둘 단원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들의 빈자리는 전씨의 몫으로 채워졌다.

 

‘배운 도둑질이라고는 인형극’이라고 말하는 그가 지난 95년 창단한 것이 인형극단 ‘까치동’. 인형극의 불모지에서 탄생한 인형극단으로서는 극복해야할 난제가 적지 않았다. 실타래를 풀듯, 그는 인형극제가 열리는 곳이라면 전국 팔도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고, 인형제작자를 만나 꼼꼼히 인형 만드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인형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연극과는 사뭇 다른 즐거움이 있었어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인형이 해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었죠.”

 

거침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인형들의 캐릭터. 그가 인형극에 빠진 단순한 이유(?)다.

 

“모든 사물은 중력의 법칙을 받잖아요. 하지만 무대에서 사람에게 조종되는 인형은 마음먹은 대로 이동이 자유로우면서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주고 환상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었요.”

 

‘원하는 작품들을 마냥 무대에 올릴 수 있어 좋다’는 그는 제작자로서 갖는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않다.

 

“배우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이어서 그만한 책임감이 따라요. 늘 공연에 앞서 혈관이 터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죠. 맡은 역할만 소화해내는 배우로서 무대에 섰을 때 느끼지 못했던 공포감이라고나 할까요.”

 

늘 작품 수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안절부절 못한다던 그는 관객들의 반응이 전달되는 순간, ‘됐어’하는 안도감과 함께 그날의 공연을 장담할 수 있게 된단다.

 

“인형에게 우리(까치동 식구)는 하느님인 셈이죠. 생명을 불어넣고 무대에서 숨쉴 수 있는 것도 우리 덕이니까요.”

 

그는 ‘인형은 조종자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법’이라며, 그래서 더욱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기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까치동’ 창단 10년. 이제 전국에서도 꽤 유명해졌다. 지난해에는 문화관광부 문화교육프로그램에 선정돼 경남 창원, 강원 양양에서 한지 인형극을 소개했고, 전국 각지에서 공연 의뢰도 잇따라 오는 28일 전남 순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전주의 한지를 곁들인 인형극이 널리 알려지면서 마치 홍보사절단이 된 것 처럼 뿌듯함이 느껴져요.”

 

올해로 연기 인생 20년. 오직 연극만을 위해 한길을 걸어온 몇 안되는 전업 연극인이라서 더욱 특별한 한해다. “85년에 연극에 입문했으니까 딱 20년이 됐네요. 몇 십년을 채울려고 연극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연차가 중요한가요. 목적지 절반도 못 미친 것 같은데….”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아직도 달려가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99년 무대에 올렸던 성인인형극 ‘각시야유기’를 재각색, 2005년도판을 오는 9월 중 선보일 계획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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