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문학회 이끄는 여성회장들
사법고시 수석 합격, 여성 스포츠 스타, 여성 CEO, 여성 경찰서장….
문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회원으로만 머물던 여성 문인들이 전면에 나서 문학회를 주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문학계도 ‘여풍당당(女風堂堂)’ 시대다.
“여성 회장들은 대부분 '죽순처럼 말랑말랑하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대나무처럼 강하게 줄기를 뻗는' 외유내강형이 많은 것 같아요. 여성이 남성 보다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남성에 비해 꼼꼼하고 섬세한 것은 사실이죠.”
성실함으로 인정받고 있는 여성 회장들은 “글을 잘 쓰는 것이 우선이지만, 마음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02년 무주문인협회 창립 때부터 4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는 전선자 회장은 “회장으로서 부족한 글맛을 정성으로 채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여성 스스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없었죠. 저도 어른들 모시고 살 때는 바깥 활동을 못했어요. 여성 회장들이 많아진 데는 시대적 변화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전회장은 “지역사회가 좁다 보니 회장을 맡게됐다”면서도 여성 문인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반겼다.
“모임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유도 중요하죠. 지금까지는 재정 확보 측면에서 사회적 관계가 많은 남성들이 유리했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회장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문학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 찾아가는 ‘끈’의 김용옥 회장은 ‘조용한 카리스마’로 15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다. 김회장은 “그동안 모임의 장이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편집위원은 여성이 많았다”며 “그릇이 된다면 차분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여성들이 회장을 맡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여류문학회가 활성화되면서 여성 회장들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조미애 전북여류문학회 회장은 “1985년 창립한 전북여류문학회를 비롯 무주 산글, 군산 청사초롱 등 9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 여성 문인들로 구성된 모임이 활발해 졌다”고 설명했다. 조회장은 “원고 수집 부터 편집까지 지역에서 동인지를 만드는 데 여성 문인들의 역할이 크다”며 “꼭 필요한 부분에서 인정받다 보니 한 모임의 책임자로서 역할을 맡겨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예순여덟인 배환봉 군산여류문학회 회장은 도내 여성 회장 중 가장 연장자다. 여성 문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군산에서 7년째 군산여류문학회를 맡고있는 그는 “여성과 글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회장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 회장과 남성 회장이 아닌, 개개인의 개성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외향적인 사람인 경우 사회 참여도가 높고 모임의 사업을 중시하지만, 내면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사람은 문학회가 지향하고 움직여온 선 위에서 안으로 다지는데 더 신경을 쓰죠.”
지난해 부터 전북수필문학회를 이끌고 있는 공숙자 회장은 60집과 61집, 회갑지를 내는 중요한 해 회장이 돼 책임감이 더욱 크다고 했다. “아무래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안정적”이라는 공회장은 “회원간의 화합과 회원들이 문학 활동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갖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풍물시 동인의 문금옥 회장과 가톨릭문우회의 이소애 회장은 올해 임기를 시작한 ‘햇병아리 회장’이다.
“어른들도 많고 젊은이들도 많은 모임에서 저는 중간 축이에요. 세대 차가 있는 모임에서 양 쪽을 아우르기 위해 부드러운 여성성을 발휘해 볼 생각입니다.”
문회장은 풍물시 동인의 첫 여성 회장. 회장의 임기도, 회칙도 없는 모임에서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주면 ‘장기집권’ 할 수도, 밀어주지 않으면 하루 만에 그만 둘 수도 있다”고 말하는 문회장은 회장을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25일 첫 모임이 벌써부터 조심스럽고 기대가 된다.
“여성이 실수하면 점수를 더 혹독하게 줄 수도 있잖아요. 종교가 같기 때문에 회원들의 단합이 더 잘 되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죠.”
회원 개개인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내며 자상함으로 다가서는 이회장이지만, 문학단체는 우선 글을 잘 써야 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그래서 그는 회장이 된 후 글쓰기에 더 열심이다.
그밖에도 진상순 김제문인협회 회장, 양점숙 익산문인협회 회장, 박정애 군산 청사초롱 회장, 박은주 전주예총 부회장, 이길남 군산서해문학회 회장 등 곳곳에서 ‘여성 파워’가 발휘되고 있다.
“물결은 소나기처럼 몰려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밀려오는 것”이라는 김용옥 회장의 말은 도내 문학계에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는 여성 회장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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