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엄마’라는 말에서는 막 지어낸 뜨거운 밥과 보글보글 끓고있는 된장찌개 냄새가 난다. 두툼한 솜이불 같은 따뜻함과 자장가를 불러주던 목소리가 아련하게 묻어나는 말, 엄마.
‘당신 딸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세상에는 제 딸로 태어나기를…’
다소 직절석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찡해지는 카피를 내세운 구성주 감독의 7년만의 작품 ‘엄마’.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트렌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만, ‘진짜 우리 엄마’의 모습을 찾아내기에는 힘이 부쳤던 것 같다.
“자식을 낳아보니 부모님이 짓던 한숨이 그냥 한숨이 아니라 피눈물이었던 것 같다”는 연기자 고두심.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와 ‘한강수 타령’에서도 엄마 역할을 했던 고두심이 TV 속에서 걸어나와 영화로 나들이했다. “처녀 때부터 처녀 역을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번 영화는 특히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어지럼증이 있어 죽어도 차를 못 타는 우리 엄마(고두심).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차를 타고 1시간쯤 들어가야 하는 마을에 살고 있는 엄마는 막내딸(채정안)을 낳은 이후로 한번도 차를 타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다른 자식들 결혼식 조차 가보지 못했다.
배를 타고, 열기구를 띄우고, 가마에 태우고, 수면제를 먹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엄마가 막내딸 결혼식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걷는 것 뿐이다.
“금지옥엽 내 새끼 시집 간다는디…. 사부짝 사부짝 걷다 보면 기일 안에 당도하겄제. 그러고 막둥이 결혼식에는 나가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당께.”
싸구려 운동화와 긴 치마 사이로 드러나는 엄마의 앙상한 다리. 예순여덟의 늙은 엄마가 해남 집에서 목포 결혼식장까지 무사히 이백리 길을 걸어 도착할 수 있을까.
‘억척 어머니’ 역할에 고두심 말고는 특별하게 떠오르는 연기자가 없지만, 영화 포스터 속 엄마는 어쩐지 여성스런 세련미가 부각돼 있다.
“뙤약볕 아래서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해도, 추운 겨울 냇가에 앉아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빨래를 해도, 찬 밥 한 덩어리로 부뚜막에 앉아 대충 점심을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본질은 같다.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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