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학자 신정일씨 '울고 싶지? 그래...'
“기쁨은 왔는지도 모르게 머물다 가지만, 슬픔은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합니다. 우리가 읽은 수많은 글 중에도 기쁨 보다 슬픔을 표현한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슬픔이 현실이고 삶이라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희노애락’ 중 ‘화’만이 남아있는 시대. 문화사학자 신정일씨(51·우리땅걷기운동모임 공동대표)가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김영사)를 펴냈다.
「열하일기」 「지봉유설」 「율곡전서」 「난설헌집」 「동국이상국집」 등 옛 고전에 실린 감동어린 애사와 애절한 제문, 눈물의 편지글 등 슬픔만을 풀어놓은 87편을 모았다. 형식적인 글쓰기는 감동을 낳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솔직함과 절실함만을 기준으로 3년 간 책읽기를 통해 완성한 옛 명문선집이다.
“열다섯이 되던 해에는 입산하기 위해 구례 화엄사를 찾아가기도 했었죠. 설명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로 어려서부터 한없이 슬펐기 때문에 슬픔을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아들의 죽음 앞에 목놓아 통곡하는 이순신, 누님과 지냈던 어린 시절을 수채화처럼 펼쳐놓는 박지원, 백성들의 곤궁한 삶에 눈물 흘리는 이익,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규보 등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의 슬픔은 더욱 애잔하다.
우리 민족의 슬픔의 정수에 단상들을 덧붙이며 신씨는 자신이 안고 살아온 슬픔도 살짝 비춰놓았다. “임과 사랑하는 가족, 벗, 세상 등 오늘의 우리가 겪는 슬픔이 과거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그는 “그러나 옛 사람들의 슬픔에는 지금 우리와는 다른 절절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간장이 다 녹아내리는 듯한 슬픔을 어찌 글로 표현할 길이 있겠습니까. 슬픔이 아름답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지만, 슬픔도 결국 힘이 될 수 있지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고 나면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그는 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
제목만으로도 그는 삶의 한숨과 눈물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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