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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다시 살아난 오월 그날

1980년 5월 18일. 다시 그날이다.

 

그 시절,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광주를 떠올리기에 지금 이 세상은 너무도 가벼워진 것 아닌가.

 

그러나 5월의 광주는 여전히 핏빛이고, 소설가들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두고두고 되새김질해야 할 일이다. 그들은 불꽃처럼 스러져간 생명들에 대한 진혼굿과도 같은 글들을 넋두리처럼 써내려간다. 그것은 80년대 상처와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5월 18일 12:00, 조선대학교 부근’ ‘5월 20일 14:00, 금남로’

 

소설 속 소제목이 말해주듯 임철우의 「봄날」(문학과 지성사)은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광주민중항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소설이다.

 

5·18 당시 전남대 1학년생이었던 그는 ‘넋이 되어 떠난 이들에 대한 미안함 혹은 살아남은 자로서 죄책감’으로 현장을 기록해 나갔다. 죽어가는 선후배들 사이에서 ‘짱돌 몇 개밖에 던지지 못했던’ 멍에를 글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군의 총과 탱크에 포위돼 공포에 떨고있는 광주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이 소설은 각주와 사건 현장의 약도를 곁들여 사실성을 입증했다. 광주항쟁의 배경과 발단, 전개, 결말 등 광주의 진상을 전면적으로 드러냈다.

 

두 번의 결혼을 광주 시민군 출신과 했을 정도로 5·18과 깊은 연관이 있는 소설가 공선옥은 ‘그 해 오월’의 기억을 모질게 붙잡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소설 「피어라 수선화」(창작과비평사)는 ‘그 해 오월’에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들의 상처는 주변 사람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남긴다. ‘흰달’에서는 5·18의 상처로 방황하는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는 아내가, ‘목숨’에서는 5월만 되면 정신적 갈등을 겪는 재호의 아이를 가진 혜자가 등장한다. “80년대를 벗어나려면 고통을 감수하며 껴안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공선옥은 소설을 통해 광주를 껴안고 있는 것이다.

 

2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광주가 성인이 되던 해, ‘광주를 지키는 작가’ 문순태는 「그들의 새벽」(한길사)을 세상에 내놓았다. 광주항쟁 당시 전남매일 기자였던 그가 금남로 현장에서 썼던 취재수첩을 펼친 것이다.

 

최후까지 목숨을 걸고 전남도청을 지킨 무장시민군 대부분은 구두닦이, 철가방, 양아치, 공장직공 등 하층민이었다. 그는 소설을 통해 ‘그들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신념이나 이념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5·18은 1980년 5월의 어느날로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공장 노동자를 거쳐 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던 누나는 광주항쟁에서 과도하게 헌혈을 한 탓에 기력이 쇠해 죽어갔다. 5년 전 누나의 죽음을 두고 중학교 3학년인 기열이는 역사적 사건에 차분하게 접근해 나간다.

 

광주항쟁이 역사책 속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윤정모는 ‘그날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며’ 「누나의 오월」(산하)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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