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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날자! 하늘을 날자꾸나

경비행기로 가르는 하늘

하늘을 나는 일은 인간들의 오래된 꿈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 부자가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오르다 떨어져 목숨을 잃은 이후에도, 아르키투스와 베이컨, 레오나르도 다빈치, 윌킨스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사람들이 날기를 열망했지만 끝내 하늘을 날지는 못했다. 하늘을 나는 새의 방식을 흉내내어 날개짓에만 집착한 결과다.

 

어찌됐든 세기를 막론하고 하늘을 날겠다고 나섰던 인물들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들의 그 오래된욕망은 20세기, 위대한 과학자 라이트형제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고나서야 비로소 실현 됐다.

 

이른 아침 들녘은 평온하다. 미처 깨어나지 못한 들꽃들도 새들의 퍼덕거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키는 시간. 바람이 없는 하늘은 한결 높아 보였다.

 

전주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만성동 들녘. 낮으막한 구릉을 뒤로 한 곳에 소박한 활주로가 놓여 있다. 초경량 비행기가 오르내리는 곳이다.

 

엔진소리가 커지면서 경비행기의 바퀴가 서서히 움직였다. 땅위에서 굴러가는 비행기는 영락없이 세바퀴로 달리는 탱크 같다. 두개의 날개가 버겁기만 한 듯 기우뚱거리는 비행기가 어찌 어찌 활주로로 내려섰다. 다시 엔진소리가 높아진다. 뒤뚱 뒤뚱 활주로를 달려가는 비행기를 보니 좀체 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랬을까. 비행기가 날지 않고 다시 되짚어 온다.

 

불안해하는 초짜 관객의 심중을 읽었나보다. 봉만기회장이 여유있게 말했다.

 

“이제 워밍업이 끝났으니 날아 오를거예요.”

 

잠깐 한눈 판 사이, 비행기가 떴다. 날아오르는 시간은 순간이다.

 

“하늘을 날며 내려다보는 세상은 참 작지요. 아파트도 공장도 길도 자동차도.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작은 공간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또 한편으로는 ‘어느것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것 없는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고 살자’ . 그런 것이죠.”

 

2년째 경비행기를 즐기고 있는 봉회장은 비행기를 타보지 않고는 그 기분을 절대로 짐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비행기는 가까이에서도 그리 크지 않았지만 1분도 안되어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햇빛이 반짝이는 맑은 날씨지만 안개기운이 덮여있기 때문이다.

 

다시 2-3분도 안되어 비행기가 멀리서 다시 나타나나 싶더니 곧장 땅위로 직하한다. 긴장하는 사이, 몇개의 물체가 함께 날고 있다는 것을 알고보니 비행기가 아니라 몇마리 부지런한 새들이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하늘에서는 날 수 있는 것들만이 존재한다. 날 수 없는 인간들은 바람에 기대고, 기계의 동력에 의지해서만이 하늘위의 존재가 될 수 있다.

 

햇빛, 구름과 바람을 가르며 날고 있는 초경량 경비행기.

 

가슴 설레이며 올려다본 하늘, 아!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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