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973번지. 이곳에 전북에서는 하나뿐인 비행장(?)이 있다. 활주로라고 해야 2백미터 구간에 그치는, 그래서 비행장이라고 말할 수 조차 없이 규모는 작지만 어찌됐든 초경량 경비행기가 뜨고 내리기에는 충분한, 비행장임에 틀림없다.
경비행기 산업의 꿈을 실현해가는 이 공간은 전주모악항공이 닦아놓은 레저항공산업의 텃밭. 당초 삼천동 고수부지에 있던 모악항공은 삼천천 정비사업으로 2007년까지의 점용허가권을 포기하고 이곳 만성동에 새 터를 잡아 이주했다.
모악항공의 활주로가 놓인 공간은 뒷편으로 낮으막한 동네 야산이 자리한 것 말고는 모두가 너른 들판이다. 마을과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예전처럼 소음 공해를 탓 할 민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삼천천 고수부지의 활주로는 물이 흐르는 강길이 있어 경비행기가 날아오를때의 장관이 아름다웠지만, 들녘에서 날아오르는 경비행기에서의 풍경 역시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지척거리에 있는 전주의 도심과, 반대편으로 돌아서서 만나게 되는 월드컵 경기장은 전주 모악항공 공영권이 내세우는 풍광이다.
이 들녘에 닦아놓은 활주로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바로 모악항공의 회원들이다.
14일 이른 아침. 부지런한 회원들은 일찌감치부터 비행기를 닦고 조이는 일로 부산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활주로 다지기로 조용한 들녘이 깨어난지 오래지만 로울러로 땅을 다지는 일은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다.
“비행기를 내몸 같이 닦아야지” 차대표가 소리쳤다. 비행기를 닦고 조이는 일을 맡은 사람은 따로 있지 않다. 오늘은 모악항공의 회원이 된지 이틀째인 신참 오흥선씨의 몫이다.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야 비행사의 기능을 제대로 갖출 수 있다는 차교관의 지도에 신참회원은 비행기 옆을 떠나지 못한다.
이날 아침 모인 회원은 수업 중인 오씨와 지리산 도사로 통하는 고문 이정현씨(60), 회장 봉만기씨(51), 여행업을 하는 전진언씨(38), 역시 개인사업을 하는 박철현(47) ·이희현(45)씨다.
현재 회원은 정회원 40명에 준회원 10명. 오늘 아침 모인 회원들은 일주일이면 3-4회씩은 활주로를 찾는 열성파에 속한다.
회원들의 대부분은 레저 스포츠에 만능이다. 기본적인 운동은 물론이고 수상스키나 패러 글라이딩 등 대중적이지 않은 레저 스포츠까지 즐기는 이들은 어느 스포츠나 모두 각각의 특성이 있지만 ‘경비행기를 타는 일’은 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비행기는 엄밀히 말해서 초경량 비행기라고 해야 맞아요. 속도는 다소 느리고 생김새가 어설퍼 위험해 보이지만 자동차보다도 안전하지요. 누구라도 일정한 교육을 받고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정말 좋은 레포츠예요.”
패러 글라이딩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 이정현 고문은 “하늘을 날아보면 삶이 변한다”고 말한다.
모악항공의 노상 격납고에 놓여 있는 초경량 경비행기는 다섯대. 이중 3대는 차용관 대표의 재산이고, 두대는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사들인 자가용 경비행기다. 회원들은 모악항공 소유의 3대로 교육을 받거나 비행을 하지만, 운이 좋으면 회원들의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 탈 수도 있다.
초경량비행기는 기종에 따라 가격이 천차 만별. 차대표의 말을 빌면 ‘티코’에서 ‘에쿠우스’까지 다양하다. 욕심대로라면 초경량 비행기 한대쯤 가져보는 꿈을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일주일에 2-3회정도 항공스쿨에서 빌려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충분히 나눌 수 있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한번 타보시죠. 그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회원들은 경비행기에 동승해볼 것을 거듭 권했지만 끝내 용기 내지 못했다. 결국 이날 아침 비행은 봉회장과 신참 회원 오흥선씨 그리고 취재진의 사진촬영을 위해 기꺼이 조종석에 앉은 차대표 등 4명.
당당하게 동승했던 사진부장은 10분이 채 안되는 비행시간을 즐긴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난다는 기분이 그렇게 황홀한 것인지 몰랐어요.”
하기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데 하늘 위에서야 얼마나 환상적이겠는가.
땅위에서는 어떤 짐작으로도 하늘위의 공간을 알 수 있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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