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 7시간 동안...아름다운 길의 풍경 만끽
카라쿨(Kara-Kul)호수는 현지인들이 카리쿨리(karikuli) 라고도 부릅니다. 검은 호수라는 뜻이고 주변의 장대한 산에서 빙하가 녹아내려 해발 3,500 근처에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불편한 정전의 대가로 잠을 푹 잤습니다. 6시에 눈을 떠서 창을 열자 날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도 정전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8시 반 약속 시간이 많이 남아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고원지대의 아침이 상쾌합니다.
미처 숨지 못한 반달이 하늘에 떠서 빛을 잃어 가는데... 저 멀리 군부대에서 기상을 알리는 신호나팔 소리와 함성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곧이어 스피커에서 노래가 나왔습니다. 가늘지만 힘찬 장족의 노래, 작년 샹그릴라 지역을 돌며 귀에 익었던 가락이라 더 잘 들렸습니다. 박재동 화백이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에 올려놓은 "눈 먼 소년의 노래" 가 진하게 생각났죠. 그 노래 제목은 "천당" 이었는데 제가 들은 노래는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무언가 비슷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같은 노래라고 착각이 들만큼... 정말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제일 잘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이틀 후 이 노래 제목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네덜란드 팀의 우두머리와 정식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쏘스트에서 같은 호텔에 투숙했고, 오늘도 함께 왔기 때문에 모두들 낮설지 않습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너의 팀이 내일 카리쿨리 호수까지 간다는데 나도 따라 가면 안 될까? 차비는 낼께." 얌체처럼 그 사람들이 빌린 차를 훔쳐 타긴 싫었습니다. "아무렴, 그렇게 해...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갈 거니까 빈 버스로 가는데 잘 된 샘이다. 차비는 필요 없어"
8시 반, 네덜란드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러 가자는데 이방인이 나타나 팀의 분위기를 깰 것 같아 혼자 컵라면으로 때우고, 9시 10분, 오늘 공식(?)일정을 시작합니다.
네덜란드 여행객에 대하여 잠시 소개를 하죠. 이 사람들은 모두 부부들입니다. 나이 분포가 다양하여 어떤 관계의 친구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열흘간 휴가를 내어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자전거와 함께 여행하기로 했답니다. 파키스탄으로 입국을 하여 차로 훈자 까지 와서 자전거로 쏘스트에 온 다음, 차로 쿤제랍 패스에 올라 자전거를 타고 소스트로 내려왔습니다. 쏘스트에서는 저와 함께 타슈쿠르칸으로 와서 이번에는 카라쿨 호수까지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카리쿨에서는 자전거를 차에 싣고 파키스탄을 넘어가는 일정. 한 나절 자전거를 타기 위해 중국 비자를 내고 국경을 넘는 것이 놀랍네요. 자전거를 비행기로 공수해 온 것도 놀랍고, 무엇보다 자전거에 애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부부가 씩씩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보이고... 아무튼 부러웠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이상한 방식의 여행도 다 해봅니다. 40인승 버스에 가이드와 나만타고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20Km를 가서 자전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도착하면 음료수와 간식을 나누어주고 다시 출발. 또 20Km를 가서 기다리고.... 100km를 놀며 놀며 7시간에 거쳐 왔습니다. 덕분에 경치 좋은 곳에서 여유를 부리며 사진도 찍고, 마지막 구간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타 보기도 하고... 이 길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카라쿨 호수 자체는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실망했습니다. 생각보다 호수가 크지 않더군요. 대신 호수까지 가는 길의 경치와 해발 7,546m의 무즈타그 아타 (Mt.Muztagh Ata)봉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경관입니다. 카라쿨 호수에서 카슈가르의 길도 괜찮았지만 타슈쿠르칸에서 카리쿨 호수까지 가는 길이 정말 좋았습니다.
카라쿨 호수 근처에 유난히 멋진 산이 하나 보입니다. 이 산이 아마도 높이 7,546m의 무즈타그 아타 (Mt.Muztagh Ata)라 불리는 산인 것 같습니다. 빙하가 산을 침식시켜 미끄럼틀처럼 가운데가 파졌습니다.
맞바람 때문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예정보다 늦게 카라쿨 호수에 도착하는 바람에 가야할 길이 바빠졌죠. 고마운 파키스타니 가이드와 네덜란드 팀원들에게 사진이 나오는 대로 부쳐 줄 것을 약속하고 곧바로 작별을 고했습니다.
이제부터는 히치하이크... 생각보다 차량 통행이 적어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 잘 되리라 믿고.. 호수 입구 도로 가에 배낭을 던져놓고 처음에는 제법 느긋한 자세로 도를 닦듯 기다렸습니다. 15분쯤 지나자 트럭이 한 대 와서 태워줄 듯 했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냥 갑니다. 내 얼굴에 머가 묻었나? 다시 10분... 승용차가 속도도 늦추지 않고 그냥 내뺍니다. 잠시 후... 트럭이 한대. 50위안을 보여 주고 카슈카르를 외쳤더니 고개를 흔들고 그냥 갔습니다. 돈이 적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다른 방향? 바람이 점점 거세어져 길바닥을 서성거리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허~ 이러다 얼어 죽는 거 아닐까? 옷을 잔뜩 껴입었는데 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멋진 차가 한 대 미끄러져 왔습니다. 타슈쿠르칸을 출발한 합승 택시인데 좌석이 차서 탈 자리가 없다는 걸 빼면 완벽했습니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50위안~ 카슈카르" 돈을 보고 기사는 어떻게 해보고 싶은데 동승한 사람들이 불편을 참아 줄 이유가 없는 눈치. "플리즈~" 최대한 애처롭게 처신했습니다. 뒷자리에 탄 사람이 자리를 좁혀 않겠다고 허락을 하더군요. 오 예~. 불편한 게 문젭니까? 추위에 떠는 것 보다 좁은 자리라도 끼어 가는 것이 백배 더 낫지요. 처음에는 내 자리가 좀 불편했는데 한국인이란 걸 안 다음부터 자리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뒤에 탄 두 사람들이 몸을 점점 추스르며 스스로 자리를 잡더라고요.^^
말이 안 통해도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담배도 줄창 건네주고, 해바라기씨도 주고... 껌도 주고... 카슈카르 근처에 와서 맛있는 국수도 얻어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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