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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세번이나 본 공진회' 공개

이보영 전북대 교수, 발굴...'수필과 비평' 7/8월호 게재

대표적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소설가로 꼽히는 염상섭. 그의 수필 ‘세 번이나 본 공진회’(「계벽」 1923. 11월호, 통권 41호 발표)가 최근 발굴돼 문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보영 전북대명예교수가 전북대도서관에서 발견,「수필과 비평」7/8월호에 게재하면서 그의 수필세계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세 번이나 본 공진회’는 염상섭의 작품목록에는 기록돼 있었지만 그동안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보영교수는 “항일의도를 능청스럽게 숨긴 수필을 여러편 쓴 작가는 당시 염상섭뿐이었지만 현대 한국수필의 역사를 쓴 몇몇 학자와 평론가들은 이 사실을 태연하게 무시해왔다"며 문단의 무지를 꼬집었다.

 

이교수는 ‘염상섭의 수필에 대하여’를 통해 그의 수필은 “소설이나 평론과 마찬가지로 반봉건적 식민지시대에 처한 자신의 정신적 위기에 관한 솔직한 고백들”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수필에는 정치문제에 초연한 형이상학적 고뇌와 연애, 노장사상에의 관심을 다룬 것들도 많지만 일제 식민통치에서 노예적 순종을 거부하는 정치색 짙은 작품들도 여러편 전한다고 밝혔다. ‘세 번이나 본 공진회’는 '육년후의 동경에 와서' '수상수감' '백색 십년' '고뇌의 갑자년을 맞자' 등과 함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 작품으로, 식민지시대 풍자소설의 대가답게 수필에서도 풍자의 칼날이 번득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작품은 정치색이 짙게 담겼다. 공진회(제품이나 산물을 모아 진열한 후 이를 관람한 공중이 그 우열을 품평·사정하는 모임)가 조선조 국권을 상징하는 광화문 안쪽터에서 열렸다는 점과 대부분 일본인 산물과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 또 광화문을 멍석으로 둘러싸 그 형체를 알아볼수 없게 한 점 등을 들어 일본 문명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염상섭은 또 수필에서 군중들이 조선총독부 주최의 공진회를 조소하면서도 ‘쉬쉬’하며 두려워하는 모습을 통해 일제의 공포정치를 해학적으로 암시했다.

 

이교수는 “‘세 번이나 본 공진회’는 작가의 냉철한 비판적 지성과 함께 정서적 반응을 보여주는 점에서 수필적 특성이 있다”며 “공진회에 온 군중을 동정적으로 언급한 대목이나 독자들의 고소를 자아내는 풍자적인 대목도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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